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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매창 시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매창공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5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몇 해 동안이나

비바람 소리를 내었던가

여태껏 지녀온 작은 거문고

외로운 난새의 노랠랑

뜯지도 말자더니,

끝내 백두음 가락을 스스로 지어서 읊었거니

 

위 시는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3대 여류시인의 하나로 불리는 매창(李梅窓, 1573-1610)이 지은 시 <거문고를 타면서[彈琴]>입니다. 매창은 천민 출신으로 뛰어난 시인이었던 유희경과 가슴 시린 사랑을 나눈 걸로 유명하지요. 매창은 지녀오던 거문고로 <난새의 노래>와 <백두음> 사이 고민하다가 <백두음>을 지어서 노랠 부릅니다. 여기서 ‘난새의 노래’란 새장에 갇힌 새의 외로움을 노래하는 것이고, 백두음은 늙어가는 여인이 자신의 흰머리를 슬퍼하는 노래입니다. 매창은 희경을 그리워하다가 그렇게 슬픔을 노래했습니다.

 

 

매창은 열 살 되던 해 부안의 내로라하는 시인 묵객이 모두 모인 백운사 시 짓기 대회에서 구경삼아 갔다가 실로 절묘하기 이를 데 없는 시를 지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뛰어난 여류시인입니다. 시와 가무에도 능했던 매창은 광해군 2년(1610) 세상을 떠나자 그녀가 끔찍이 사랑하던 거문고와 함께 묻혔습니다. 죽은 뒤 60여 년이 지난 1668년 매창의 시를 사랑하던 부안의 아전들이 외워 전하던 58편을 모아 목판으로 《매창집》을 만들었지요. 그녀의 대표적인 시 ‘이화우(梨花雨)’는 박효관과 안민영이 펴낸 시조집 《가곡원류》에 실려 있을 정도입니다.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에 가면 매창을 추모하여 조성한 ‘매창공원’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매창의 무덤이 있으며, 매창을 모든 것을 담겠다며 2층 기와집으로 지은 ‘매창테마관’이 있고, 취하신 님께, 천충암에 올라서, 이화우, 거문고를 타면서, 가을, 어수대, 임생각, 월명암에서, 가을 등의 매창 시비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고 매창과 순수한 우정을 나누었던 허균이 쓴 ‘매창의 죽음을 슬퍼하며’ 비가 있고, 이병기, 정비석, 김민성 등 문학인들이 다녀가면서 회포를 푼 비들이 세워져 있지요. 부안에 가거들랑 매창공원에 들러 매창 시의 아름다움에 취해보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