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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인류가 힘을 합쳐 가이아 지구를 회복시킬 때

《가이아의 복수》, 제임스 러브록 저자(글) · 이한음(역), 세종서적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34]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즘 지구가 이상합니다. 세계 곳곳이 치솟는 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렇게 고온으로 치닫다 보니 산불도 자주 납니다. 자주 날 뿐만 아니라 바짝 마른 산하에 불꽃이 당겨지면 대형산불로 번집니다. 이번 여름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당국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캐나다 국토를 불태웠으며, 그 연기가 미국 동부의 하늘을 덮었습니다. 뉴스에서 노랗게 변한 뉴욕의 하늘을 보다 보니, 순간 지구의 종말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섬뜩함을 느끼겠더군요.

 

그리고 뜨겁게 달궈진 대기가 요동을 치면서 엄청난 폭우가 지구 곳곳을 때립니다. 바다는 또 어떤가요? 바다 온도도 올라가면서 플로리다 앞바다는 섭씨 38도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렇게 바다와 대기 온도가 올라가니 태풍이, 그것도 슈퍼 태풍이 발달합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지구가 더 이상 못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듯이 느껴집니다.

 

이거~ 제가 호들갑 떨고 있는 건가요? 얼마 전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이 쓴 《가이아의 복수(The Revenge of Gaia)》를 읽었습니다. 참! ‘가이아가 복수한다니? 가이아가 누구냐?’고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이아’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입니다. 러브록은 지구를 단순히 뜨거운 불덩이를 품고 있는 암석 덩어리와 이를 둘러싼 물과 대기의 집합체로만 본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생물권까지 포함하여 조화된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살아있는 지구에 ‘가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입니다. 사실 ‘가이아’라는 이름은 러브록이 직접 붙인 것은 아니고, 소설 《파리대왕》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윌리암 골딩이 러브록의 얘기를 듣고 붙여준 이름입니다.

 

러브록은 지구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자체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뜨거워지고 있는 태양이 지구를 달구는데도(지구에 생명이 처음 출현하였을 때보다 태양은 25% 더 뜨거워졌으며, 이는 지표면 온도를 20도 올릴 만한 양이라고 합니다) 지구는 일정 온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지구는 앞으로도 계속 뜨거워지고 팽창하면서 나중에는 지구까지 삼켜버리겠지만, 그것은 아득한 먼 훗날의 이야기입니다.

 

러브록이 처음 이 이론을 주장했을 때, 과학자들은 러브록이 증명하지도 못하는 것을 비유적인 표현으로 포장한다며 러브록을 조롱하기까지 했는데, 2001년 암스테르담 회의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지구 시스템은 물리적ㆍ화학적ㆍ생물학적ㆍ인간적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하나의 자기 조절계로서 행동한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어도 가이아 지구는 자체 조절하면서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스스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실제로 러브록은 가이아 이론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희석한다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생명체도 어느 한도를 넘어서면 살 수 없듯이, 가이아 지구에도 그런 인내의 한계가 있습니다. 러브록은 가이아 이론을 발표한 이후 그런 지구 인내의 한계에 관해 계속 연구하면서, 지구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2006년에 《가이아의 복수》라는 책을 낸 것입니다.

 

러브록도 처음에는 2004년에 나온 마틴 리스의 《우리의 마지막 세기(Our Final Century)》를 읽고, 그 내용이 그저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는 억측이나 다름없다며, 그것 때문에 잠 못 이룬 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답니다. 그러다가 전 세계의 관측자들이 내놓는 증거들이 우리 기후가 지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급하게 이 책을 낸 것이지요.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2008년도에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저는 진작에 이 책을 보고 싶었으나 절판되어 보지 못하다가, 드디어 얼마 전 헌책방에서 이를 살 수 있었습니다. 책의 서문에서 러브록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지구의 질병이 아니라 심장이자 정신이어야 한다. 따라서 인류의 욕구와 권리만 생각하는 짓을 당장 그만두고 우리가 살아 있는 지구에 피해를 줘 왔으며 가이아와 화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야만적인 전쟁 군주들이 이끄는 분열된 오합지졸이 되기 전에, 아직 협상할 힘을 충분히 지니고 있을 때 그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가이아의 일부이며, 그녀가 진정으로 우리의 고향임을 명심해야 한다.

 

러브록은 지구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그때는 아무리 노력하여도 되돌릴 수가 없다며, 그 임계점을 넘기 전에 온 인류가 힘을 합쳐 가이아 지구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러브록이 이 책을 쓴 때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미 그 임계점에 거의 다다른 것 같습니다. 아니, 요즘 가이아 지구가 신음하는 것을 보면 이미 그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합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이 있지요? 지구가 지금과 같은 탐욕의 자본주의를 계속 유지하다가는 다 같이 망한다며, 지속 가능한 발전만 유지하도록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러브록은 ‘지속 가능한 발전’만으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지속 가능한 퇴보’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지구온난화는 과장된 주장이라며 자본주의 발전을 계속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러브록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사려 깊지 않게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각 이해 집단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듣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설령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도 결코 그것을 시인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지만, 말로는 언제나 인류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러브록이 지금 우리나라 사회, 정치상황을 놓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하여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말입니다. 어느 시대에나 어느 지역에나 이런 인간들은 늘 있군요.

 

지금 우리 상황은 어떤가요? 러브록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 가족이 피할 수 없는 집행을 기다리는 행성 크기의 사형수 감방(우주적인 감방)에 투옥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날이 가고 해가 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우리는 계속 흥청망청 지낼 것이며, 신앙을 지닌 사람은 신에게 집행을 유예해 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샌디와 나 같은 사람들은 아마 사형집행인과 마주치지 않고서 집행일이 오기 전에 사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들은 잔인한 결과와 맞닥뜨릴 것이다.”

 

러브록의 말에 몸이 으스스 떨립니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극한의 상황까지 왔습니다. 가이아는 지금 최후의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어찌할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