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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이 없는 국악인들의 섣부른 퓨전연주를 경계한다

[편집국에서]

[그린경제=김영조 편집국장]  새로운 국악음반이 나오면 음반사나 연주자들로부터 평을 써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그런데 잘 아는 분의 부탁이어도 몇 번 거절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음반에서 된장 냄새가 아니라 버터 냄새만 진동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퓨전 연주를 한다 해도 어디까지나 국악기의 연주인데 마치 서양악기로 연주할 때의 맛이 난다면 그건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고 거짓으로 칭찬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내 혹평만 해댈 수 없음이다. 

그런데 음반은 그 음악을 들을 때만 시간을 쓰면 되지만 공연은 공연장에 다녀오는 시간과 미리 가서 기다려야 하기에 최소한 4시간여 투자를 해야만 한다. 그래서 공연의 경우 그런 느낌이 난다면 더욱 낭패이다. 최근 그런 경험을 했다. 제법 알려진 국악그룹이라고 했다. 그 국악그룹이 서양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한단다. 사실 국악의 발전을 위한다면 그런 시도는 사실 바람직한 일이 아니던가?  

공연은 한 오케스트라가 성악가의 독창과 이중창, 마린바 연주자와의 협연을 했으며, 국악그룹과도 협연을 했다. 그리곤 팝송 연주도 한 다양한 연주 형태였다. 물론 나는 서양음악도 제법 좋아하기에 공연 내내 흥겨움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나의 관심은 성악이나 마린바 보다는 역시 국악그룹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처음 해금으로부터의 시작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대금은 자신이 없는 연주였다. 25현 가야금은 소리가 묻혔다. 그런대로 피리와 장구가 고군분투했지만, 전반적으로 연주는 맥이 없었다. 100여대의 서양악기에 5대의 국악기는 마치 주눅이 들린 듯 시종 흐느적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없으면 서양악기와 견주질 말아야지 않은가? 

퓨전, 곧 크로스오버는 자신의 음악에 자신이 있을 때 시도될 수 있다. 그러나 기본도 다지지 않고 덤벼들었을 때는 망신살이 뻗치기 일쑤이다. 어찌 그리 경거망동할까? 

내가 아는 몇 명의 젊은 연주자는 산조를 공부했지만, 거기에 더해 정악 연주도 공부하는 노력을 했다. 그러니 그들이 퓨전 연주를 했을  때 더욱 빛을 받았다. 이것이야말로 박이원이 부르짖은 진정한 법고창신(法古創新)”일 것이다. 

젊은 국악인들이여 !

제발 덤비지 말고 내공을 충실히 다진 다음 서양음악 연주에 도전하길 바란다. 아무리 서양음악에 견주어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서두르면 오히려 상처만 받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만 한다. 나를 살리는 진정한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더욱 노력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