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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잘난 인화낭자(인두)는 무엇이 슬플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9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그대들은 다투지 말라. 나도 잠깐 공을 말하리라. 미누비ㆍ세누비 누구로 하여 젓가락같이 고우며, 혼솔(홈질한 옷의 솔기)이 나 아니면 어찌 풀로 붙인 듯이 고우리요. 바느질 솜씨가 그다지 좋지 못하여 들락날락 바르지 못한 것도 나의 손바닥을 한번 씻으면 잘못한 흔적이 감추어져 세요(細腰, 가는허리)의 공이 나로 하여금 광채 나니라." 이는 규방의 부인이 바느질(침선)에 사용하는 자, 바늘, 가위, 실, 골무, 인두, 다리미를 의인화하여 인간 세상을 풍자한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한글 수필의 인두(인화낭자) 부분입니다.

 

 

이젠 잊혔지만, 예전 어머니들이 바느질할 때 쓰던 도구 가운데 화롯불에 묻어 놓고 달구어 가며 옷감의 구김살을 눌러 펴거나 솔기를 꺾어 누르는 데 쓰던 인두를 아십니까? 인두는 무쇠로 만들며 바닥이 반반하고 긴 손잡이가 달렸지요. 형태는 인두머리의 끝이 뾰족한 것, 모진 것, 둥근 것 따위가 있는데 특히 인두머리가 뾰족한 것은 저고리의 깃ㆍ섶코ㆍ버선코ㆍ배래ㆍ도련 등의 정교한 곡선을 만드는 데 썼습니다. 또 마름질할 때 재단선을 표시하려고 금을 긋는 데에도 썼는데 지금은 그 역할을 초크가 대신하고 있지요.

 

인두와 함께 꼭 필요한 것은 인두판입니다. 이것은 너비 20㎝, 길이 60㎝ 안팎의 직사각형 나무판 위와 아래에 솜을 도톰하게 두고 무명이나 비단헝겊으로 씌운 것입니다. 인두판을 양 무릎 위에 올려놓고 인두질하였으며, 솔기를 꺾거나 풀칠할 때도 썼지요. 앞에서 인화낭자는 다른 바느질 도구와 함께 잘난 체를 했지만, 나중엔 눈물을 짓습니다. "나는 무삼 죄로 포락지형(불에 달구어 지지는 형벌)을 입어 붉은 불 가운데 낯을 지지며 굳은 것을 깨치기는 나를 다 시키니 섧고 괴롭기 측량하지 못할레라." 세상사는 그렇게 좋은 면이나 나쁜 면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늘 함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