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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당신의 인생은 싱거운 게 아니라 '삼삼한' 것

식품업계 '로우스펙 푸드' 열풍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오늘의 토박이말]삼삼하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새해를 맞아 건강을 챙기려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식품 업계가 앞다퉈 '로우스펙(Low Spec) 푸드'를 내놓고 있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칼로리와 당, 나트륨 같은 건 확 줄이면서도 맛은 놓치지 않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로우스펙'이라는 말, 어딘가 좀 아쉽지 않으신가요? 성능이 떨어진다는 말 같기도 하고, 무언가 부족하고 모자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내 몸을 위해 좋은 재료를 썼는데, 왜 스스로를 '낮은(Low)' 것이라 낮춰 불러야 할까요?

 

이럴 때, 뭔가 빠진 듯한 '로우스펙' 대신 맛깔나는 우리말 '삼삼하다'를 써보면 어떨까요?

.

'삼삼하다'는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도 맛이 있다"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입니다. 혀를 찌르는 짠맛이나 머리가 띵할 정도의 단맛은 아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만 숟가락이 가는 은근한 맛. 그것이 바로 '삼삼한 맛'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단짠(달고 짠)'이 으뜸이라며, 혀를 혹사시키는 것이 즐거움이라 착각하곤 했지요. 하지만 요즘 나오는 건강한 먹거리는 맛을 덜어낸 것이 아니라,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되살린 것입니다. 그러니 이건 스펙이 낮은 게 아니라, 가장 자연스럽고 '삼삼한' 으뜸 맛인 셈입니다.

 

'삼삼하다'에는 또 다른 근사한 뜻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의 생김새나 됨됨이가 마음이 끌리게 그럴듯하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눈길이 가는 사람,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지 않아도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한 사람을 볼 때 우리는 "그 사람 참 삼삼하게 생겼다", "성격 한번 삼삼하다"라고 말합니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배어 나오는 매력, 그것이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삼삼함'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식탁도, 우리네 삶도 조금은 덜 자극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를 억지로 덜어낸 차가운 '뺄셈'의 삶이 아니라, 본연의 건강함으로 꽉 채운 따뜻한 '덧셈' 같은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삼삼하다 [그림씨(형용사)]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다.

    (보기: 국물이 맵지 않고 삼삼해서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사물이나 사람의 생김새나 됨됨이가 마음이 끌리게 그럴듯하다.

    (보기: 어제 만난 그분 얼굴이 아주 삼삼하더라.)

 

[여러분을 위한 덤]

밥집에서 간이 세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 "맛이 좀 싱겁네(부족하네)"라는 타박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어 참 삼삼하네!" 싱겁다는 말이 '부족함'을 뜻한다면, 삼삼하다는 말은 '은근한 매력'을 칭찬하는 표현이 됩니다.

 

'로우스펙'이 뭔가 빠진 듯한 물음표 같다면, '삼삼하다'는 여전히 맛이 우러나고 있는 느낌표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오늘 자극적인 양념 범벅이 아닌 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건강한 밥상을 마주한다면 #삼삼하다 꼬리표(태그)를 달아 올려보세요. 'JMT(존맛탱)' 같은 거친 은어보다 훨씬 더 우아하고 맛깔나는 '좋아요'가 달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