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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911. 진납국·불랑기국·남번국을 아십니까?


조선시대에도 백과사전이 있었습니다. 홍봉한(洪鳳漢) 등이 쓴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 권문해(權文海)의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이유원(李裕元)의 《임하필기(林下筆記)》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쓰인 책은 1614년(광해군 6)에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芝峰類說)》이지요. 
 

《지봉유설》의 폭넓은 지식을 보면 권2의 <외국조>에 섬라(暹羅, 태국), 진랍국(眞臘國, 캄보디아), 방갈자(榜葛刺, 방글라데시), 안남(安南,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물론 불랑기국(佛狼機國, 포르투칼), 남번국(南番國, 네덜란드), 영결리국(永結利國, 영국) 등 유럽 나라들의 정보까지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런 이름들은 당시 중국이 한자로 표기하던 것을 들여온 것이지요.

그런데 이 《지봉유설》은 당대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종합한 문화백과사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우리 겨레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근거가 되는 문헌상의 출처를 명확히 밝혔다는 점도 칭찬할 대목이지요. 이수광은 학자들에게도 말솜씨에 치중하지 말고, 실천적 요소를 찾도록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무분별하게 세계화만 외쳐대는 요즈음 '내 것을 알고 남의 것을 받아들이라.'라는 이수광 같은 학자가 그리운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