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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정통성 - 이수열/국어순화운동인

정체성/정통성


일몬 곧 사물의 성격을 나타내는 말이 가능성, 개성, 개연성, 독창성, 영원성, 우월성, 창의성, 탁월성 들처럼 숱하게 많지만, 요즈음 신문에 자주 보이는, 정치꾼들이 공세 용어로 쓰는 ‘정체성’은 전혀 실체가 없는 헛것이다. 정체(正體)는 글자 그대로 참된 형체, 곧 탈을 쓰거나 위장하지 않은 실체를 뜻하는 말로, “저 괴한의 정체가 궁금하다” “탁월한 학문적 권위와 고매한 인격으로 존경을 받아온 ○○○ 교수의 정체가 ×××의 지령을 받아, 활동해 온 고정간첩으로 밝혀졌다”와 같은 예문을 들 수 있다.

한편, ‘정체성’은 그 소리에 대응하는 실체를 생각할 수 없으므로, 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정통성’은 엄연히 존재하니, 이를테면, 1910년에 대한제국이 일제에 주권을 빼앗겨, 반만년 역사의 명맥이 끊어졌지만, 19년 3·1 독립운동 끝에 세워 역사의 끊어짐을 극복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들어선 대한민국 정부는 당당한 ‘정통성’을 지닌 것이다. 60년 3·15 부정 선거에 항거한 4·19 혁명 끝에 들어선 제2 공화국을 폭력으로 전복하고, 국민의 참정권을 박탈한 유신정권은 우리 역사의 ‘정통성’을 훼손한 세력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에 글에 나오는 ‘정체성’은 모두 ‘정통성’으로 고쳐야 맞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표가 대한민국 ‘정체성’의 심각한 위기라고 주장하는 모든 사안들은 그의 아버지 박정희와 연관된 것들이다.(ㅎ신문)
*민족 정체성 위기.(ㅅ신문)
*국가 정체성 의혹 해소하라.(ㄷ일보)
*북한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중국의 주장에 침묵한다면, 그 자체가 민족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행위다.(ㄷ일보)

이수열/국어순화운동인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