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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지구 한 바퀴 돌며 읊은 시집 《환구음초》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84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벽 위에서 종소리가 사람을 대신 부르니 / 통속에서 전하는 말 조금도 어그러짐이 없네.” 위는 조선 후기 문인 김득련(金得鍊)이 쓴 한시집 《환구음초(環璆唫艸)》에 있는 내용으로 서구를 방문했다가 전화기를 보고 쓴 시입니다. 《환구음초》는 1896년 민영환 일행이 러시아황제 대관식에 참석하고 중국ㆍ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을 대한민국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돌아볼 때 참사관으로 따라간 역관 김득련(金得鍊)이 보고 들은 것을 쓴 책으로 ‘지구를 돌며 읊은 시’라는 뜻이 담겼지요.

 

 

이 책에는 “카나다에서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구천리를 가면서”, “뉴욕의 부유하고 번화함이 입으로 형언할 수 없고 붓으로도 기술할 수 없다”, “뉴욕 전기박람회에 가서 보니 세상의 많은 물건이 모두 전기 기계로 만들어졌다. 관현은 저절로 연주되고, 차와 떡도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가장 기이한 것은 오백 리 밖에 있는 큰 폭포의 소리를 끌어와 물그릇 속에 담아 놓은 것이다. 귀를 기울여 들으면 사람을 오싹하게 한다.”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민영환은 자결하기 9년 전 김득련, 윤치호 등 일행을 이끌고 일곱 달 동안 여덟 나라를 거치며 모두 68,365리를 다녔습니다. 귀국한 뒤 그들은 이때의 여정을 기록한 기행문과 자료집 《부아기정(赴俄記程)》과 《환구일록(環璆日錄)》도 남겼습니다. 여기서 《부아기정(赴俄記程)》은 아라사(俄羅斯) 곧 러시아에 다다른 기록이란 뜻이며, 《환구일록(環璆日錄)》은 ‘지구를 돈 여행 기록’이란 뜻입니다. 모두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