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셰르파 라매쉬 씨와 호텔 부근에서 택시를 3,500루피에 하루 전세하여, 힌두교와 티베트 불교의 중요 순례지인 ‘부드나트 스투바’를 찾아갔다. 외국인 입장료는 400루피인데, 1,000루피를 주니 잔돈을 수북이 내어준다. 외국인에게 알아보기 힘든 잔돈을 잔뜩 주면 어떡하냐고 한 마디 하니 그제야 500루피와 50루피 두 장을 제대로 거슬러 준다. 자국민의 입장료는 무료다. ‘부드나트 스투바’는 원형 백색 탑 가운데에 사방을 내려다보는 눈(지혜의 눈)이 있고, 그 주위를 시계 방향으로 돌며 걷는 순례자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탑과 도로 폭만큼의 간격을 두고 상점과 사원들이 둥글게 둘러싸고 있다. 탑 북쪽 입구에 신발을 맡겨두고 맨발로 탑 2층으로 올라가 한 바퀴 돌았다. 사람들이 탑 주변에서 마니차(원통형의 불교 법구)를 돌리거나 경전을 외우는 등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남쪽 입구 출입문 부근에는 라마승 열댓 명이 모여 붉은 말머리(닭머리) 모양의 독특한 모자에 승복을 입고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차량에서 두 남녀가 내리자, 황금빛 우산으로 인도하고, 특유의 나팔을 불며 행진하는 모습이 보여 흥미롭게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지난해 11월 네팔에 다녀와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를 연재중인 안동립 기자(동아지도 대표, 옛 조선유적답사회 회장)의 최근 네팔의 산사태 소식을 접하고 긴급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편집자말) 최근 다녀온 랑탕 계곡과 샤프루베시 일대가 이번 산사태 피해 지역에 포함되었다. 최대 피해지인 라수와가디 하류인 샤프루베시까지는 약 15km에 불과해, 대량의 토사와 빙하, 물이 섞인 흙더미가 순식간에 계곡을 덮쳐 큰 피해를 보았다. 지나고 보니 참으로 아찔하다. 지난 '캉진리 등정기(2025년 11월 18일~28일)'를 작성할 당시, 랑탕 계곡의 압도적인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구간'들에 대해 본문 중 일곱 차례나 강조하며 경고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현장에서 느꼈던 그 불안정한 지형과 위태로운 기운이 결국 비극적인 현실로 다가와 마음이 더욱 중하고 안타깝다. '모두가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everyone a safe return home' ▶ 길 주변에는 여러 곳의 산사태 위험 지역이 있는데, 특히 빙하수가 흘러내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샤브루베시 마을의 아침은 천둥 같은 계곡 물소리와 산그림자가 내려앉아 춥고 싸늘하다. 카트만두로 가는 버스들이 승객을 태우려고 경적을 울리고 다닌다. 조용한 산골 마을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제 예약한 지프차가 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다. 운전기사는 무척 친절하였다. 차의 속도는 평균 시속 20km 정도로 섰다 가기를 반복하며 천천히 달려 카트만두로 간다. 트레킹을 떠날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검문소와 체크포인트를 여러 개 지나며 신고를 한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햇살에 비친 산등성이의 마을들이 반짝이며 아름답다. 거칠고 투박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네팔 여행이 으뜸일 것이다. 산악도로 일부는 포장이 되어 있으나, 약 100m~500m 간격으로 산사태와 낙석 구간이 이어져 차가 제대로 달릴 수 없다. 도로가 패거나 유실되고 돌이 떨어져 있어 위험 앞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데도, 지나는 현지인들의 표정은 일상인 듯 편안해 보이고 그들의 순한 미소가 아름답다. 네팔에는 영업용 오토바이가 많은 것 같았다. 사람을 뒤에 태우고 곡예 운전을 하며 산악도로를 달리는 광경을 보면서, 산악 국가이니 그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어제 묵은 라마호텔은 너무나 열악했다. 나무판자 벽 틈과 유리창으로 찬 바람이 들이치고 계곡 물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설쳤다. 다른 트레커들에게는 도저히 추천하기 어려울 듯싶다. 차라리 30분쯤 아래에 있는 ‘림체’ 롯지가 훨씬 따뜻하고 아늑하다. 이곳에는 롯지가 여러 채 있지만, 그저 모진 바람이라도 피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수준이다. 아침을 대충 먹고 라마호텔을 출발해 우리가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본격적인 하산길에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림체 롯지의 산상 카페에서 따뜻한 드립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젊은 주인이 원두를 직접 갈아 내려주었는데, 그윽한 커피 향이 지친 몸에 스며들자, 며칠 동안 쌓인 피로가 한순간에 눈 녹듯 풀리는 것 같았다. 이곳까지는 길 상태가 좋아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걸어 내려갔다. 하지만 출렁다리를 지나면서부터 밤부(Bamboo) 롯지를 거쳐 도맨(Domen) 롯지에 이르는 구간은 곳곳에 산사태 지역이 널려 있는 데다,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쉴 새 없이 이어져, 발을 디딜 때마다 체중이 앞으로 쏠려 발가락에 통증이 밀려왔다. 점심 무렵 파이로(Pairo) 롯지를 지나갈 때였다. 한국인을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오늘은 캉진곰파에서 라마호텔로 하산한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 사장 네루푸라마 씨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마을 입구 길목, 거대한 돌무더기로 변해버린 산사태지역에 세워진 추모비를 다시 찾았다. 네팔 대지진 때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추모 비석이다. 큰 희생이 있었으나 척박한 두메라 별도의 안전 대책은 없고 ‘옴마니반메훔’ 기도하면서 지나가야 한다. 이곳을 지나가는 트레커와 현지인 모두가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해발이 낮아짐에 따라 주변의 식생이 조금씩 늘어나며 깊은 V자 계곡 안으로 접어들었다. 해발 3,150m 지점인 기앙타탕(Ghyangactam, 서밋 사이트)까지 내려오니 거짓말처럼 고산증 증세가 말끔히 사라졌다. 점점 숲이 울창해지는데, 산의 남쪽 사면(벽)은 햇살이 잘 들어 건조하여 나무보다는 밭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반면 산의 북쪽 사면은 습도가 높아 우거진 수림과 이끼류가 가득하여 식생 상태가 무척 좋다. 아름다운 랑탕 계곡 길을 물소리와 함께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올라갈 때는 체력이 바닥난 탓에 귀청을 찢는 사나운 굉음처럼 무섭게만 들리던 계곡의 물소리였는데, 하산하며 마음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어젯밤 캉진곰파의 기온은 영하 18°C까지 뚝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화장실 수도관이 모두 얼어있다. 나흘째 세수를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씻지 않은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체르고리(Tserko Ri, 4,980m) 등반팀 4명은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하고 나와 민병귀 대원은 캉진리(Kyanjin Ri, 4,700m) 등반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뒷산인 캉진리(봉)는 남향이라 골바람이 불어와 무척 차갑지만, 내리쬐는 햇살이 워낙 강렬한 직사광선이라 몸이 빠르게 더워진다. 결국, 입고 있던 두꺼운 패딩 점퍼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발 아래를 내려다보니 캉진곰파 마을이 장난감처럼 조그맣게 보인다. 해발 4,100m까지 올리는 데 약 50분 정도가 걸렸다. 산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매서워 귀마개를 해야 했다. 공기가 건조한 탓에 입술이 쩍쩍 갈라진다. 오르는 경사도가 60°에서 70° 달하는 급경사를 지그재그로 천천히 오르는데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힘이 들어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수십 번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올라갔다. 산을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로 어지럽게 나 있는데, 사람이 걸어간 길은 잔돌과 자갈이 많아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오늘은 랑탕 마을에서 캉진곰파(Kyanjin Gompa, h 3,840m) 마을로 향한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7시에 누룽지 한 그릇 먹고 8시에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저 멀리 캉진리(봉)와 캉진곰파 마을이 빤히 바라보이는데, 막상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는데, 해발 3,600m 지역 전체는 대형 산사태로 밀려 내려온 토사가 선상지를 이루고 있다. 아마 수백 년 전부터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사태 지역인 듯하여 걷는 내내 무섭기도 하고 압도되기도 한다. 여기저기 널린 커다란 돌들은 마치 거대한 공깃돌처럼 사방으로 굴러다니다 흩어져 있다. 최근에 발생한 사태 지역에는 작은 나무다리를 설치해 놓았는데, 무척 위험하여 빠르게 통과했다. 이렇게 척박한 곳에 사람들이 살면서 돌을 골라내 땅을 일구어서 밭과 초지를 조성하여 야크도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끈질기게 살아가니, 인간의 삶의 의지가 이어지는 것은 참으로 경이롭기도 하다. 계곡 상류로 접어드니 거칠던 물줄기가 가늘어지면서, 물소리가 마치 소나무 숲을 스치는 솔바람 소리처럼 '솔솔‘ 들려와 아주 정겹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태고의 자연색을 그대로 눈에 담고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이 어두워지니 림체 롯지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등산객 열댓 명이 식당 난로 부근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눈다. 나는 고산증 증세인지 손가락 끝이 저리고, 왼쪽 다리 대퇴부 접히는 부분 근육이 올라와 숙소로 돌아와 파스를 붙였다. 가파른 언덕을 많이 오르내려서 생긴 듯하다. 평소 운동 부족으로 몸이 망가진 것이다. 내일은 더 천천히 걸어야겠다. 고산 지대라 구름이 피어오르고 꽤 추워졌다. 산그림자가 어둠으로 변하며 빠르게 어둠이 찾아왔다. 저녁 7시 30분에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롯지의 벽은 판자로 대어 놓아 옆방 소음과 불빛이 훤히 들어오는 바람에 불편하여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밤 11시 40분쯤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밖에 나가 하늘을 보니 구름은 사라지고 산 위에 별이 잔뜩 걸려 있어, 누가 누가 더 밝은지 시합을 하고 있는 듯하다. 별과 산이 가까워서 그런지 별들이 유난히 크고 무척 밝게 보인다. 별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져올까 했었으나, 무게 때문에 포기한 것이 무척 아쉽다. 슬기말틀(스마트폰)로 여러 장 찍었는데, 사진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정말 좋다. 다시 자리에 누우니 계곡의 물소리가 장마철 소나기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샤브루베시(고도 1,420m)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였다. 나는 포터나 셰르파에게 과도한 무게를 지게 하는 것은 인권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카고백 무게는 약 15kg 정도로 맞추고, 배낭을 가볍게 멨다. 공통 포터비(1일 20달러) 외에 별도의 요금(1일 30달러)을 더 주고 남체바자르 출신 로메스 씨(32살, 976-546-5632)를 개인적으로 고용하여 동행하게 되었다. 랑탕 계곡 길 초입은 비포장도로로 공사 차량이 다니고,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빙하수가 귀청을 뚫을 듯한 엄청난 굉음을 울리며 사납게 흘러간다. 여울과 돌의 위치에 따라서 짧고 굵게, 혹은 길고 느리게 흐르는데, 아름답고 웅장한 소리가 장단처럼 울려 걷는 이에게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협곡 좌우 끝으로 설산이 보이자, 내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두근거렸다. 이 길은 곤륜산을 지나 구름을 타고 아미산으로, 신선의 세계로 향하는 듯한 느낌이다. 좁고 험한 협곡을 걸으며, 저 끝에는 이상의 나라 꿈꾸는 세상이 있겠지… 철다리 건너에 있는 도멘(Domen, h 1,607m) 롯지(산장)에서 차 한잔 마셨다. 이곳은 여울이 좁아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가 무척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어젯밤 11시,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아서 다행이다. 아침 식사 뒤 8시 30분 호텔 체크아웃하고, 대원 6명과 셰르파(가이드) 2명이 14인승 승합차를 타고 카트만두에서 출발하였다. (포터 3명은 어제 출발) 출근길 도로에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엉켜 혼잡한 데다 곳곳에 도로가 파손되어 차량이 심하게 흔들렸고, 빵빵대는 경적까지 더해져 정신이 없다. 도로에는 먼지와 매연이 날려 시민들의 건강이 걱정스럽다. 40여 분을 달려 북쪽 산악지대로 접어들면서 해발 1,900m까지 점점 높아지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면 깎아지른 듯한 다랑논과 밭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산 아래의 식생은 열대우림인데, 고도를 올리면서 사계절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멋진 풍광이다. 한쪽에서는 추수하여 곡물을 말리고 있으며, 벚꽃, 밤꽃 등 이름 모를 꽃들도 만발하였다. 야자수 나무 뒤편으로 멀리 구름 위로 하얀 설산과 빙하수가 넘쳐흐르는 계곡이 보이는데, 이 수직적인 비현실적 광경에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든다. 늙은 아주머니가 힘겹게 무거운 짐을 머리에 메고 걸어가고, 벼랑 끝 손바닥만 한 밭에서 일하는 농부, 가파른 절벽에서 염소나 양을 치는 목동까지…. 척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