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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투전풀이, 상가서 졸음을 이기려는 노래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4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편지가 왔다네> 와 <농부가>, 그리고 퉁소를 소개하였다. 함경도 지방에서는 각 마을의 최고 퉁소잽이들이 모여 겨루기 한마당이 열려 왔다는 점, 연변의 조선족 사회에서도 함경도에서 옮겨 온 동포들이 <퉁소예술절>을 열어 오고 있을 정도라는 점, <편지가 왔다네>는 사설 내용이 재미있거니와 다른 지역의 농부들이 농사 관련 농요를 부르듯, 함경도 지방에서도 관련 농요들을 불러왔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투전풀이> 또는 <투전타령>이라 해서 노름을 하며 부르는 노래들을 소개해 본다.

 

투전(鬪牋)이란 돈 놀음이다. 그림이나 문자를 넣어 끗수를 표시한 종잇조각을 가지고 승부를 가리는 성인남자들의 방안놀이를 말함인데, 심심풀이의 수준을 넘어 거액의 돈을 잃거나 해서 신세를 망친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자주 들어왔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노래로 소개하는 <투전풀이>, 또는 <투전타령>이라는 소리는 놀음판에서 불리는, 곧 투전하며 부르는 소리이긴 하되 놀음이 위주가 아니라, 소리가 중심을 이루는 말이 되겠다. 다시 말해, 노름꾼들이 조용한 장소를 선택해서 은밀하게 거액을 걸고 하는 노름이 아니라, 상가(喪家)에서 망자(亡者)와 그 집안 식구들을 위로하기 위해, 또는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졸음을 이기기 위해, 노래를 불러가며 재미있게 벌이는 놀이 형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므로 남의 눈을 피해 가며 거액을 잃고 따는 금지된 거래와는 그 성격과 규모가 다르다.

 

이 노래의 장단은 흥겨운 동살풀이 장단이나 주로 2박 장단이 쓰인다. 청(淸)이 좋은 사람들의 투전타령은 특히, 새벽녘 상주들의 울음소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이다. 흔히 서도소리는 애처롭고 구성진 노래라는 점이 연상되나, 이 투전풀이는 노랫말도 다듬어지지 않은 듯 투박하지만, 그런대로 즉흥성을 띤 흥겹고 재미있는 가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지숙이 부른 <투전풀이>는 노랫말 9종을 소개하고 있다.

 

제1곡 ‘일자도 모르는 건 판무식이로다.’, 제2곡 ‘이러구야 살 수 있나?’, 3곡 ‘상가집에 아주머니’, 제4곡 ‘사물사물 얽은 님’, 제5곡 ‘오스라지고 담 넘어’, 제6곡 ‘육육봉은 터인봉’, 제7곡 ‘도리도리 돌돌’, 제8곡 ‘영산홍록’, 제9곡 ‘개소리 말아라’, 등으로 숫자의 발음을 따서 같게 시작하거나 비슷한 발음으로 시작하여 부르고 있다.

 

 

한편, 박기종의 《서도소리 명곡대전》에는 <투전타령Ⅰ>에 20곡, <투전타령Ⅱ>에 10곡. <투전타령 Ⅲ>에 10곡, 등 모두 40종의 노랫말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투전타령Ⅰ>에 소개된 20곡은 모두 아~로 시작하는 노랫말이어서 주의를 집중시키는 듯한 시작형이 아닌가 한다.

 

예를 들면 1 ‘일자의 무식은’, 2. ‘아~사창 비둘기는’, 3. ‘아~약간의 뜬 자는’, 4. ‘아 ~ 전기불이’, 5. ‘아 ~네 불님이’, 6. ‘아 ~남포동 가까운’, 7. ‘아~ 오뉴월’, 8. ‘아~육날’, 9. ‘아~오라버니’, 10. ‘아~오구 가구는’ 등이며, 이하 11~20절까지는 모두 아~를 먼지 낸 다음, 각 절에 적절한 가사로 시작하고 있어서 정해진 순서가 아닌 듯하다. 이후, <투전타령 Ⅲ>에 소개되는 10곡도 일, 이, 삼, 사 등과 관계있는 발음으로 첫 사설을 시작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지숙의 음반에 나오는 <투전풀이>는 각 각의 노랫말이 일정하게 순서가 정해져서 불려 졌으며 가사의 내용서도 노랫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 숫자는 의미를 살리기 위한 연결구라기보다는 숫자의 발음을 따라 즉흥적으로 둘러대는 말장난에 가까운 사설치레가 아닌가 한다.

 

가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일자도 모르는 건 판무식이로다.

떨레 떨레 광창이지, 남으로 흥 뻗은 길이라.

2. 이러구야 살 수 있나, 저러구야 살 수 있나.

떨레 떨레 광창이지, 남으로 흥 뻗은 길이라.

3. 상가집의 아주마니 아이고 데고 우지말고, 팥죽이나 잡수소.

떨레 떨레 광창이지, 남의 님, 벨로(별스럽게) 곱드라.

4, 사물사물 얽은 님은 오목조목 정만 든다누나.

괴천이 동척이지 남으로 흥 뻗은 길이라.

5. 오스라지고 담넘어 가누나,

오경밤중 큰 애기 너무 곱드라.

6. 육육봉은 터인봉 강건너 문수봉,

개미허리 잘숙봉, 평양의 모란봉이라

7. 도리도리 돌돌 과천동이요,

백수한산의 불로초로다.

8. 영산홍록의 봄바람이요. 광창의 모란봉 을밀대로다.

9. 개소리 말아라. 범의 소리 나가누나.

떨레떨레 광창이지, 남으로 흥 뻗은 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