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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이 여자는 공주과(公主科)임이 분명하다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4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무성생식, 남녀의 기원, 일부일처제, 불륜 등을 생물학적인 지식을 총동원하여 열심히 설명하자 그녀는 흥미롭게 경청하였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가 말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그런데 교수님은 전공이 생물학인가요?”

“아니에요. 저는 물 전공이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저를 물박사라고 부른다고 지난번에 말했는데.”

“호호호.... 물박사님의 생물학 지식이 대단한데요. 물박사가 아니고 진짜 박사 같아요. 호호호.”

“제가 새롭게 발견한 것이 아닙니다. 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교수님의 이야기 중에서 궁금한 것이 있어요.”

“뭔데요?”

“생물이 세포분열을 통하여 번식하던 때에는 개체의 죽음이 없었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네요. 세균 같은 생물은 죽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K 교수가 다음과 같이 설명을 계속했다.

 

사람이나 강아지 같은 포유류 동물은 암컷과 수컷이 다르다. 모양도 다르고 유전자가 다르다. 포유류 동물은 암수 교접으로 새끼를 낳는다. 어미와 새끼 또한 모양도 다르고 유전자도 다르다. 그러나 단세포 생물의 경우에, 예를 들면 세균은 성의 구별이 없다. 오직 한 종류의 세포가 있을 뿐이다. 그 세포가 분열로 두 개의 똑같은 세포로 나누어진다. 분열 이후에는 원래 있던 개체가 사라지고 딸 세포 둘이 각각 새로운 개체가 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단세포 생물은 물론 죽을 수 있다. 천적에게 잡아먹히기도 하고 환경적인 요인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늙어서 죽는 현상, 곧 노화를 통한 죽음은 나타나지 않는다. 죽기 전에 분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세포 생물은 생물학적으로 ‘불멸’한다고 표현한다. 단세포 생물은 외부 요인에 의한 사고사 말고는 계속 분열하여 생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암수가 있는 다세포 생물에서 나타나는 죽음과는 구별된다. 사람 같은 포유류 동물은 노화 끝에 죽는다. 그러나 성(性)이 없는 단세포 생물에게는 노화도 없고 죽음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서 지식이 풍부한 미스 K가 질문을 했다.

 

“사람은 포유류라고 말하셨지요? 포유류에게 성이 있고 죽음이 있다면,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죽은 뒤에 사후세계가 있을까요?”

“그 질문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고 종교의 영역입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은 사후세계가 있다고 가정하고서 세상을 살아갈 것입니다. 과학은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합니다.”

“사후세계가 정말로 있을까요? 죽으면 가는 극락이나 천국이 존재할까요?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K 교수가 불교에 전해 내려오는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노스님 어떻게 살아야 극락 갑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극락 가겠다는 욕심을 버리거라. 나는 그 욕심 버리는 데 한평생이 걸렸느니라”

 

미스 K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 극락을 믿을 필요가 없지 않나요? 극락을 믿는 것은 어리석지 않나요?”

K 교수가 우리가 잘 아는 이솝우화를 소개했다.

 

이솝우화에 ‘포도밭의 보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게으른 아들들을 둔 농부가 죽으면서 “포도밭에 보물을 묻어두었다”라는 유언을 남긴다. 보물을 찾으려는 욕심에 아들들은 포도밭 전체를 삽과 곡괭이로 구석구석 파헤쳤다. 그러나 보물은 찾지 못하고 지쳐서 포기했다.

 

그런데 이듬해, 땅이 깊게 갈린 덕분에 포도나무가 엄청난 풍작을 맞이하여 전례 없는 수확을 하게 된다. 아들들은 그제야 아버지의 슬기로움을 깨닫는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보물은 땅속의 금괴가 아니라 근면한 노동의 결실이라는 것을 깨닫고서 아들들은 그 뒤 모두 근면히 일하여 부자가 되었다.

 

 

K 교수가 이솝우화를 이렇게 해석했다.

“극락이나 천국에 가기 위해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 종교 창시자는 아들들에게 포도밭에 보물을 묻어두었다고 유언을 남긴 현명한 농부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일부일처제로부터 시작된 생물학 이야기가 사후세계라는 종교적인 주제로 연결되었다. 조심해야 한다.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종교적인 신념이나 정치적인 신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K 교수가 슬그머니 화제를 바꾸었다.

 

“그런데 은정 씨, 다음 주 화요일 바빠요?”

“아니요. 아직은 일정이 없는데요.”

“다음 주 화요일이 6월 5일인데, 세계 환경의 날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환경단체가 환경운동연합인데, 그날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환경음악회를 주최한답니다. 저는 환경운동연합이 창립될 때부터 회원으로 가입했고, 매달 후원금을 1만 원씩 내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에서는 해마다 회원들에게 환경음악회 입장권을 보내 주는데, 은정 씨와 같이 가고 싶네요.”

 

그러면서 K 교수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음악회 입장권을 2장 꺼내어 보여 주었다.

“교수님은 은근히 끈질긴 면이 있네요. 호호호.”

“은근과 끈기는 저의 주특기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음악회에는 별로 가고 싶지가 않아요.”

“왜요? 음악을 싫어하세요?”

“저는 얼굴이 알려져서 음악회에 가게 되면 반드시 아는 사람을 한둘 만나게 되는데 그게 부담스러워요. 또 음악회에 가려면 화장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것도 귀찮고요.”

 

음악회에 가면 아는 사람을 만나서 부담스럽다고? 미스 K는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이 여자는 공주과(公主科)임이 분명하다. 아니 왕비과(王妃科)일지도 모른다. 귀족들은 노는 물이 다르다. K 교수 같은 평민 출신은 공주나 왕비와 사귀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K 교수가 쏜 세 번째 큐피드 화살도 그만 빗나가고 말았다.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렇지만 교수가 제일 잘하는 것이 연구다. K 교수는 아무래도 다른 전략을 연구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녀는 K리조트에 혼자 살고 있고 K 교수에게 요즘 외롭다고 분명히 말했다. 여자가 외롭다고 말하면 남자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이 세상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여자가 과연 있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