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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동안 3박 4일 범선 타고 독도 항해

독도 항해기 1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6월 17일 밤 9시에 범선 코리아나호 정채호 선장이 후포항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카메라를 챙기며 아내에게 독도 다녀올 테니 옷가지를 챙겨 달라고 하니, 지난주에 남해안 요트 항해하고 어제 기성 구산항을 다녀온 사람이 이 밤에 또 간다고 하니 한 소리 한다.

 

아침 일찍 짐을 챙겨 후포항에 도착하니 낮 3시 30분이다. 배에는 선장님과 기관장, 산악인 손칠규 선배, 선원 씨면(러시아 청년), 태훈(안양) 요트인이 먼저와 출항 준비에 한창이다. 선원(Crew)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후포로 귀향하여 사는 친구 권종석 선생이 마리나 부두로 와서 잠깐 보고 승선하였다. 이번 항해는 안재영(헤이리 영토문화관 독도, 디엠지평화동맹, 두레샘) 관장팀 31명과 선원 6명으로 모두 37명이다.

 

2024년 6월 18일 저녁 4시 15분 후포항 마리나를 출항하여 항구를 빠져나오니 동해 넓은 바다에 검푸른 파도가 일렁이며 뱃전을 철썩인다. 범선의 속도는 8.5~9마일로 시간당 약 16km 정도로 간다. 시야가 좋아 우현으로 왕돌초를 지나가는데, 주변에 어장이 많아 이리저리 피하면서 물살을 가른다. 들물이 왕돌초 해산에 부딪혀 동쪽과 서쪽 바다의 물살이 전혀 달라 육지 쪽으로 세차게 밀려온다.

 

 

 

우리 배는 안정된 속도로 파도를 밀어낸다. 어두워지니 근해에는 고깃배들이 여러 척 보이고 4시간 정도 항해하여 육지와 멀어지니 어선은 사라지고 망망대해를 범선 홀로 지나간다. 음력 13일이라 달빛이 휘영청 온 바다에 내려앉아 배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아엠셀링 노래에 맞추어 바람과 파도, 석양과 어두움, 점점이 보이는 몇 개의 별, 아스라이 밀려오는 추억들이 머리를 스치며 밤바다에 몸을 맡긴다. 아주 멀리 불빛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어선이 아니고 화물선이다. 보름달이 밝으면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다.

 

20시부터 답사단을 모아 놓고 한 시간 정도 선상 강의하였다. 단원 가운데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섞여 있어, 강의 수준을 맞추기가 어려워 여러 독도 이야기를 두서없이 하였으나 좋은 반응으로 신나게 강의 하였다.

 

어두운 밤의 범선 항해는 나름의 맛이 있다. 배가 흔들림이 없어 밤바다를 가르며 달리고, 내 몸에 와서 안기는 바람의 촉감, 망망대해의 거침없는 풍경, 순간순간이 치유이며 재미있다. (범선 야간 항해는 배가 피칭(배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이나 롤링(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일)이 없어 밤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느낌으로 안전하고 재미있다.)

 

 

단원들은 그룹별로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청년들도 있고, 트럼펫으로 홀로 아리랑을 부니, 밤바다에 울려 듣는 이의 마음에 울컥해진다.

 

나는 연일 강행군으로 몸이 지쳐서 선실(살롱) 긴 의자에 누워서 파도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잠시 눈을 붙였다. 새벽 1시경 바다를 보러 선창으로 나오니, 손칠규 선배와 씨면 씨가 자정부터 키를 잡고 배를 운항하고 있다. 좌현 멀리 울릉도 불빛이 바다안개로 희미하게 보인다. 배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를 당부하고, 시계를 새벽 4시에 알람을 해놓고 잠깐 누웠다. 일어나니 파도와 해무가 올라와 배 위에는 물기가 가득하다.

 

먼 하늘에 조금씩 붉은 여명이 비친다. 오늘은 해무가 두껍게 끼어 정상적인 해돋이를 보기 어렵다. 배의 운항을 앞바람과 낮은 엔진 출력으로 천천히 하여 새벽 4시에 독도에 도착하지 못하여 좋은 사진을 찍기는 어렵다. 새벽 4시 50분 붉은 해가 운해(雲海, 구름이 덮인 바다) 위로 떠 오른다. 독도는 보이지 않고 해가 떴지만, 해돋이는 장관이다.

 

 

5시경 멀리 독도가 보이고 독도 근해에 오니 해가 중천에 떠 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선장님께서 독도 항해 지휘권을 나에게 주어 독도 안내해설 항해를 시작하였다. 동도와 서도 가운데까지 배를 몰고 가서 우현으로 배를 돌려 서도 코끼리바위를 돌아 물골 방향으로 아주 천천히 독도를 한 바퀴 돌면서 내가 마이크를 잡고 독도의 여러 바위 이름이나 지형과 시설물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답사단이 독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침 7시 30분경 동도 부두에 배를 대려고 하니 파도가 밀려와 배가 거칠게 밀린다. 독도경비대원이 줄을 잡아주어 독도 부두에 배를 대고, 동도 망양대까지 올라가서 동ㆍ서도를 조망하면서 식물과 주요시설을 안내했다. 어제부터 지인인 독도 등대 시인 김현길 주무관에게 수십 차례 연락하였는데 전화가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나와서 만나지 못하여 무척 아쉽다.(포항에 있다는 전화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