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히말라야 산자락에 있는 부탄은 평균 해발 2,000m의 고산 지대에 자리잡은 나라다. 하늘과 가까운 지형 때문인지, “금방이라도 용이 하늘을 가르며 나타날 듯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청정하고 쾌적한 환경은 신성한 존재가 머물기에 더없이 적합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부탄의 건국 신화에서부터 불교 의례와 국가 상징까지 용에 얽힌 전승(傳承)이 유독 풍부하다. 이를 대변하듯 부탄 국기의 중앙에는 승천하는 백용(白龍)이 그려져 있다. 드높은 산과 희디흰 뭉게구름, 그리고 하늘과 맞닿은 지형 위에 살고 있다는 전설 속 존재가 실체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부탄은 직항이 없어, 네팔이나 태국 방콕을 경유해야 들어갈 수 있다. 방콕에서 부탄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부탄의 국영 항공사 ‘드룩에어(Drukair)’다. 이 항공기의 꼬리 날개에는 용이 그려져 있으며, 이 '드룩(Druk)'은 ‘천둥의 용(Thunder Dragon)’을 뜻한다. 곧 ‘드룩에어’는 ‘용의 나라 항공’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부탄의 정체성과 용의 상징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용에 대한 숭배는 비단 부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도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구속이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어떤 생명이든 억압당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깊은 불행이다. 누구나 자유롭고 걸림 없이 자기 뜻을 펼치며 살기를 바란다. 이는 단지 ‘로망(romance)’을 넘어, 숭고한 생명의 본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간에게 자유는 그 무엇보다 절실한 욕망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오히려 같은 인간을 억압하고 핍박하며, 나아가 다른 생명들조차 가볍게 여기고 관리한다는 명목 아래 학대와 살상을 자행하고 있다. 나는 부탄 북부의 붐탕을 향해 험한 산중턱의 좁은 길을 따라 4시간 넘게 차량으로 이동했다.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인 능선에 이르러 잠시 차를 멈추고 풍경을 감상하며 숨을 돌리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덩치 큰 누렁개 한 마리가 다가왔다. 인가 하나 보이지 않는 높은 산악지대, 외진 길에서 마주친 개였다. 처음엔 들개가 아닐까 싶어 움찔했지만, 그 눈빛은 사납기보다 오히려 순하고 애처로웠다. 부탄을 여행하면서 거리 곳곳에서 개들을 자주 보았기에 그리 놀랍진 않았지만, 깊은 산속에서 마주한 이 개에게는 왠지 모를 연민이 들었다. "배가 고파서 그러는구나..."나는 여행 중 준비해 온 말린 바나나 과자 봉지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아침 창문을 여니 청량한 아침 공기가 호텔 방안으로 가득 밀려 들어왔다. 잠이 덜 깨 몽롱한 정신이 번쩍 들고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필자는 올 3월 한 달가량 부탄 문화를 취재하면서 팀부에 있는 다니사 호텔이 머물렀다. 말로만 듣던 부탄은 말 그대로 행복한 나라, 조용한 나라, 청정한 나라라는 것을 체감케 했다. 3월 4일 8시에 파로 공항에 내려 대합실로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부탄왕국 국왕 가족 대형 사진이었다. 국왕 부부와 아이들 세 명을 가운데 나란히 앉히고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너무도 정겹게 다가왔다. 처음 설명을 듣기 전에는 누구인지를 몰랐다. 우리나라도 보통 가족끼리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한 장씩은 벽에 걸어 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라 대통령 가족사진을 걸어 둔 집은 보기 힘들다. 그런데 부탄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공항에서부터 시작하여 팀푸 수도까지 차를 타고 가자니 주요 지역마다 국왕의 사진이 큰 틀에 끼워 정갈하게 걸려 있었다. 그뿐인가, 필자가 투숙한 호텔 로비에도 관공서, 학교, 사원, 할 것 없이 다양한 모습과 크기로 액자 틀에 끼워져 눈길이 잘 가는 곳에 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