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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하고 행복한 나라 부탄을 가다

부탄은 왜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라인가

우리에게 묻는 말, 무엇을 위해 이토록 빠르게 달리나
[청정하고 행복한 나라 부탄을 가다] 15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부탄을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라라고 말하면, 사람들의 생각은 종종 엇갈린다. 많은 이들은 나라의 부유함, 기술 수준, 생활 환경 등을 기준 삼아 국가의 질을 판단한다. 세계에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나라가 있는가 하면, 아직도 가난과 결핍 속에 살아가는 나라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룩셈부르크나 스위스와 견주면, 아프리카 남수단이나 브룬디는 여전히 최빈국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기반시설과 산업 경쟁력이 강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발전의 이면에는 환경 파괴, 자원 고갈, 사회적 갈등, 과도한 도시화와 소비문화와 같은 그림자도 함께 존재한다. 빠른 속도의 개발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인간성과 자연, 공동체 정신을 잃게 만든 대가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조용히 다른 길을 걸어온 나라가 있다. 바로 부탄이다. 부탄은 빠른 개발을 선택하지 않았다. 물질적 풍요가 곧 행복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며 천천히 삶의 기반을 만들어 왔다. 그들은 알고 있다. 빠른 개발이 더 많은 소유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인간의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부탄 삶의 방식은 어느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 사람은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또 다른 한 사람은 한국의 수행자 법정 스님이다.

소로는 19세기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시대에, 사람들의 끝없는 소유욕과 생산 경쟁을 보며 자문했다.

 

“저것이 과연 진정한 발전인가?”

 

그는 삶의 본질을 찾고자 도시를 떠나 월든 호숫가에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과 함께 살았다.

 

140여 년 뒤, 대한민국도 급격한 산업화의 물결 속에 있었다. 그 시대에 법정 스님 또한 물질적 풍요보다 마음의 가벼움을 선택했다. 그는 자연 속에서 최소한으로 소유하고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며 말했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음으로써 마음의 자유를 얻는다.”

 

이 두 사람을 산과 호숫가로 이끈 힘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단순함의 지혜였다. 모두가 많이 소유하려 할 때, 그들은 덜 가지려 했고, 모두가 바쁘게 달릴 때, 그들은 멈추고 고요를 살았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인간 본질에 관한 질문이기도 했다. 부탄이 선택한 방향 또한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부탄의 행복은 감정적 기쁨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은 나라 운영의 중심에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을 두었다. 이 지표는 생태 보존, 문화 보호, 공동체 강화, 민주적 거버넌스 등을 포함한 종합적 행복 측정도구다. 이는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 실제 정책과 사회 구조 속에서 실천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제 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에서 부탄은 남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운 국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었다. 또한 많은 국민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농촌 지역에서 더 높은 행복도가 나타났다. 이는 부탄 삶의 만족도가 물질이 아닌 관계, 자연, 공동체성에서 비롯됨을 의미한다. 물론 부탄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나라는 아니다. 경제적 한계, 청년 실업, 도시화 문제 등 과제도 존재한다. 그러나 부탄의 값어치와 방향성은 단순한 통계를 넘어 인류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과 다시 견줘보면,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산업화 이전의 한국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부탄과 비슷한 점도 많다. 비록 물질적으로 부족했지만, 공동체 의식은 살아 있었고 인간적 정은 깊었다. 지금은 풍요를 얻었지만, 환경 오염, 스트레스, 경쟁, 소외감이라는 또 다른 대가를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행복은 화려한 빌딩과 첨단 기술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과 폭력이 없는 사회, 자연이 숨 쉬는 환경,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된 공동체, 그리고 욕망을 조절할 수 있는 마음의 평화. 그 속에서 행복은 비로소 자란다.

 

부탄은 아직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갈 수 있고, 개발의 유혹 속에서도 자연을 지키려 노력하는 나라다. 그들이 말하는 행복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닿아 있는 철학이다. 그래서 부탄은 단순히 가난하거나 발전이 느린 나라가 아니라, 다른 세계가 잊고 있는 질문을 계속 붙들고 있는 나라다. 그리고 그 질문은 우리에게도 다시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빠르게 달리고 있는가?”

“지금의 삶은 정말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