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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한의 행복을 추구하자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3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6년 새해부터 달라진 정책 가운데 하나가 쓰레기 처리다. 2021년에 환경부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름이 바뀜)가 폐기물관리법 시행 규칙을 개정하였는데, 5년 뒤인 2026년 1월 1일부터는 수도권의 3개 시ㆍ도 곧 서울, 인천, 경기도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직접 매립하지 못하게 하였다. 인구가 과밀 된 수도권에서는 쓰레기를 매립할 땅이 부족하고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침출수가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생활쓰레기를 매립하지 말고 최대한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태워야 한다는 매우 강력한 규제가 발효되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438kg으로서 미국의 951kg보다는 훨씬 적지만 일본의 326kg, 중국의 250kg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서울시에는 현재 4곳의 소각장이 있는데, 모두 처리용량은 1일 2,850톤이다. 서울시는 발생 쓰레기 전량을 소각하기 위해 마포구 상암동에 일일 처리용량 1,000톤 규모의 새 소각장 건설을 추진하였다. 소각장은 지역 주민들에게 이른바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반대가 심하다. 내가 사는 동네에 소각장이나 매립장이 들어온다면 누구나 반대를 할 것이다.

 

상암동 새 소각장 건설 계획은 주민 반대에 따른 법적 분쟁에 부딪혀 제동이 걸렸다. 2025년 1월 10일 서울행정법원의 1심 선고에서 주민들이 승소하였다. 2026년 2월 12일에 예정된 2심에서 만일 서울시가 패소하면 소각장의 입지 선정을 다시 시작해야 하므로 소각장 건설이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서울시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서울시의 기존 4개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남은 재(소각재)와 타지 않고 남은 불연물은 계속해서 수도권 매립지에서 매립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도권 매립지는 2031년경에는 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수도권매립지의 대체 매립지 조성을 위해 공모를 했으나 입지 예정 주민의 강력한 반대로 3차례나 무산되었다. 정부에서는 혜택을 늘리고 조건을 완화하여 4차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생활쓰레기를 가까운 수도권매립지로 보낼 수 없게 되자 서울시 각 지자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발생한 생활쓰레기를 먼 곳에 있는 지방 소각장으로 보내어 비싼 처리비를 주고 소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강동구는 생활쓰레기를 멀리 충남 천안시와 세종시에 있는 민간 소각장으로 보내고 있다. 강남구는 생활쓰레기를 충북 청주시의 민간 소각장으로 보내고 있다. 마포구는 생활쓰레기를 강원도 원주로 보내고 있다. 다른 지자체도 수도권 밖에 있는 민간 소각장과 계약을 맺고 생활쓰레기를 원정 소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재활용과 소각 확대가 쓰레기 정책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에서 생활쓰레기의 직매립 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선 행정을 담당하는 지자체에서는 재활용 확대는 더디고, 소각장 확대는 주민 반대로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주민 반대를 극복하기 위하여 비용이 들지만 혜택을 늘리는 당근 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수도권매립지의 대체 매립지가 선정되면 정부에서는 관할 지자체에 최소 3,000억 원의 특별지원금을 주고 주민편의시설과 주민지원기금 등 혜택을 늘리기로 하였다. 지역 주민에게는 혜택이지만, 다른 지역의 국민에게는 세금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에서 권장하는 쓰레기 소각 정책은 문제가 없는가? 소각장에서 나오는 다이옥신과 대기오염물질 등 유해물질로 인하여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과 피부 질환, 생식계 질환 등 건강 문제가 염려된다.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핵심물질로서 기후위기의 원인이 된다. 소각장 인근의 부동산 값어치 하락도 주민들에게는 손해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소각장은 필요한데 어디에다 건설해야 하나?

 

쓰레기 문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쓰레기의 발생량을 줄이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왜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가? 물건을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고 많이 버리기 때문이다. 쓰레기 문제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소비를 줄이는 일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말이 쉽지 인간의 본성과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구조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을 통하여 “큰 것이 좋은 것이다. 많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고 가르쳐 왔다. 어린이의 키를 크게 하기 위한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는 것이 유행이다. 치열한 입시 경쟁은 부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아닌가? 큰 텔레비전과 큰 냉장고는 주부들이 좋아하는 가전제품이다. 큰 평수의 아파트, 큰 고급 승용차 2대, 그리고 수영장이 딸린 여름 별장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으면 사람들은 부러워할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보여 주는 연예인들의 크고 호화스러운 주택은 청소년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가 추구하고 있는 대량소비 생활방식이 쓰레기 문제를 일으키며 지구온난화의 근본 원인이 된다.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슈마허(1911~1977)는 일찍이 1973년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써서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는 거대 기업의 대량 생산 방식이 자원을 낭비하고 인간을 소외시킨다고 보았다. 그는 소규모 공동체 중심의 생산 방식인 중간 기술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그는 경제의 목적을 ‘성장’이 아닌 ‘인간 행복’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은 불교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물질적 욕망의 극대화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고 최소한의 소비로 정신적 만족을 찾는 삶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폴란드 출신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20~2005)은 1990년 1월 1일 세계평화의 날을 맞이하여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현대 세계는 그 생활방식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하지 않는 한 결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교황의 주장은 인류가 처한 환경문제의 본질이 성장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에 있음을 잘 알려주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990년대 과잉 소비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소비를 줄이자는 ‘자발적으로 소박한 생활(Voluntary Simplicity)’이 등장하였다. 고연봉의 스트레스 많은 직업 대신 수입은 적어도 자유로운 시간을 보장하는 직장을 선택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새 물건을 사기보다 중고품 거래를 이용하거나 수선해서 쓰는 사람도 나타났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사람들은 과도한 대출과 소비가 주는 허무함을 깨닫게 되고 최소주의(Minimalism: 적게 소유하며 지속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 생활방식)가 등장하였다. 그러나 인류 대다수는 여전히 경제 성장과 화려한 소비를 추구하고 있다.

 

2024년에 우리나라에서 고물가와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청년층의 좌절감을 토대로 나타난 신조어가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 하나만 사는 삶)이다. 과시적 소비를 따를 수 없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실속형 소비문화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요노 현상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고 가난한 청년층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인류 문명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초래한 새로운 현상이 일자리 소멸이다. 사람이 하던 여러 가지 정신노동은 물론 육체노동도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하게 되면 수많은 직종이 사라지고 수많은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염려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법정 스님(1932~2010)은 무소유의 행복을 보여 주었고 한경직 목사님(1902~2000)은 검소한 생활을 몸소 보여 주었다. 그러나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주장 역시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등장 이후 전개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에서는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한의 행복을 추구하자”라는 불교경제학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