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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은 미인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시에 쓰이면 새롭고
부귀는 세인들이 좋아하는 것이지만 시에 들어오면 누추하다
白髮花林所惡而用於詩則新
富貴世情所喜而入於詩則陋
이수광(李수光,1563~1628) 선생은 《지봉유설(芝峯類說)》에서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1537~1582)의 일화를 실었는데 옥봉은 외모가 볼품없지만 뛰어난 시를 지은 분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봉유설》은 20권 10책으로 된 조선시대의 백과사전입니다. 저자는 “우리나라는 예의로써 중국에 알려진 선비가 많지만 전기가 없고 찾을 만한 문헌이 적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평소에 기록하여 모은 것”을 영창대군 사건으로 관직에서 물러난 뒤 은거하면서 원고를 분류·정리하여 1614년 무렵에 책을 펴냅니다.
선생은 명나라에 사신으로 왕래하면서 마테오리치의 《천주실의》등 여러 서양 서적을 통하여 새로운 학문을 연구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천주교와 서양문물을 소개함으로써 실학의 선구자가 되신 분입니다. 《천주실의》에는 천주교 교리와 교황을 소개하고 있으며 세계 지형과 풍물·문화를 알렸지요. 또한, 중국·일본은 물론 베트남·타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프랑스·영국의 사실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데 일례로 영국에 대해서는 당시 함대가 최강이며 기계로 작동되는 철로 만든 배를 가지고 있다고 썼으며 서구의 모직물과 대포 등도 소개합니다. 이 책은 항목마다 다양한 내용과 비평·고증이 곁들여 있어 선생이 실학자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 산 90-1 번지에는 이수광 선생의 무덤이 있으며 이곳은 고양시와 양주시의 경계로 바로 도로변에 있어 찾아가기도 쉽습니다. 서울 구파발에서도 차로 10여 분 거리인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수광 선생의 묘소에 독자 여러분도 한번 들러 이수광 선생님의 실학정신을 되새김 해보십시오.
독자 주부 양순희 (43살 / 양주시 장흥면 송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