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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된바람과 함께 찾아온 추위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된바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느덧 올해도 딱 이틀 남았습니다. 제가 사는 이곳은 그렇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집을 나서다 흠칫 놀라 몸을 잔뜩 웅크리신 분들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기별종이(뉴스)를 보니 오늘 아침에 영하 8도까지 뚝 떨어진 곳이 있고 앞으로 여러 날동안 추울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를 더 춥게 만드는 건 바로, 살을 에는 듯 쌩쌩 불어오는 바람 탓일 겁니다. 한해 끝자락에서 만난 이 매서운 추위와 함께 찾아올 바람을, 흔히 쓰는 ‘강풍’라는 말 말고 우리 토박이말 '된바람'으로 불러보면 어떨까요?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를 보면 이 말의 맛이 더욱 살아납니다. 첫째로 '매섭게 부는 바람'을 뜻합니다. "갑자기 된바람이 불어와 담벼락을 무너뜨렸다."는 보기월처럼, 무언가를 무너뜨릴 듯 센 바람을 일컫지요. 여기서 '된-'은 '반죽이나 밥 따위의 물기가 적어 빡빡하다' 또는 '심하다'는 뜻을 품고 있어, 물기 없이 독하고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의 됨됨(성질)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이 말은 바다 위에서 더욱 알맞게 쓰였습니다. 뱃사람들의 말로 '북풍'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강하게 불어오는 된바람 때문에 노를 젓기가 무척 힘들었다."는 뱃사람들의 넋두리 속에, 차가운 북쪽 바다의 거친 숨결이 배어 있는 듯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낱말이 그저 느낌만 담은 게 아니라, 과학적인 잣대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된바람은 '지구 풍력 계급 6의 바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10분간의 평균 바람 속도가 초속 10.8미터에서 13.8미터에 이르는데, 이 만한 세기라면 큰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전선이 윙윙 울리며, 우산을 받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언젠가 뒤집히려는 우산을 부여잡고 걸어 보신 분은 몸소 '된바람'을 겪으신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야무진 말을 우리의 나날살이에는 어떻게 부려 쓸 수 있을까요? 먼저, 오늘 아침 기별종이(신문)에서 본 날씨 기별부터 다듬어 보고 싶습니다. "아침 최저 -8도, 바람까지 쌩쌩... 체감온도 '뚝'"이라는 글이름을 갈음해, "된바람까지 쌩쌩, 옷깃 단단히 여미세요"라고 바꿔 쓴다면, 추위의 세기가 훨씬 더 잘 이어지지 않을까요?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마주이야기(대화)에서도 이 말을 써보세요. 날씨가 춥다고 웅크리고 있는 동무에게 이렇게 건네는 겁니다. "오늘 밖엔 전깃줄이 울 만큼 된바람이 부네. 그래도 우리 마음만은 따뜻하게, 이 바람 씩씩하게 이겨내자!" 추위 걱정 속에 든든한 서로의 마음을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겨울 바람빛(풍경)을 찍어 누리어울림마당(에스엔에스)에 올릴 때도 좋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된바람을 맞으며 서 있습니다.  이 거센 바람에 나쁜 일들 모두 날려 보내고, 새해에는 더 단단해진 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라고 적어보세요. 읽는 이들의 마음속에 묵직한 울림을 줄 것입니다.

 

매서운 된바람은 우리를 춥게도 하지만, 얼이 번쩍 들게 하기도 합니다. 흐물흐물해지기 쉬운 해끝,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을 맞으며 마음의 끈을 다시 한번 질끈 동여매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