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과 왕비의 아침저녁 수라를 짓는 곳은 소주방입니다. 이 소주방에서 들어오는
수라상에는 임금 수저 이외에 상아로 된 젓가락 곧 공저 한 벌과 조그만 그릇이
놓여나옵니다. 그러면 임금이 수라를 들기 직전 중간 지위쯤 되는 상궁이 이
상아젓가락으로 접시에 모든 음식을 고루 담습니다. 그런 다음 큰방상궁이 먼저
손으로 접시에 담긴 음식 맛을 보는데 이것을 '기미(氣味)를 본다.'라고 합니다.
기미를 보는데 수라와 탕 만은 기미를 보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여기서 기미를
보는 것은 맛을 보는 것이라기보다 독(毒)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나중엔 의례적인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또 기미를 보는 것은 녹용이나 인삼과
같은 귀한 탕제를 올릴 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상궁들에게는 인기있는
직책이었다고 합니다.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생각시들은 꿈도 못 꾸는
일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