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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연말에 붐비는 도쿄 재래시장 '아메요코'

 


 
 







연말에 붐비는 도쿄 재래시장 ‘아메요코’




연말이 다가오면 사람들의 마음은 바쁘다. 특히 외국에서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고국에 대한 향수가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일본에 있을 때 마음이 착잡할 때마다 찾아가던 곳이 있는데 우에노에 있는 재래시장인 ‘아메요코(アメ橫)’ 시장이다.

우에노 역에서 오카치마치 역까지 기다랗게 형성되어 있는 ‘아메요코’시장은 옷, 구두, 꾸미개(액세서리) 따위의 잡화를 비롯하여 사탕이며 과자는 물론이고 채소와 생선, 과일 따위를 파는 식품 가게 등 가짓수도 헤아릴 수 없는 점포가 들어서서 장사를 하는 것이 꼭 서울의 남대문 시장 같은 분위기다. 특히 아메요코 시장의 유래가 재미있다.

2차 대전 패전 뒤 사탕(일본말로 아메)을 팔던 가게가 200여 곳이 있어 붙여졌다는 이야기와 당시에 일본에 남아 있던 미군들이 본국에서 가져온 꾸미개나 값싸게 들여온 텔레비전, 냉장고 따위를 팔기 시작하였는데 이때 부르던 ‘아메리카요코쵸’가 줄어서 ‘아메요코’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경우가 되었든 패전 뒤 일본의 경제가 어렵던 시절과 관련이 있음이 틀림없다.

전쟁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던 수도 도쿄에서 살던 사람들에게 달콤한 사탕의 맛은 진한 향수일 것이다. 거기다가 미군들의 초콜릿 맛을 본 사람들은 그 향긋함을 잊지 못하고 아메요코 시장으로 몰려들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몰려들면 먹거리 집도 생기고 먹거리 집이 생기다 보면 옷집도 덩달아 생기게 마련이다. 이렇게 하나둘씩 모인 가게가 2010년 현재 400곳으로 다루는 품목도 다양하다.

지금이야 국제도시 도쿄에 고급 백화점도 즐비하지만 1945년 무렵엔 재래시장이 주류였다. 도쿄 시내를 순환하는 지하철 야마노테선(山手線)을 타면 갈 수 있는 우에노의 아메요코 시장 말고도 나는 스가모 재래시장도 자주 가곤 했는데 이곳에는 동전 몇 푼으로 시장바닥에 서서 야키소바나 오코노미야키를 먹을 수도 있을뿐더러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수 있어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들르곤 했다.

해가 저무는 길목에 서면 화려한 백화점보다는 이러한 소시민들이 즐겨 찾던 재래시장이 더 생각난다. 우에노 시장엔 지금도 세 봉지에 천엔 하던 사탕 장수의 손님 끄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다시 가보기가 쉽지 않은 아메요코 시장 대신 올 연말엔 남대문시장에라도 가서 노점상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라도 잡아봐야 할 것 같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59y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