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3 (금)

  • 흐림동두천 6.6℃
  • 맑음강릉 14.7℃
  • 연무서울 7.5℃
  • 박무대전 12.2℃
  • 연무대구 13.5℃
  • 맑음울산 14.4℃
  • 연무광주 13.0℃
  • 연무부산 13.1℃
  • 맑음고창 13.0℃
  • 맑음제주 14.5℃
  • 흐림강화 7.0℃
  • 맑음보은 11.2℃
  • 맑음금산 12.2℃
  • 맑음강진군 14.0℃
  • 맑음경주시 14.0℃
  • 맑음거제 12.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잔치 그리고 행사

서울옥션 <제190회 미술품 경매> 26일 연다

43랏(Lot), 낮은 추정가 총액 84억 원 규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옥션은 오는 26일 목요일 저녁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90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 이번 경매에는 근현대미술, 고미술, 럭셔리 섹션을 아우르는 작품 모두 143랏(Lot)이 출품되며, 낮은 추정가 총액은 약 84억 원이다.

 

특히 이번 경매의 고미술마당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이방운(1761–?)의 <장양우렵도>다. 광활한 산세와 수목이 어우러진 평원을 배경으로 사슴ㆍ멧돼지ㆍ호랑이, 그리고 표범 등을 추격하며 활시위를 당기는 사냥꾼들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묘사되어 있다. 화폭 한편에는 의장(儀仗)을 갖춘 대규모 행렬과 의식 장면이 상세히 기록되어, 단순한 사냥 장면이 아닌 꽤 성대하게 거행되었던 궁중 행사임을 짐작게 한다.

 

 

이를 뒷받침해 주듯 왼쪽 윗부분의 ’장양우렵도(長楊羽獵圖)’라고 적힌 화제를 통해 중국 한나라 황제의 별궁이었던 장양궁(長楊宮) 일대에서 거행된 대규모 군사 수렵행사를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나라의 학자 양웅(揚雄)이 황제를 따라 장양궁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찬양한 우렵부(羽獵賦)를 지어 바친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실재했던 행사의 권위와 생동감을 이방운의 필치로 재해석해 냈다.

 

이방운은 산수ㆍ인물ㆍ화조 등 다양한 화목을 아우른 화가로, 그의 회화 경향은 겸재와 현재, 그리고 표암으로 대표되는 조선후기 남종산수화풍과 맥을 나란히 한다. 여기에 간결한 형태 묘사와 섬세하고 재빠른 필선, 그리고 감각적이고 맑은 담채화법을 더해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했으며, 이는 훗날 북산 김수철 등으로 이어지는 이색적인 화풍의 가교 역할을 하였다.

 

 

출품작 속 이방운의 개성적인 필치는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빈풍칠월도>와 견주어 봄 직한데, 옅고 가는 필선과 맑고 투명한 담채 위주의 채색 방식 등을 통해 이방운 특유의 화풍을 살펴볼 수 있다. 흔히 이방운의 현전하는 작품은 산수와 풍속이 주를 이루며 그의 기년작 또한 보기 드문 편이다. 특히 그의 수렵도 도상은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소장의 〈휴기전렵도〉가 유일할 정도로 유례가 극히 희귀하다.

 

출품작은 희소한 소재의 작품인 만큼 이방운 특유의 섬세한 선묘와 절제된 담채로 수렵의 긴장감을 풀어내며, 작가의 확장된 제작 범위를 보여주는 자료로써 눈여겨봄 직하다. 또한 구체적인 화제를 명시하여, 단순한 사냥 장면이 아닌, 중국 고사를 표방한 주제 의식을 갖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기야 회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또 단원 김홍도 외 5인의 <화첩>은 신윤복의 아버지 일재 신한평의 괴석초충 1점, 복헌 김응환의 산수인물도 1점, 단원 김홍도의 작품 3점, 호생관 최북의 작품 2점, 만향 정홍래 1점, 작자미상 1점, 총 9점의 그림이 담겨 있는 화첩이다. 작품은 신한평부터 최북까지 각 면에 장첩되어 있으며, 18세기를 대표하는 화원과 화가가 망라되어 있다.

 

 

화원 출신은 일재 신한평과 복헌 김응환, 만향 정홍래, 단원 김홍도이며 화가는 호생관 최북으로, 9점 모두 동일한 크기로 배접되어 있어 이는 후대에 장첩한 소장자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작품의 요체는 거스르지 않고 고스란히 담았으며 도서낙관에 있어 명확한 작품만을 추려 꾸며냈다. 다만 괴석묵국도 한 점은 수결이 존재하지 않아 작가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필치로 미루어 보아 현재의 그것과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일재는 괴석에 난이 피고 벌레가 날아드는 모습을 단촐하게 남기고, 복헌은 도롱이에 갓쓴 인물이 우중에 마을로 들어서는 산수도를 그렸으며, 단원은 화조와 보름달 바라보며 괴석에 기댄 고사, 그리고 노안도까지 모두 3점을 남겼다. 만향은 선인들이 장기를 두는 고사인물도를 담았고, 호생관은 설산에 동자를 거느린 채 나귀 타고 길을 향하는 고사와 쌍치도 2점을 그렸다.

 

단원의 인물도와 화조도에서 오랜 세월 속에 일부 훼손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만 당대 으뜸 화가들의 필격을 감상하기에 무리가 없다. 곧 18세기를 아우르던 문인화가들의 다양한 필치가 담긴 귀한 유산인 셈이다.

 

또 한 작품은 고종의 후궁인 순헌황귀비(純獻皇貴妃)의 국장 사진첩으로, 엄비라고도 불리며 영친왕 이은의 어머니이다. 5살에 궁녀로 입궁하여 으뜸 지위인 상궁에 올랐으며, 명성황후를 가까이에서 모시다가 고종의 후궁에까지 이르렀으나 1885년 궁 밖으로 쫓겨났다가 1895년 을미사변 이후 재입궁했다.

1896년 고종과 세자를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피시킨 아관파천(俄館播遷)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1911년 하직할 때까지 왕비가 없는 상황에서 후궁으로서 왕비의 역할을 대신하며 황귀비라는 독특한 지위를 수행해 냈다. 이는 그녀의 국장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낸 것으로,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사진엽서 등이 소장되어 있다.

 

 

또한 근현대미술 마당에서는 이우환의 <Dialogue> 연작이 문에 띄는데 단순한 붓질이나 색채 구성을 넘어 존재와 비존재, 행위와 여백 사이의 근본적인 ‘대화’를 시각화한 작업이다. 그는 1960년대 후반 전위미술운동 모노하를 주도하며, 사물과 공간, 물성과 인식이 만나는 관계의 지점을 탐구해 왔다. 자연과 물질을 있는 그대로 놓는 그의 태도는 형태를 넘어 관람자와 작품 사이의 응답적 관계를 드러낸다.

 

 

Dialogue라는 제목처럼, 화면에 남겨진 최소한의 붓질은 넓은 여백과 마주하며 정지와 움직임이 공존하는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대비를 넘어 관람자의 호흡과 사유를 불러들이는 내적 대화의 장으로 기능한다. 이우환에게 여백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화면과 관객, 세계가 서로 응답하며 의미를 생성하는 장소이며, Dialogue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존재와 인식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그밖에 근현대미술 마당에서는 김창열의 <해바라기>, 정상화의 <무제 07-3-15>, 장욱진의 <들>들도 출품됐다.

 

서울옥션 <제190회 미술품 경매>에 앞서 진행되는 시사회는 13일부터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되며, 경매 당일인 26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또 시사회는 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