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발밑에 숨은 따뜻함으로 마을의 기운을 살려요
요즘 서울시에서 우리 발밑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열기를 끌어올려, 겨울에는 건물을 데우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만드는 일을 더 크게 벌인다는 반가운 기별을 들었습니다. 기름이나 가스를 태워 나쁜 연기를 내뿜는 대신,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이 품은 깨끗한 온기를 빌려 쓴다니 참으로 고맙고 든든한 일이지요. 저는 이 기별을 듣고 우리 삶의 온도를 기분 좋게 끌어올려 줄 토박이말 ‘돋우다’를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흔히 밥맛이 없을 때 ‘입맛을 돋우다’라고 하거나, 등불이 어두울 때 ‘심지를 돋우다’라고 말합니다. ‘돋우다’는 낮은 바닥에 흙을 채워 높게 만들거나, 등잔 심지를 위로 끌어올려 불꽃을 더 밝게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가라앉아 있는 것을 정성껏 어루만져 위로 솟아나게 하는 다정한 손길이 느껴지는 말이지요.]
마을이 스스로 일어서게 돕는 ‘에너지 돋움’
사람들은 흔히 ‘에너지 자립’이나 ‘기술 혁신’ 같은 어려운 한자말을 씁니다. 하지만 이번 기별은 우리 마을의 기운을 우리 스스로 북돋우는 *마을 돋움’과 같습니다.
어두운 방에서 등잔 심지를 돋우면 금세 둘레가 환해지듯, 땅속에 고인 열기를 돋워 올리면 우리 마을은 나쁜 연기 없이도 따뜻하고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마을에 이런 깨끗한 기운이 스며드는 것은 단순히 기계를 들여놓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터전이 가진 본래의 힘을 깨워 마을 전체의 살맛을 돋우는 일입니다. 서른 해 넘게 토박이말을 지켜온 제가 보기엔, 이보다 더 이 기술의 참뜻을 잘 보여주는 말은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돋우고 있나요?
‘돋우다’는 우리 마음속에 꺼져가는 작은 불씨를 살릴 때도 참 소중하게 쓰입니다.
“지친 이웃의 용기를 돋우다”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돋우다”
“맑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돋우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어두운 길을 비추기 위해 등불 심지를 조금 치켜 올리는 작은 손짓처럼, 우리 삶에서도 조금씩만 마음을 돋워 보면 어떨까요?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옆에 있는 이웃에게 건네는 “애쓰셨어요”라는 말 한마디가 우리 마을의 온도를 기분 좋게 돋워 줄 것입니다.
땅도 마음도 함께 살아나는 마법
오늘 기별을 보며 그려봅니다. 땅 밑에서는 따뜻한 열기가 돋워지고, 땅 위 골목길마다 이웃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높게 돋워지는 풍경을 말입니다.
우리 토박이말 ‘돋우다’를 자주 입 밖으로 내어 쓰면 우리 마음의 온도도 함께 올라갑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혹은 이웃을 만나는 길에 이 말을 꼭 떠올려 보세요. 우리가 서로의 기운을 돋워 줄 때, 우리 마을은 비로소 환하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 당신의 ‘돋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서 힘이 하나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여러분의 기 운을 다시 돋워 주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지친 나를 위해 누군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 한 그릇
추운 겨울을 뚫고 올라온 조그만 풀싹의 힘찬 모습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어깨를 토닥여준 동료의 손길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가라앉은 기분을 ‘돋워’ 주었던 기분 좋은 일들을 함께 나눠 주세요. “나에게 [ ]은/는 기운을 돋워 주는 힘이다”라고 적어보는 순간, 여러분의 하루는 평소보다 한 뼘 더 밝아질 것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돋우다:
1. 위로 끌어 올려 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
2. 밑을 괴거나 쌓아 올려 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
3. 감정이나 기색 따위를 생겨나게 하다. ‘돋다’의 사동사.
4. 정도를 더 높이다.
5. 입맛을 당기게 하다. ‘돋다’의 사동사.
6. 가래를 목구멍에서 떨어져 나오게 하다.
보기: 땅 밑의 열기를 돋우어 마을을 따뜻하게 데우는 기술이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한 줄 생각]
심지를 돋워야 등불이 밝아지듯, 우리 마을도 서로의 마음을 돋워 줄 때 비로소 환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