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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연의 이육사 시화 24] 초가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초가

                                                             - 이육사   

     구겨진 하늘은 묵은 얘기책을 편 듯
     돌담울이 고성같이 둘러싼 산기슭
     박쥐 나래 밑에 황혼이 묻혀오면
     초가 집집마다 호롱불이 켜지고
     고향을 그린 묵화 한 폭 좀이 쳐.  

     띄엄 띄엄 보이는 그림 조각은
     앞발에 보리밭에 말매나물 캐러간
     가시내는 가시내와 종달새소리에 반해
     빈 바구니 차고 오긴 너무도 부끄러워
     술레짠 두 뺨 우에 모매꽃이 피었고.  

     그네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더니
     앞내강에 씨레나무 밀려나리면
     젊은이는 젊은이와 뗏목을 타고
     돈벌러 항구로 흘러간 몇달에
     서릿발 잎져도 못 오면 바림이 분다.  

     피로 가꾼 이삭에 참새로 날아가고
     곰처럼 어린 놈이 북극을 꿈꾸는데
     늙은이는 늙은이와 싸우는 입김도
     벽에 서려 성에 끼는 한겨울 밤은
     동리의 말고자인 강물조차 얼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