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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 어 어

     어저저저!

 

     큰어미

     쭉 뻗는다

 

작은어미 발길질에 오매 큰어미 장승 넘어지듯 넘어가네. 벌벌 떨던 다리 멈추고 큰 한 숨, 이내 잠잠, 전주띠기 와이라노? 내 말 들리모 눈을 뜨소. 찬물 한 바가지 가져와라. 이기 뭣소! 살인 났다 살인 났어! 아이 죽고 큰어미 죽고 동네 사람들아 큰일 났다. 사람이 죽었다아아. 마당쇠야 마당쇠야 마님 돌아가셨다.

 

      우짤고

      우째야 될꼬

      이 일을 다

      우짤 것고

 

 

 

 

< 해설 >

 

가슴 아픈 사설시조다. 이런 글 쓰고 싶은 이가 누구 있을까만, 고성오광대 놀이에선 중요한 장면이다. 갈등의 최고조에 이르고 보니 광대놀이패나 구경꾼이나 모두 고통스럽다.

 

어쩔까. 어쩔거나. 작은 어미 아들 비명횡사하니 작은 어미 넋이 나간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나를 돌아서고, 지푸라기 하나 잡을 게 없다. 모르것다. 네 이 큰 어미년. 아이 죽고 내가 살면 무엇하나.

 

눈 뒤집혀 보이는 게 없다. 내 아들 죽인 큰 어미년 내 손에 죽어봐라. 머리끄댕이 잡을 끌어 땅바닥에 내팽개치니 마른 장작 쓰러지듯 힘없이 꼬꾸라지고 만다. 파르르 다리가 떨더니 그만 조용하다. 조금 전 아이 죽은 마당이 더욱 썰렁해지며 살인 난 오후가 싸늘하다. 그렇다. 꼬꾸라진 큰 어미가 죽은 것이다. 작은 어미도 이제 사람을 죽인 것이다.

 

가뜩이나 우왕좌왕인데, 이제 큰어미까지 죽었으니 엄청난 동네 횡사가 되고 말았다. 이 죽음 이후 오광대 놀이는 어떻게 진행될까. 실로 그 결말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