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169.서양의 크리스마트트리와 일본의 전통 장식물 구경하기










 

“어제 백악관 앞에서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있었는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골치 아픈 정치, 외교 문제를 잠시 잊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겼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올해로 8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거대한 트리는 1923년 캘빈 쿨리지 당시 대통령이 시작한 이래 미국의 전통이 되었다고 한다.

서양에서 시작된 성탄트리는 한국에도 뿌리(?)를 내린 듯 호텔이나 크고 작은 건물은 물론 서울거리 곳곳에 어김없이 그 찬란한 트리가 등장했다. 서양의 성탄트리를 연상 시키는 장식물이 일본에도 있는데 보통 연말연시에 집 대문이나 회사, 상점, 관청의 건물 입구 등에 매달아 두는 장식물로 외국인들의 사진기 세례를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시메카자리(注連飾り)를 들 수 있는데 12월 25일에서 28일 사이에 대문에 매다는 장식물로 시메카자리의 재료는 요즘처럼 수확을 하고난 지푸라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래는 수확 전의 파릇파릇한 벼이삭을 베어 말려 사용했었다. 이러한 장식을 하는 까닭은 농사의 신(稻作信仰)을 받드는 의식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는 풍년을 기원하고 나쁜 액운을 멀리하려는 뜻으로 신도(神道)가 지향하는 바와 같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런가하면 이의 유래를 일본의 국신(國神)인 천조대신(天照大神)으로부터 설명하기도 한다. 이렇게 장식한 시메카자리는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개 1월 7일 이후에 치우는 게 보통이며 관서지방에서는 1월 15일에 치우고, 미에현(三重縣 伊勢志摩) 같은 지방에서는 1년 내내 장식하는 곳도 있다.

또한 연말장식으로는 카도마츠(門松)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것은 12월 13일에서 28일까지 집 앞이나 상가 앞에 세워둔다. 시메카자리나 카도마츠의 설치와 치우기는 가능하면 지정 된 날에 설치하는 게 좋으며 만일 이를 어기면 복이 반감된다고 믿고 있다. 카도마츠는 일본의 고전 작품인 즈레즈레구사 (徒然草,1330년)에 “큰 길에 카도마츠가 서 있어 화려한 분위기이다”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풍습이다.

그런가하면 카가미모치(鏡餠)를 장식하는 풍습도 있다. 이것은 위의 두 장식이 집밖에 세우는 것에 견주어 집안에 장식하는 풍습이다. 카가미모치란 한자에서 보듯이 ‘거울떡’이다. 거울은 예부터 일본에서 삼종의 신기(三種の神器)라고 해서 신성시 하던 물건인데 이러한 둥근 거울이 오늘날은 떡으로 변형되어 정초 집안의 중요한 곳에 장식하는 풍습으로 정착된 것이다.

서양의 성탄장식이나 일본의 여러 장식들이 의미 하는 것은 신을 기쁘게 하고 거기서 행복과 즐거움을 얻고자 하던 인간의 오랜 바람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오늘날 크리스마스트리가 종교색을 많이 털어낸 것처럼 일본의 시메카자리나 카도마츠, 카가미모치 같은 것도 예전의 종교적 의식을 많이 털어내고 하나의 문화전통으로 남아 있는 느낌이다. 지금쯤 일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시내 상점가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연말연시 장식물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