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 전수희 기자] 567돌 한글날을 맞아 어제 서울정독도서관에서는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명쾌하게 밝혀준 이윤옥 작가의 《오염된 국어사전》강연이 있었다.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100여명의 독자들이 시청각실을 가득 메워 우리 말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었다.
▲ 표준국어대사전 속 일본말에 대해 열강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이윤옥 작가는 《오염된 국어사전》을 중심으로 국립국어원이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속에 들어 있는 낱말을 하나하나 예로 들어가면서 국어사전의 부실한 부분을 여지없이 비판했다. 특히 일본에서 유래한 국민의례는 ‘궁성요배, 신사참배, 기미가요(일본국가) 부르기’를 뜻하는 것인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밝히지 않은 채 일본 국어사전 낱말을 살짝 바꿔치기 하여 “애국가 제창, 국기에 대한 결례, 순국선열 묵념” 따위로 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을 길들이기 위해 사용하거나 명치정부를 드러내기 위한 말로는 ‘서정쇄신, 국위선양, 멸사봉공....’ 등 수 없이 많은 말이 있음을 지적하고 국립국어원은 이러한 말에 대한 명확한 말밑(어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작가는 이번 강연에서 광복 전 조선통치 때 사용하던 말과 광복 후에 유입되고 있는 달인(다츠진), 택배(탁쿠하이), 물류(부츠류), 재테크 같은 말들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하면서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속에 들어 있는 일본말 찌꺼기에 대한 문제점을 독자들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 했다.
강연회를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에 한 독자는 “쓰나미는 국제 공용어 아니냐?”가 아니냐고 물었는데 작가는 “국제공용어는 영어로 대화 나눌 때 쓰는 것이지 우리 국민이 대화 중에 쓸 까닭은 없다. 그렇다면 와리바시(나무젓가락)도 국제공용어인데 우리말 나무젓가락을 버리고 ‘와리바시’를 쓰겠다는 말이냐? ”고 반문했다.
▲ 열강하는 이윤옥 작가
▲ 강연 내내 열띤 호응을 보인 청중들
강연회장을 찾은 김순미 씨(체부동, 주부)는 “우리말 꽃이름 가운데 개불알꽃이 일본 꽃이름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는데 놀랐다. 오늘 강연에서 특히 식물과 꽃이름이 일본말에서 번역한 이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데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것들을 국립국어원이 발벗고 나서서 바로잡아야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영석 (신림동, 회사원) 씨는 “국민의례 같은 말이 일본말에서 왔는데도 여전히 이런 말들이 순화되지 않고 있음이 안타깝다. 무엇보다도 일반인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데 이러한 책임은 전적으로 사전을 부실하게 만든 국립국어원에 있다고 본다. 오늘 명쾌한 ‘오염된 국어사전’ 강연을 통해 우리말글 속의 일본말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한 강의는 예정 시간 1시간 반을 훌쩍 넘긴 시각까지 열띤 질의 응답이 이어졌고 강연 뒤에는 저자 사인회도 가졌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로 표현되는 낱말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것은 한국인의 혼이요, 얼이자, 우주라고 하던 작가의 마지막 말이 귀가 길에 자꾸만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어둠이 깔린 도서관을 걸어나오며 참석했던 독자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의미 깊은 저자와의 만남 시간' 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