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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국립현충원 “참배”를 “뫼절”로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6일 2차 대전 전범들이 안치된 군국주의 상징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한 데 이어 새해 첫날에는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이 ‘사적으로’ 참배했다. 과거 무력으로 짓밟은 이웃나라들의 상처를 헤집는, 말 그대로 도발이다. 이 정도면 단순한 돌발 행위가 아니라 그들의 기본 철학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일보 1월 3일, 박완규의후마니타스에세이 가운데-


 연말부터 아베 총리를 비롯한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로 새해에도 한국인들의 심사가 편치 않다. 참배는 일본말로 삼빠이(参拝)의 음역이다. 일본말에서 삼빠이(참배)는 거의 ‘신사참배’와 동일시된다.


 한국인들에게 신사참배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넌더리가 나는 말이다. 이러한 듣기 싫은 넌더리나는 말을 한국인들은 아무런 비판 없이 ‘국립현충원 참배’ 같은 말에 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기 때문에 새해 들어 청와대에서 외출한 것은 두 번째지만 현충원 참배가 매년 이뤄지는 행사여서 사실상 새해 첫 외부행사인 셈이다.” -헤럴드생생뉴스 1월 3일 기사 가운데-


왜 자신의 조상 무덤 성묫길을 삼빠이(참배)라고 하는지 다시 새겨 봐야 할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이다. 여기서 풀이하길 “참배(參拜) :「1」신이나 부처에게 절함. 「2」영구(靈柩)나 무덤, 또는 죽은 사람을 기념하는 기념비 따위의 앞에서 추모의 뜻을 나타냄.”으로만 되어 있을 뿐 이것이 일본말에서 온 말이라고 밝혀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을 그대로 베낀 말이다. “さん‐ぱい【参拝】社寺、特に神社にお参りしておがむこと。「伊勢神宮に―する」” 번역하면 “삼빠이: 신사나 절 등에 참배하는 것 ‘이세신궁’에 참배하다.”로 나와 있다. 일본인들이 쓰는 ‘삼빠이’를 우리의 호국영령 무덤 성묘에 빌려 쓰고 있는 꼴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참배, 參拜’라는 말이 1449년 세종 31년의 첫 기사를 시작으로 1901년 고종 때까지 12건의 기사에서 보인다. 그러나 세종당시의 ‘참배’는 국립묘지 참배의 뜻으로 쓴게 아니라 임금을 뵙는 ‘알현’의 뜻으로 쓰고 있었다. 문제는 일제강점기 때 기록인 순종실록이후 9건은 모두 ‘무덤참배’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왕세자가 도산어릉에 가서 참배하였다고 전보로 알려오다.
五世子詣桃山御陵參拜, 以電報稟達。” -1912년 9월16일 순종부록 3권-


 “왕세자가 <도산어릉>을 참배하였다고 전보로 알려오다.”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 <도산어릉>이란 일본 교토에 있는 명치왕의 무덤을 말하며 <도산, 桃山>은 ‘모모야마시대’ 곧 풍신수길 시대를 뜻하는 말로 명치왕 무덤은 풍신수길이 쌓았던 후시미성 (伏見城) 터에 자리 잡고 있으니 한반도와는 이래저래 악연의 장소다.


   
▲ 국립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무덤 앞에도 참배라는 말이 써있다


일본은 왜 조선의 어린 황태자를 일본왕 무덤에 ‘삼빠이(참배)’시켰는가? 그리고 왜 이런 사실을 본국의 순종에게 전보로 알렸는가? 순종부록에 따르면 황태자 이은의 일본왕실무덤 참배기사는 15살 때인 1912년 명치왕 무덤인<도산어릉>을 시작으로 명치왕 부인 소헌왕후 무덤 참배 등 1917년까지 무려 7번이나 참배시켰다는 기사가 나온다.


어쩌자고 조선의 어린 황태자를 명치왕과 그 부인 무덤 그리고 고대 일왕인 숭인왕 사당까지 끌고 다니며 참배를 시켰단 말인가! 또 그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전보까지 쳐서 본국의 순종에게 알린단 말인가?


 정리하자면 이 말은 조선시대 세종 때도 쓰였으나 왕을 뵙는 ‘알현’의 뜻으로 쓰였을 뿐, 묘지나 신사 또는 귀신에게 ‘예’를 갖추는 일에는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인 순종 때부터 인질로 끌고 간 황태자를 데리고 일본왕릉 순례시킨 것을 ‘참배’라고 불렀고, 해방 후 국립묘지를 만들면서 그곳에 ‘예’를 갖추러 가는 것을 ‘삼빠이’의 음역인 ‘참배’로 따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국립현충원 같은 대규모적인 국가주도 무덤은 과거에 없던 시설로 대부분은 집안 조상 무덤에 성묘를 하던 우리가 국가유공자 무덤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 가는 것을 ‘삼빠이(참배)라고 하는 것은 일본식을 따르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삼빠이(참배)가 지겹다면 우리말 속에 있는 참배(삼빠이)도 뫼절 또는 성묘같은 말로 하루속히 바꿔 써야 할 것이다.
 

   

▲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러 들어가는 아베 수상, 일본에서 "참배"는 저렇게 "신사참뱨'와 동일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