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종로에는 독점적 상업권을 부여받고 나라에서 필요한 물건을 대주던
여섯 종류의 큰 상점 곧 육의전(六矣廛)이 있었습니다. 이 육의전 가게들에는
복첩이란 것이 있었는데 이는 단골손님의 이름을 적은 수첩입니다. 그래서 복첩이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단골손님은 많은 것이고, 그것이 그 가게의 규모를 가늠하는
것이었지요. 이 복첩은 조상의 위패와 나란히 모실 정도였으며 그 단골손님
가운데는 3대에서 7대까지 내려오는 단골손님인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 육의전 가게들은 아버지가 늙으면 자식에게 재산이 아닌 복첩을 물려주었지요.
육의전에 제사가 있는 날 아이들이 느티나무가지에 매달려 가지 끝으로 옮겨가게
합니다. 바지가 벗겨지더라도 손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를 “복가지타기”라
했는데 그처럼 단골을 잡으면 어떻게든 놓지 말라는 신용교육을 그들은 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