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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K 교수 부인은 그가 만난 몇 번째 여인일까?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2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제가 연애 이야기를 했으니까, 이제는 댁에서도 연애 이야기를 해야지요. 아마도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뭐라고요? 은경 씨는 연애 경험이 없다고요? 결혼하기 전까지 연애 한 번 못 해보았다고요? 믿기지 않네요. 그걸 믿는 남자가 있을까요? 정말이라고요? 예쁜 꽃에는 벌과 나비들이 많이 모이지 않나요? 글쎄요... 왜 연애를 못 했는지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요?

 

뭐라고요? 요즘에 여드름이 난다고요? 그것참 이상하네요. 사춘기에도 나지 않던 여드름이 요즘 난다니 희한하네요. 사춘기가 왔으면 좋겠다고요? 은경 씨와 나는 4살 차이니까 우리는 같은 40대입니다. 우리 나이에는 사춘기라고 하지 않고 사추기(思秋期)라고 한답니다.

 

리조트 건물 10층에 사신다고 했죠? 거기에는 돈은 많고 힘은 없는 노인들만 왔다 갔다 하지 않나요? 그럴 거예요. 텅 빈 방이 많다고요? 분양은 실패했다는 소문이 돌던 데요. 저도 K리조트에서 자 본 적이 있어요. 매년 겨울 방학에 교수연찬회를 1박 2일로 거기서 하거든요.

 

K리조트 10층에 살면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을 거예요. 남쪽으로 야트막한 야산과 넓은 논을 내려다보는 경치가 목가적이라고요? 그럴 거예요. 야밤에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서 보름달을 보신 적이 있어요? 멋있지요? 환상적이라는 말이 맞을 겁니다. 아침마다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다고요? 수영하면 몸매 관리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겠네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드릴게요. 얼마 전 우리 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 여교수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요. 그 여교수는 그냥 얼굴만 아는 정도였지요. 물론 식사를 같이한 적은 없었고요. 그 여교수도 미인이기는 하지만 은경 씨 하고는 비교가 안 됩니다. 여자가 점심 사주겠다는데 거절하면 안 되죠. 거절하면 여자는 화를 낼 거예요. 남자로서는 예의가 아니지요.

 

보통리 호숫가 음식점에서 만났는데 나는 무척 궁금했지요. 무슨 일로 나를 불러냈을까? 그 여교수는 같은 학과 다른 여교수와 함께 나왔습니다. 여자들이 남자를 만날 때에 흔히 쓰는 수법이지요. 세 사람이 호숫가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용은 이랬어요.

 

어느 날 그 여교수가 중간고사 시험감독을 들어갔는데 제가 가르치는 과목이었데요. 제가 ‘환경과학’이라는 교양과목을 가르쳤거든요. (당시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에는 수업하지 않고 시험감독 시간표를 짜서 모든 교수가 시험감독에 투입되었다.) 그 과목이 인기과목이어서 수강 신청한 학생들이 200명이 넘는 때도 있었어요.

 

그녀가 환경과학 시험감독을 하다가 심심해서 시험 문제지를 한번 읽어 보았답니다. 그러다가 “법정스님은 현재 어디 사시는가?”라는 주관식 문제를 보았다는 거죠. 그녀는 깜짝 놀랐데요. 아니 이런 문제가 다 있는가? 그래서 학생들이 쓰는 답안지를 살펴보니, 송광사, 불일암, 조계사, 해인사, 길상사, 조계종, 강원도, 대관령, 산, 절, 오두막집 등 여러 가지 답이 있었답니다.

 

그녀는 이처럼 재미있는 문제를 낸 사람이 누구인가 궁금했다는 겁니다. 너무도 궁금해서 용기를 내어 전화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법정스님은 지금 어디 사시느냐고 진지하게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정답은 ‘강원도 대관령 근처, 깊은 산 속, 화전민이 살다가 버리고 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두막집‘이라고 아주 정확히 가르쳐 주었지요. 그랬더니 그런 시험문제를 내도 괜찮은지 묻더라고요. 그래서 대답해 주었지요. 그건 제가 강의 시간에 이야기한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습니다. 한번은 제가 이런 문제도 낸 적이 있지요. “환경공학과 K 교수의 부인은 그가 만난 몇 번째 여인인가?“ 뭐라고요? 정답은요? 7번째 여인.

 

미스 K가 호호호 웃으면서 물었다.

“정말이에요? 일곱 번째 여자하고 결혼하셨어요?”

“그럼요. 저는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져요.”

“사모님이 그런 사실을 아세요?”

“알지요. 제가 결혼하기 전에 다 고백했지요. 친구들은 말리더라고요. 과거 이야기는 묻어 두는 것이 좋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고. 그렇지만 저는 ‘괜찮다. 나도 다 생각이 있다.’라고 말했지요. 어느 날 데이트하다가 말을 꺼냈지요. 당신은 내가 만난 7번째 여자이다. 순간 여자의 얼굴색이 변하더라고요. 하하하... 그럴 거에요. 호호호... 그런데 지금까지 6명의 여자들은 모두 나를 쫓아다녔는데, 당신이야말로 내가 쫓아다닌 첫 번째 여자자 마지막 여자다.”

“호호호, 대단한 심리학자네요.”

“알아주시니 대단하십니다. 하하하.”

 

조금 후에 미스 K가 물었다.

“그런데, 교수님은 법정 스님을 좋아하세요?”

“그럼요. 법정 스님의 수필집은 거의 다 사서 읽었습니다.”

“저도 몇 권 읽었어요. 법정 스님의 수필을 읽을 때마다 맑고 향기로운 기운을 느끼죠.”

“그런데, 은경 씨는 길상사에 가보셨나요? 미아리 고개 넘어 성북동에 있는 절 말이에요. 법정 스님과 관련이 있죠. 요정을 개조했다는 절 말이에요.”

“아뇨.”

“길상사 이야기를 해 드릴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