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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입동, 사람 아닌 것들의 안부 궁금할 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02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 동

 

                       - 이덕규

 

     곡식 한 톨이라도

     축내면 그만큼

     사람이 굶는다

 

     가을걷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빈손으로 떠난

 

     오직 사람 아닌

     것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 절기 입동(立冬)으로 이날부터 '겨울(冬)에 들어섭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궁궐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임금이나 나이 많은 벼슬아치들에게 우유를 주었다고 하는데 이제 임금이 아니어도 우유를 맘껏 마실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한 처지일 것입니다.

 

이런 궁궐의 풍습처럼 민간에서도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아름다운 풍속도 있는데 이는 입동 등에 나이 든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데 이때는 아무리 살림이 어려운 집이라도 치계미를 위해 곡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지요. 입동 무렵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는데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고는 이를 ‘도랑탕 잔치’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뿐이 아니라 치계미와 도랑탕 잔치 말고도 우리 겨레는 오직 사람 아닌 것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이덕규 시인은 그의 시 <입동>에서 “가을걷이 / 끝나자마자 / 서둘러 / 빈손으로 떠난 / 오직 사람 아닌 / 것들의 안부가 궁금하다.”라고 노래합니다. 혹시 까치가 오거든 먹으라고 감 몇 개를 감나무에 따지 않고 남겨 두지요. 동지 때 곳곳에 ‘고시레’ 하면서 팥죽을 뿌리며, 우리는 겨울철에 먹을 것이 없어 굶는 짐승들을 걱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