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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열네 살에 금강산에 오른 여인 김금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08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서호의 좋은 경치 이 누대에 있으니(西湖形勝在斯樓)

     마음대로 올라가서 흥겹게 노닌다네.(隨意登臨作遊遊)

     서쪽 언덕 비단옷 입은 이 봄풀과 어울렸고(西岸綺羅春草合)

     강물 가득 빛나는 푸른 물빛 석양 속에 흐르네.(一江金碧夕陽流)

     구름 드리운 작은 마을엔 배 한 척 숨어 있고(雲垂短巷孤帆隱)

     꽃이 진 한가한 낚시터에 멀리 피리소리 구슬퍼라.(花落閑磯遠笛愁)

     끝없는 바람과 연기 거두어 모두 사라지니(無限風烟收拾盡)

     시 담은 비단 주머니 그림 난간 가에서 빛나네.(錦囊生色畵欄頭)

 

이 시는 조선시대 여성으로 금강산을 오른 김금원(金錦園, 1817~?)이 지은 〈강사(江舍)〉라는 시입니다. 금강산! 지금은 갈 수 없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숱한 시인 묵객과 화가들이 금강산에 올라 시를 짓고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하지만, 금강산을 오른 사람 가운데 흔적을 남긴 여성은 어쩌면 김금원이 유일할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아버지가 사대부 출신이지만 어머니의 신분이 기생이라 그녀 역시 기생의 삶을 살게 된 여인입니다. 그런 김금원이 열네 살 때 남장하고 금강산을 여행하는데 그때 보고 느낀 것을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라는 책에 남기는 등 비록 신분은 천했지만, 그녀는 뛰어난 시문학의 감각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김금원은 워낙 총명하여 여성으로는 드물게 사대부인 아버지로부터 글을 배워 사서삼경 등 유교경전과 역사서를 통달하게 됩니다. 그런 김금원이 금강산을 오르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이 컸다고 하지요. 훗날 사대부인 김덕희의 소실이 되지만 한강변에 별장을 소유한 남편 덕에 자신의 처지와 같은 기생과 서얼 출신인 김운초, 박죽서, 경산, 김경춘 등과 함께 ‘삼호정시사(三湖亭詩社)'라는 한국 첫 여성문학인 모임을 만듭니다. 김금원은 19세기 중엽, 아직 여성들의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때 시대 상황을 극복하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뛰어난 문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