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신작 연극 〈춘섬이의 거짓말〉이 지난 7월 25일 성수아트홀에서 막을 올린 이후, 관객과 평단의 열렬한 반응 속에 순항 중이다. 전통 서사의 감성과 현대적 재해석이 맞닿은 무대 위에서, 폭압적인 현실 속에서 삶을 지어냈던 조선 여인들의 웃음과 눈물, 슬기와 연대가 되살아난다.
개막주 시사회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입을 모아 찬사를 보냈다. “곧 국어 교과서에 실릴 작품 같다”,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주인공 같았다”, “세 번은 봐야 할 작품”이라는 관람 후기가 이어졌다.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들뿐 아니라, 고전을 다시금 바라보려는 교육 및 문화예술 관계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은 누구나 알지만, 그의 어머니 ‘춘섬이’를 아는 이는 드물다. 〈춘섬이의 거짓말〉은 이름조차 흐릿했던 조선 여인 춘섬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꽃다운 나이 열여덟, 사랑하는 이와 혼례를 꿈꾸었으나 양반의 욕망에 휘말려 벼랑 끝에 서게 되고 스스로 운명을 짓기 시작한다. 춘섬이가 선택한 ‘거짓말’은 한 아이의 운명을, 나아가 조선의 질서를 뒤흔드는 기폭제가 된다. 춘섬의 곁에는 마님의 몸종 쫑쫑이, 찬모 딸끝네, 어머니가 함께 있다. 그들이 함께 짓는 거짓말은 단지 생존이 아니라, 운명을 새로 쓰는 여성들의 은유적 저항이자 찬란한 연대다.
이번 무대는 김정숙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따뜻한 시선, 그리고 극단 모시는사람들 특유의 서사적 연극성과 토속적 정서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풀과 억새로 둘러싸인 자연 무대,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는 너럭바위, 계절과 정서를 이끄는 조명과 음악, 그리고 예술적인 의상까지—섬세한 연출의 조화는 매 장면을 하나의 그림처럼 그려낸다.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하는 건 명품 배우들의 열연이다.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한 김현, 신문성, 그리고 (사)마당극패 우금치의 성장순 같은 노련한 배우들의 묵직한 존재감 위에, 춘섬 역의 이다솜ㆍ송혜지, 개불과 쉰돌이 역의 이명준ㆍ고예본 등 젊은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힘을 더했다. 출연진 13인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진중한 연기는 “모든 배우에게 연기상을 주고 싶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춘섬이의 거짓말〉은 오는 8월 3일(일)까지 성수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세상 팔자를 바꾼 거짓말,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만나러 성수아트홀로 발걸음해보길 바란다. NOL(인터파크)티켓, 예스24티켓, 네이버 예약으로 예매할 수 있고, 현장매표소에서도 입장권을 살 수 있다. 호텔포코 성수와 함께 도심 속 여름휴가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입장권과 객실 패키지도 팔고 있다.
○ 문의 : 극단 모시는사람들 02-507-6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