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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서도의 대표적인 좌창, 공명가(孔明歌)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4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앞에서 부산의 소리꾼, 하인철은 <향수>를 비롯하여 <배뱅이굿과 함께하는 고향길>, <8도강산 소리여행>, <창세무가-創世舞歌>, <하인철의 전통 소리를 담다>, <산염불>과 <각설이 타령> 등, 공연무대를 통해 자신의 독자적인 소리세계를 만들어왔다고 이야기하였다. 각 소리제에는 지역 토착민들의 독특한 표현이 녹아 나온다는 이야기, 수심가조는 목을 조여서 위로 치켜 떠는 듯한, 격렬한 요성(搖聲)법이 특징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서도좌창 가운데서도 널리 알진 공명가(孔明歌)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우선 용어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서도좌창’이란 말에서 서도(西道)는 관서지방, 곧 평안남북도와 황해도 지방을 가리키는 지역 이름이고, 좌창(坐唱)이란 앉아서 부르는, 연행형태가 단정하면서도 비교적 가사가 길고, 느린 형태의 노래를 가르치는 말이다. 그러므로 앉아서 부르는 관서지방의 긴소리를 일컫는 말이 곧 서도좌창이다. 과거에는 좌창이라는 이름보다는 <잡가-雜歌>, 또는 <긴 잡가>라는 말도 사용해 왔지만, 지금은 좌창, 또는 긴잡가, 긴소리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서도의 긴소리, 또는 좌창으로 분류되는 소리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 가운데서도 비교적 자주 불리고 있는 대표적인 소리들을 꼽아보면 <공명가>를 비롯하여 <초한가>, <배따라기>, <영변가-寧邊歌>, <제전-祭奠> 등이고, 그 밖에 <적벽부-赤壁賦>, <관동팔경-關東八景>, <장한몽-長恨夢)>이라든가, 공명가에서 파생되어 나온 <사설공명가>와 <별조공명가>, 그리고 휘몰이잡가처럼 이와 비슷하게 장단을 몰아치는 <맹인 덕담경>과 <파경-罷經>등도 포함된다.

 

또한, 노래라기보다는 책을 읽는 듯한 송서류의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이라든가, 서울 경기지방의 가사(歌詞) 음악과 유사한 <관산융마-關山戎馬>라는 서도지방의 시창도 있다.

 

서도의 좌창은 물론이고, 송서나 시창과 같은 느리고 긴소리들 모두는 수심가조의 가락이나 표현법 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서도지방의 대표적인 소리제라 할 것이다.

 

 

이번 주에 소개할 ‘공명가’라는 노래는 공명(孔明)에 관한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곧 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명재상 제갈 양에 관한 내용인데, 그의 자(字)가 바로 공명이기에 <제갈 양>을 그렇게 부르는 데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그의 별호는 와룡 또는 복룡이다.

 

공명은 후한 말, 유비를 도와 촉한을 건국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일등공신이다. 이 노래의 제목이 <공명가>이니 만큼 이 소리는 공명의 활동을 중심으로 엮은 내용이다.

 

그 줄거리는 조조와 대치하고 있는 오(吳)나라의 주유와 함께 공명이 전략을 논의하는데, 화공(火攻)이라야 승산이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겨울철에 동남풍이 어찌 있겠는가? 하는 점을 주유가 크게 걱정하자, 공명이 갈건야복(葛巾野服, 갈건과 베옷)으로 남병산에 올라 동남풍을 비는 광경을 그린 내용이다. 결국 공명은 동남풍을 일게 하는 신통력을 발휘하였으나, 주유는 공명의 이러한 능력이 훗날에는 걱정이 된다면서 은혜를 입은 공명을 해칠 계책을 세운다. 그러나 공명은 이미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고 몸을 피해 무사히 하구(夏口)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머릿부분의 노랫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공명이 갈건야복으로 남병산 올라 단 높이 모으고 동남풍 빌 제,

동에는 청룡기요. 북에는 현무기요, 남에는 주작기요 서에는 백기로다.

중앙에는 황기를 꽂고, 오방기치를 동서사방으로 좌르르 벌리어 꽂고,

발 벗고 머리 풀고, 학창흑대 띠고 단에 올라 동남풍 빌은 후에,

단하를 굽어보니 강상에 둥둥둥둥 떠오는 배, 서성(徐盛), 정봉(丁奉)의

밴 줄로만 알았더니 자룡의 배가 분명하구나.

즉시 단하로 내려가니 자룡 선척을 대하였다가 선생을 뵈옵고 읍하는 말이

“선생은 체후일향 하옵시며 동남풍 무사히 빌어 계시나이까,

동남풍은 무사히 빌었으나 뒤에 추병이 올 듯하니, 어서 배 돌리어

행선을 하소서.” (아래는 줄임)

 

마지막 부분에서는 서성의 의미있는 자탄이 다음과 같이 수심가 조로 맺고 있다.

“한종실(漢宗室) 유황숙은 덕이 두터워 저런 명장을 두었건만, 오왕 손권은 다만 인자(仁慈)뿐이라. 천의(天意)를 거역지 못하여 나는 돌아만 가누나”

 

<초한가>와 더불어 서도창의 정수로 알려진 이 공명가는 부분 부분의 진행이 힘찬 고음에서 저음으로 연결되는 하행(下行)선율형, 꼳 강하게 뻗는 대목에서는 살짝 떨어주며 내는 요성(搖聲)과 졸음목(폭을 좁혀 격하게 떨어줘서 결정적인 긴장감을 유발하는 요성법)을 구사하는 대목이 일품이다. 또한, 극(劇)적인 구성이나 내지르는 목청이 격렬하고 강(强)과 약(弱)의 대비가 뚜렷하여 엮음수심가의 창법을 활용하여 서도창의 멋을 지키고 있는 소리다.

 

서도의 좌창 중에서는 초한가와 함께 널리 애창되고 있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