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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황진이,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두었다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4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誰斷崑山玉  그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裁成織女梳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어주었던고

   牽牛離別後  견우님 떠나신 뒤에 오지를 않아

   愁擲壁空虛  수심이 깊어 푸른 하늘에 걸어 놓았네

 

 

황진이가 지은 영반월(詠半月, 반달을 노래함)이란 한시입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황진이는 하늘에 걸린 반달을 보고 직녀가 견우를 기다리다 지쳐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놓았다고 합니다. 얼마나 기다림이 사무치던지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 견우에게 손짓합니다. 그런가 하면 황진이, 신사임당과 더불어 조선 3대 여류 시인으로 꼽히는 강정일당(姜靜一堂)도 가을을 노래합니다.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萬木迎秋氣) /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蟬聲亂夕陽) / 제철이 다 하는 게 슬퍼서인가(沈吟感物性) / 쓸쓸한 숲속을 혼자 헤맸네(林下獨彷徨)“

 

이 한시는 강정일당의 <청추선(聽秋蟬, 가을매미 소리)>입니다. 황진이는 임을 기다리기나 하지만, 강정일당은 그저 쓸쓸한 숲속을 혼자 헤맵니다. 기다려야 할 임도 없는 처지인가 봅니다. 강정일당에 견주면 황진이는 기다릴 임이 있어서 얼마나 행복할까요? 귀뚜라미가 애간장을 끊으러 왔다는 가을! 차라리 귀마개를 하고 있어야 할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