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 조선시대 병역기피를 위한 호패의 위조 호패(號牌/戶牌)는 조선시대에 16세 이상의 남자가 차고 다니던 패였는데 지금의 주민등록증과 같습니다. 원나라에서 시작된 호패제도는 고려 공민왕 때에 들어왔는데 잘 시행되지 않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와 비로소 전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양민을 군정(16~59살의 남자를 국가나 관아의 명령으로 병역이나 노역(勞役)에 종사)에 뽑아 쓰기위한 것이어서 호패를 위조하거나 기피하는 것이 성행했습니다. 결국 세종실록이나 성종실록에 보면 호패를 받은 사람이 전 양민의 10~20%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호패를 차지 않은 사람을 벌하는 것은 물론 위조나 도둑질 한 사람은 사형, 빌려 차는 자는 가중처벌, 빌려준 자는 매 100 대에 3년간 중노동을 시켰으며, 본인이 죽으면 관가에 호패를 반납하게 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병역기피는 문제였습니다.
378. 어설픈 전문가들이 전통문화를 망친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 제주도 설록차 박물관을 소개하는 기사가 올라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쓴 사람은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더구나 재벌기업 태평양화학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을 소개한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녹차가 우리의 전통차가 아닌 일본 변종(야부기다)의 역수입종인지도 모르고 쓴 것이나 대량생산하는 녹차들은 화학비료와 농약의 의혹을 사고 있는데도 소개한 것들이 문제였습니다. 이에 한겨레신문 부장출신으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차전문가인 최성민님이 문제제기를 했는데 어떤 독자가 ‘인삼차, 한방차는 그럼 전통차가 아니냐?’, ‘녹차=일본차=증제차 라는 공식은 아주 위험한 상상이다’ 등의 잘못된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저 차를 좀 마시는 사람이 잘못들은 지식으로 전문가를 선무당으로 몬 것입니다. 전통문화의 발전은 이런 우매한 잘난 채가 없어야 합니다.
377. 미국에서 칭찬받은 대금초보자 미국에 이민 간 어떤 사람은 가기 전 대금을 조금 배웠는데 연주할 정도는 못되고, 초보자 수준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민 간 뒤 마을에서 잔치(파티)가 있었습니다. 이때 서양의 풍속대로 참여자들이 악기 연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참여자들은 이 사람에게도 연주를 하라는 권유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자신감이 없어서 극구 사양하다가 할 수 없이 배웠던 곡 하나를 연주했습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큰 박수로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후 잔치에서 만났던 한 미국인은 길에서 만나자 반가워하면서 같이 있던 자신의 친구에게 대단한 대금연주자로 소개했습니다. 만일 이 사람이 서양악기의 초보자였다면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만의 고유 악기로 연주했기에 이렇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거지요. 우리 문화야말로 우리를 돋보이게 하는 매력이 아닐까요?
376. 요즘 신입사원, 영어보다 국어가 문제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기업 인사담당자 728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들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업무능력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여기서 응답자들은 외국어 능력보다 국어관련 능력이 더 낮으며, 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들의 국어 능력 만족도 중 ‘만족한다’에는 11.5%만 손을 들었고, 대부분 ‘그저 그렇다’(65.4%), ‘불만족’(23.1%) 의견을 나타내 신입사원들의 국어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국어능력 중 가장 부족한 것은 쓰기나 말하기 등이라는 지적이 39.7%로 가장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국어교육은 소홀히 하고, 영어교육에만 치중한 결과일 것입니다. 기업에서 보고서도 제대로 못 쓴다면 인재는 아니며, 영어보다는 우리말글을 잘 쓰는 능력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는데 국어능력 평가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375. 약탈해간 외규장각 책들을 내놓지 않는 프랑스 프랑스가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귀중한 책(의궤)들을 약탈해갔습니다. 이 책들은 지금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으며, 총 191종 297권입니다. 정부는 1992년부터 프랑스에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요청해왔지만 프랑스는 ‘빼째라’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종부는 외규장각 도서 전체를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학자들과 일반 국민들이 외규장각 책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프랑스는 시집가는 딸에게 혼수를 장만해주기보다는 프랑스어만은 확실하게 가르쳤다고 자랑할 만큼 그 어떤 나라보다도 자기 나라의 문화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그 들이 남의 문화재를 훔쳐가고도 아직 뻔뻔스럽게 내놓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여배우 브르짓도 바르도는 한국의 개고기 식용을 나무라기에 앞서 자기 나라의 뻔뻔함을 먼저 지적해야 합니다.
374. 한복이 서양옷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 한의학이 양의학과 학문의 바탕부터 다른 것처럼 한복도 서양옷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옷입니다. 서양옷은 입체재단을 하여 몸에 맞추는 옷이지만 한복은 평면재단으로 반대의 성격을 띱니다. 바꿔 말하면 서양옷은 몸에 딱 맞게 만들어 몸을 드러내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주는 옷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복은 여유로운 옷이 되어 몸을 감추며, 스트레스를 주지 않습니다. 또 한복은 입는 사람의 입음새와 움직임에 따라 맵시가 드러나는 옷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일 수 있는 좋은 점은 ‘더불어 사는 옷’이라는 것입니다. 넉넉한 옷이기 때문에 키만 비슷하면 내옷 네가 입고, 네옷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인 것이지요. 이 모든 특징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자연스러움,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우리 조상들이 집을 질 때 땅을 깎아내고 파기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이용하여 짓곤 하던 것과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373. 오늘은 소서(小署), 수제비로 이열치열을 오늘은 24절기의 열한 번째 소서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때 초후에는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에는 귀뚜라미가 벽에 기어 다니며, 말후에는 매가 비로소 사나워진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장마철이지만. 농촌에선 김을 매주고, 퇴비 장만과 논두렁의 잡초깎기도 합니다. 또 이때는 채소나 과일들이 풍성해지고 보리와 밀도 먹습니다. 채소는 호박, 생선은 민어가 제철이며, 민어포는 좋은 반찬이 됩니다. 또 민어는 회를 떠서 먹기도 하며,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은 뒤 고추장 풀고 수제비 띄운 매운탕을 끓여먹는 맛은 환상이지요. 특히 국수나 수제비는 이때 즐겨 먹습니다. 더운 날을 이열치열로 보내는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입니다. “젊은이 하는 일이 / 김매기뿐이로다 / 논밭을 갈마들여 / 삼사차 돌려 맬 제 / 날 새면 호미들고 / 긴긴해 쉴 새 없이 / 땀 흘려 흙이 젖고 / 숨막혀 기진 할 듯” 농가월령가 중 일부입니다.
372. 조선의 요리서, 수문사설을 아시나요? 조선시대에 나온 요리서가 있습니다. 조선 중기의 역관 이표(李杓, 이시필 설도 있음)라는 사람이 쓴 ‘수문사설(謏聞事說)’입니다. 전체 내용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정리한 것인데 여기에 식치방(조리편)을 더했습니다. 특히 이 수문사설의 식치방이 돋보이는 것은 중국의 조리서를 인용하지 않고, 당시 솜씨있는 여러 요리사의 비법을 수록한 것입니다. 박이돌(朴二乭)의 우병(芋餠), 돌이와 학득(學得)의 황자계혼돈, 민계순의 종 차순의 붕어증 따위의 특이한 조리법을 소개합니다. 또 지방 특산물인 순창고추장, 송도식혜 등과 지은이가 실제로 경험한 외국 조리법인 베이징의 계단탕(鷄蛋湯), 일본의 생선묵과 비슷한 가마보곶(可麻甫串)의 요리법도 수록하였습니다. 수문사설의 식치방을 읽으면 전통음식의 본 모습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시립종로도서관에 필사본이 있습니다.
371. 조선의 인기, ‘쌍륙놀이’가 잊힌 까닭 “긴 봄날 우두커니 혼자 쌍륙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오른손은 갑이 되고, 왼손은 을이 되어 ‘다섯이다!’. ‘여섯이야!’하고 소리치는데 너와 내가 있어 이기고 지는 것에 마음을 쓰게 되니 문득 상대편이 적으로 느껴집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있는 글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쌍륙놀이’는 중국에서 생긴 것으로 우리나라에 고려 때 들어와 토착화된 것인데 궁중과 양반의 안방놀이였으며, 연암의 글과 혜원의 풍속도에도 등장할 정도로 조선시대 가장 인기있었던 놀이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이름조차도 잊혔습니다. 그렇게 잊힌 까닭은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조선문화 말살정책 때문입니다. 1936년 일본총독부는 전국의 민속놀이를 조사하여 ‘조선의 향토오락‘이라는 책을 냈고, 이후 쌍륙, 풍물굿 등 대중들이 좋아했던 것들을 모조리 금지시켰습니다. 조선을 완전한 식민지로 만들려는 일본의 흉계였지요.
370. 처갓집, 역전앞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텔레비전 출연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처갓집’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 ‘역전앞’, ‘종갓집’, ‘상갓집’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입니다. ‘역전(驛前)’은 한자말인데 ‘역앞’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말 ‘앞’을 또 붙일 까닭이 없습니다. 또 ‘처가(妻家)’와 ‘종가(宗家)’, ‘상가(喪家)’에도 이미 집 ‘가(家)’자가 들어가 있는데 여기에 ‘집’을 덧붙일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와이프'란 외래어를 쉽게 씁니다. ‘아내’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굳이 ‘와이프’라고 하면 유식한 것이라고 착각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정확한 발음도 못하면서 외국어 쓰기를 좋아한다면 이는 오히려 외국인이 사대주의라며 비웃을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렇게 우리말글을 아무렇게나 쓴다면 우리의 정신도, 나라도 병들어 갈 것입니다. 올바른 말글생활을 하는 것은 작지만 분명 애국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