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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하고 행복한 나라 부탄을 가다

부탄 전통 명절에서 바라본 한국의 명절

민족정신과 감사ㆍ나눔을 조화롭게 살려야
[청정하고 행복한 나라 부탄을 가다 9]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며칠 뒤면 우리 겨레의 가장 큰 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 올해는 한가위 연휴가 길일뿐더러 중간 10일(금요일)에 연차를 내면 열흘을 쉴 수 있다고 좋아들 한다. 이렇게 연휴가 길다 보니 호기를 놓칠세라 모두 가방을 둘러메고 여행을 떠난다. 때를 맞이한 듯 여행업계는 호황을 맞이했고, 나라 밖 항공권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국내 주요 관광지의 숙소 또한 방 잡기 어렵다. 사람들은 긴 연휴를 맞아 맛집 찾아 즐기고 여행할 꿈에 젖어 있다.

 

그런데 문득 질문이 생긴다. “한가위라는 명분 아래 나라가 국민에게 긴 휴일을 허락한 참뜻은 무엇일까?”, “단순한 휴식과 유흥에 있는 것일까?“ 그 물음에 답하기 전에, 올 초 필자가 부탄의 전통 명절을 취재하던 중 한국의 전통 명절인 설과 한가위가 부탄과 유사한 점을 발견하고 이번 한가위 명절을 기해 한국과 부탄 명절을 비교하면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부탄은 전통문화를 삶의 중심에 두고 오랜 세월 동안 소중히 지켜온 나라다. 특히 두메 마을에 가보면 수백 년 전의 환경과 정서가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유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이 근대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전통이 빠르게 약화한 것과 달리, 부탄은 경쟁적 개발에 휩쓸리지 않고 ‘국가가 지켜야 할 값어치’를 지켜내는 길을 선택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부탄의 전통 명절이다. 먼저 부탄의 전통 명절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 로싸(Losar, 설날)는 한국의 설과 가장 비슷한 명절인데, 새해를 맞아 가족이 모두 모여 조상과 수호신께 공양하고, 축복과 번영을 기원하는 의식을 행한다. 집마다 버터램프(버터를 램프에 덜어넣는 것으로 공양하는 램프)에 불을 켜고, 전통음식(쯔엠, 도쿠 등)을 차려놓고, 향을 피운 다음 술(아라)을 잔에 따라 조상께 올리고 머리를 숙여 예를 올린다. 의식이 끝나면, 친척과 이웃을 방문하고 아이들은 어른께 축원 인사(세배)를 드리고, 선물이나 음식 받는다. 로싸의 역사는 약 8세기~9세기 무렵부터 새해 명절로 정착하여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오고 있다.

 

 

⬩ 추섹(Thrue Bab, 물 축제)은 한국의 한가위와 같은 성격을 지닌 명절인데, 음력 6월 15일, 하늘에서 신성한 물이 내려온다는 전설에서 비롯되었다. 온 국민이 강이나 냇가에서 목욕하며 한 해의 부정과 죄업을 씻는 날이다. 전통적으로는 집단 목욕과 종교의식이 중심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축제적 성격도 띤다. 1000년 이상 이어온 이 명절은 한국의 한가위처럼 공동체가 하나 되는 날이라 할 수 있다.

 

 

부탄의 전통 명절 보존 방식은 헌법과 문화부를 통해 전통 명절로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학교 교육에서 그 의미와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다. 로싸는 여전히 가족 중심의 명절로 자리하며, 추섹은 국가적 축제로 승화되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개방된다. 전통과 현대문화, 종교와 경제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계승되고 있다.

 

다음은 한국으로 돌아가 보자.

 

⬩ 한국 설의 기원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것을 보면 “정월 정초에 조회(조정의 큰 모임)를 열었다.”라는 기록이 있고, 이는 토착 신앙과 결합해 한국식 설 풍습(세배, 차례, 윷놀이 등)으로 발전해 왔다. 그 의미는 음력 정월 초하루, 새해 첫날을 기리는 명절. 한 해의 운을 열고 조상께 차례를 올리는 날로 설은 적어도 1,500년 이상 이어져 내려온 풍속인데, 신라ㆍ고려ㆍ조선을 거쳐 오늘날까지 ‘새해 첫날’을 의미하는 가장 큰 명절로 자리 잡았다.

 

⬩ 한가위의 시작은 약 2천 년 전 신라 시대부터 확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3대 유리왕(서기 32년경) 때 궁중에서 두 편으로 나뉘어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길쌈(베 짜기) 짜기하고, 마지막 날 음식을 차려 화합하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한가위의 시초’다. 이후 고려ㆍ조선을 거치며 그 의미가 향상되어, 차례, 성묘, 송편 빚기, 강강술래 등 민속놀이가 더해져 한가위는 가족과 이웃 사이 큰 화합의 마당이 되었고, 가을 수확기를 맞아 한 해 풍요에 감사하는 ‘추수감사절이란 의미도 더해졌다.

 

한가위 본래 정신을 세 가지로 요약해 본다면,

1. 감사와 보은 ⭢ 조상과 자연, 하늘에 감사드리는 의식.

2. 공동체적 나눔 ⭢ 친척과 이웃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고 놀이를 즐기며 결속을 다지는 풍습.

3. 풍요와 생명 존중 ⭢ 보름달을 바라보며 원만과 조화를 기원하는 상징.

 

이렇게 두 나라의 전통 명절을 살펴보았듯이, 부탄과 한국의 두 나라의 전통 명절은 공통으로 조상과 자연에 대한 감사, 공동체적 결속의 바탕에 지고한 의미를 두고 있다. 그 가운데 부탄은 불교 신앙과 국가 차원의 보호 속에서 전통 명절을 ‘살아 있는 문화’로 지금까지 면면히 소중하게 지켜내고 있지만, 한국은 외래문명의 선호화, 산업화, 도시화 흐름 속에서 전통 한가위 그 참뜻이 상실하고 점점 쇠퇴의 길을 가고 있다.

 

그 원인을 간추려보면,

⬩ 농경 사회에서 비롯된 절기적 의미가 사라지고, 단순한 연휴와 귀성 행렬로 전락했다.

⬩ 대가족이 해체되며 제사와 성묘 문화가 축소되거나 생략되었다.

⬩ 상업화된 선물꾸러미와 소비 경쟁이 본래의 나눔 정신을 가리고 있다.

⬩ 젊은 세대는 전통 의례와 놀이를 낯설고 부담스러운 관습으로 여긴다.

⬩ 외래문화를 본뜬 이색적인 문화로 인하여 전통 명절의 깊은 뜻이 흐려지고 있다.

 

결국 문제는 시대 변화 문제도 있지만, 감사와 나눔이라는 뿌리 깊은 값어치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 국민희 태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어떻게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한가위를 단순한 휴식과 관광으로 즐길 것인가, 아니면 한국인의 혼이 살아 있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으로 지속적해서 계승해 갈 것인가.”

 

천년을 넘게 지켜온 소중한 우리 겨레의 유산들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하고,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전통 명절의 의미와 거리가 먼 개인적 유희(遊戲)에 그 진가를 찾고자 한다면 차라리 “설과 한가위를 달력에서 휴일로 정하지 말고 자유자재 즐기는 날로 정하는 것이 훨씬 홀가분하지 않을까?”라고 혹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선택은 이제 한가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다. 옛 풍습을 억지로 답습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민족정신과 감사, 나눔을 조화롭게 현대적 삶 속에서 되살려 그 맥을 잘 이어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마저 놓친 채 한가위 명절을 단순한 휴일로만 즐긴다면, 조상들께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