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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김예곤 선생의 파란만장한 삶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을 통해 본 김예곤 선생
[맛있는 일본이야기 661]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며칠 전 일본의 중견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으로부터 책 두 권을 선물 받았다. 우에노 미야코 시인이라면 윤동주의 전작시(全作詩)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空と風と星と詩(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일본 콜삭사, 2015)라는 제목으로 펴내 일본에서 큰 호평을 받는 시인이다.

 

이번에 보내온 책 두 권 가운데 한 권은 본인의 시집으로 《不断桜》(추위를 참고 견뎌내는 벚꽃의 의미>이고, 다른 한 권은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 국어학자이자 성공한 기업인 재일동포 김예곤 선생을 포함한 일본인 작가 4명의 한국 관련 책 출판을 축하하는 모임에 관한 책)이었다.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 책은 두께도 얇은데다가 그 책 표지에 24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사진으로 되어 있어 호기심에 책장을 폈다.

 

“인자하신 김예곤 선생님의 미수(米壽, 88세)와 아울러 《韓國語講座(한국어강좌)》 책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선생님과의 첫 만남을 돌이켜보니 제 아내는 50년, 저는 30년이란 기나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동포 조직을 개선하려는 일념으로 모여든 분들과 밤을 새우면서 열띤 토론을 거듭한 일들과 친선모임, 강연회 등에서 동포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신 선생님의 노고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하신 《韓國語講座(한국어강좌)》 책을 읽어보니 그 당시 우리말과 글을 한 자 한 자 배워가며 통일을 갈망하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그리움과 감격이 가슴에 벅차 올라 참기 힘들었습니다. 이 책은 동포들이 흘린 땀과 눈물 어린 역사에 새로운 빛을 비추어 현재에 재생시킨 기념비적인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존경하는 김예곤 선생님께서 백수(白壽, 100세)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천수를 누리시길 빌며 책 출간의 축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신준우(申俊雨)-

 

이는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이라는 책에서 실린 신준우 씨의 축사(祝辭) 글 가운데 일부다.

 

일본어와 일부 한국어로 되어 있는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 책은 모두 108쪽 짜리로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니, 재일동포 김예곤 선생의 한평생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께서 사인하여 보내주신 《韓國語講座(한국어강좌)》 책을 들추면 ‘글을 보면 소리를 알 수 있고, 소리를 들으면 글을 알 수 있다. 글은 얼마나 훌륭한 글인가!”(중간줄임) 라고 손수 쓰신 글씨가 눈에 띄는데 나는 언제나 큼지막하게 한글로 쓴 이 말을 여러 번 소리를 내 읽어보곤 합니다. 내 모국어인 한글을 생각하면 난 왠지 동글동글 굴러가는 듯한 소리를 연상하게 되는데 미국의 햄버거 회사 이름을 ‘마크도나르도’가 아닌 ‘맥도널드’라고 발음할 수 있는 것은 《韓國語講座(한국어강좌)》을 통해 한글이 단모음 외에 합성모음과 중모음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서 부터입니다.” -《韓國語講座(한국어강좌)》를 읽고, 김명희-

 

“교과서 《韓國語講座(한국어강좌)》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이 책을 널리 활용하겠습니다.” -심수관요(沈壽官窯) 사츠마요, 15대 심수관-

 

“김예곤 선생님의 미수(米壽)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은 조선대학교에서 수학하시고 모교에서 언어연구와 교육에 매진하셨을 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 조선학교를 설립하셨습니다. 또한 다카라즈카(효고현 소재) 지역에서 다문화 공생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오셨습니다. 이번에 출간하신 《韓國語講座(한국어강좌)》 책은 1961년부터 1962년에 걸쳐 모국어를 희구하는 재일 청년들을 위해 잡지 <새로운 세대>에 연재했던 것을 새롭게 엮어내어 세상에 선보이신 것입니다. 이 책은 당시 <국어강좌>라는 이름으로 연재할 때부터로 ‘한국어의 바이블’로 평가받을 만큼 독보적인 내용이 담겨있으며 색인만 보더라도 그 방대함에 놀라울 정도로 이른바 ‘언어학 소사전’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라는 평판을 받고있는 책입니다. (이하 줄임) -김예곤 선생의 미수를 축하드리며, 전 동경외국어대학 대학원 교수 노마히데키(野間秀樹)-

 

일본인은 물론 재일한국인들이 보내온 글로 빼곡한 책 앞부분을 시작으로 이 책은 1) 김예곤 선생의 미수(米壽)를 축하하는 글 2) 《韓國語講座(한국어강좌)》 간행을 축하하는 글 3) 김예곤 선생의 미수 축하와 출판기념에 관한 글 4) 한국인 박팔양 시인의 <여수시초>를 일본어로 번역한 우에노 미야코 시인의 글 및 히로세 요이치(廣瀬陽一) 씨의 재일 작가 김달수 선생 관련 책 등에 관한 글 5) 김예곤 선생의 파란만장한 생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일동포 김예곤(金禮坤, 88세) 선생은 자신의 호(?)를 파란만장(일부러 가타카나로 パランマンジャン)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그 삶 자체가 ‘파란만장(波瀾萬丈)’하다. 그의 아버지 김말수 씨는 1920년대 초기 19세의 나이로 일본에 건너가 효고현 타카라츠카시 무코가와(兵庫縣 宝塚市 武庫川)에 정착했다. 부산이 고향인 그의 아버지는 고향에서 그런대로 농사를 짓고 살았지만 조선총독부의 농지개혁으로 토지를 몰수당해 살길이 막막하여 일본행을 택한 것이었다. 

 

낯선땅 일본에서 악착같이 일하면서 부를 일군 아버지 뒤를 이어 채석장과 레미콘회사를 비롯하여 대표적인 기업 '우미야마광업(海山鑛業)'으로 일본내에서 경제적인 기반을 세우게 된다. 실업가로 이름을 날리기 전, 김예곤 선생은 재일본 조선대학 교수를 역임한 적이 있는데 이때  잡지 <새로운 세대>에 ‘국어강좌’를 연재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비록 일본에 살지만 모국어인 한국어를 잊지않고 배워야한다는 철학으로 이후 《조선어회화》(1965), 《포켓트 한일사전》(2002) 등을 펴낸 국어학자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1986년에는 조선대학교 총동창회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1996년 '타카라츠카시 외국인시민문화교류회' 초대회장, 1998년 동 교류회와 시 및 국제교류협회 3자 공동사업으로 이문화(異文化) 상호 이해추진, 2002년 동 교류회와 타카라츠카시 외국인시민 간화회(懇話會) 좌장 등을 맡았고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타카라츠카시 제50주년 기념식전에서 '국제교류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날더러 진달래꽃을 노래하라 하십니까?

이 가난한 시인더러 그 적막하고도 가냘프게 핀꽃을,

이른 봄, 산골짜기에 소문도 없이 피었다가

하루 아침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꽃을.

무슨 말로 노래하라 하십니까?

   -박팔양 시 ‘너무도 슬픈 사실’ 중 일부, 이 시는 우에노 미야코 시인이 일본어로 번역하였다.-

 

이는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 책 70쪽부터 79쪽까지 우에노 미야코 시인의 《박팔양 시인》에 관한 글이다. 우에노 미야코 시인의 글이 이 책에 실린 이유는 모두에서 이야기했듯이 김예곤 선생의 미수(米壽) 축하 모임 겸 4명의 한국 관련 책 출간 기념 자리를 가졌던 데서 비롯된다.

 

재일한국인 김예곤 선생은 한국 사회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재일 동포 사회에서는 민족교육, 한국어사랑, 한일교류, 다문화공동체교류, 통일운동 등 수많은 일들을 스스로 만들어 솔선수범하여 평생 모은 자산을 쏟으며 실천해오고 있는 분이다.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 책을 읽으며 필자 역시 늦었지만 김예곤 선생의 미수(米壽)를 축하드리며, 오래오래 건강을 유지하셔서 재일동포 사회의 등불로 남아주시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