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난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두루마기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배자, 창의, 저고리 등을 놓고 정상들이 입을 겉옷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가운데 APEC 준비기획단은 한복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정상들도 쉽게 입을 수 있고, 한국의 멋이 물씬 풍긴다는 점 때문에 두루마기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두루마기는 ‘두루 막혔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한자어로는 ‘주의(周衣)’라고 하지요. 조선시대에 양반 남자들이 겉에 입는 옷으로는 도포(道袍)ㆍ창의(氅衣)ㆍ심의(深衣)ㆍ철릭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고종 갑신년에 의복 제도 개혁이 일어나 겉옷으로는 홀가분하고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두루마기로 통일되었습니다. 개항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두루마기는 남녀노소 구별 없는 가장 대표적인 한복의 겉옷, 그리고 예복으로 자리 잡았지요. 그뿐만 아니라 대한제국 말기 왕비 평상복에 관하여 적어놓은 글에도 ‘주의(周衣)’란 말이 나오고, 양반 부인이나 기생의 사진 등에도 이를 입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남자만이 아니라 여성의 복식에도 두루마기가 우리나라 전통 겉옷으로 완성되었음을 밝혀주고 있습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곡우(穀雨)다. 곡우란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고 하여 붙여진 말이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같은 속담이 전한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두었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랬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린다. 이는 개구리나 새가 와서 모판을 망칠 우려가 있으므로, 볍씨 담근 날 밤에 밥을 해놓고 간단히 고사를 올리는 것이다. 또 이날은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는데 땅의 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른다. 곡우물은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 내서 흘러내리는 수액이다. 몸에 좋다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는 5월 3일 낮 3시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는 <김해연 귀국 플루트 독주회>가 열린다. 늘 학구적인 자세와 진취적인 연주로 청중들에게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하는 플루티스트 김해연은 수원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한 뒤 독일로 건너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국립음악대학 석사과정을 최고점수로 졸업하였다. 일찍이 음악교육신문사 콩쿠르, 바로크합주단 전국음악콩쿠르, 뉴서울필하모닉 콩쿠르 등 국내 유수의 콩쿠르에 다수 입상하며 전문 연주자의 자질을 갖춰 나가던 그녀는 수원대학교 오케스트라, 퍼블릭 오케스트라, 경기윈드 오케스트라 등과의 협연 무대를 통해 솔리스트로서의 기량을 선보였다. 2016년, 2017년 독일 Scholss Fliseck 페스티벌 뿐만아니라 Maxence Larrieu, Jean-Claude Carriere, Jeanne Baxtresser, Jeffrey Khaner, Davide Formisano, Christina Fassbender 음악캠프 등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며 그녀만의 음악적 지평을 확장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윤현임, 박민상, 이지은 그리고 Mathias Ditt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빨간 구두 시인 김태영 두메산골 단발머리 소녀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뒷굽 높은 빨간 구두 세월이 먼저 가져가 버렸다. 얼마 전 KBS 1TV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에서는 가수 알리가 고 나애심 씨의 히트곡 “세월이 가면”을 불렀다. 고 나애심을 자신의 가슴 속에 이입시켜 불렀다가 자신만의 노래로 재해석하기도 해 관객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이 시를 쓴 박인환은 모더니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전후 폐허의 공간을 술과 낭만으로 누볐다. ‘세월이 가면’은 전쟁으로 가족과 연인을 잃고, 살아가던 당시 사람들의 아픈 가슴을 다시 한번 울게 만들었던 시였다. 우리는 이 노래를 다시 들을 때면 옛 추억이 떠올라 울컥하기도 한다. 며칠 전은 6년 전 2014년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했던 날이었다. 하필 그 이름이 ‘세월호’였더란 말인가? 유가족들은 전남 진도군 동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금 백성들의 일은 말하자면 참으로 참담합니다. 우선 눈으로 직접 본 것을 가지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기근과 돌림병이 함께 일어나 주검이 서로 겹쳐 쌓였으며 찌는 듯한 나쁜 기운이 안팎으로 가득합니다. 심지어 백성들을 구하던 관원들까지 잇달아 전염되었습니다. 성안의 모든 집들이 귀천을 가릴 것 없이 제대로 남아난 집이 없으며 황급하고 경황없는 것이 전쟁으로 말미암은 재앙보다도 심합니다.” 이는 《현종개수실록》 현종 12년(1671년) 4월 19일 기록으로 온 나라가 기근과 돌림병으로 백성들이 죽어 나가 그 주검이 겹쳐 쌓였다고 하여 처참한 상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 《숙종실록》 숙종 25년(1699년) 12월 30일에는 “이 해에 돌림병이 치열하여 서울에 얼어죽은 주검 3천 9백여 구이고, 각도(各道)에서 죽은 사람은 모두 25만 7백여 인이었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지금 다행히 우리나라는 그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세계는 거의 조선 현종 때나 숙종 때의 지경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의술이 발전하지 못한 조선시대에는 돌림병 환자가 생기면 병막이나 피막이라 불리는 임시 건물에 격리 수용하고, 여귀(厲鬼) 곧 돌림병으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가운데 줄임 ...)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이는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입니다. 이 시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작품이지요. 원래는 30회를 목표로 연재를 시작했으나 "미친놈의 잠꼬대냐?", "그게 무슨 시란 말인가", "당장 집어치워라", "그 이상이란 자를 죽여야 해!" 등 독자들의 비난 투서가 빗발쳐 연재를 중단했습니다. 13인의 아이들이 달립니다. 그 아이들이 모두 공포에 질려있습니다. 누가 무섭게 아이들을 몰아세웠을까요. 그리고 뭐가 무서워서 그런지 알 수도 없습니다. 한 아이가 겁에 질려 뛰면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면서 다른 아이들도 무작정 그 뒤를 따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13인의 아이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3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 이하 국어원)은 ‘언택트 서비스’와 ‘유니크 베뉴’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비대면 서비스’와 ‘이색 지역 명소’를 뽑았다. ‘언택트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고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유니크 베뉴’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나 특색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가리키는 말로서, 회의와 숙박 시설, 관광과 체험 콘텐츠 등이 고루 갖춰진 곳이 많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4월 6일부터 8일까지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 ‘언택트 서비스’의 대체어로 ‘비대면 서비스’를, ▲ ‘유니크 베뉴’의 대체어로 ‘이색 지역 명소’를 뽑았다. 특히 ‘비대면(←언택트)’은 ‘비대면 소비(←언택트 소비)’, ‘비대면 방식(←언택트 방식)’, ‘비대면 채용(←언택트 채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해 쓸 수 있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국어 새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제공하기 위해 국어 전문가 외에 외국어, 교육, 홍보ㆍ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로서,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진행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일본군 중위가 4월 15일 오후에 제암리 마을에 들어와 유시와 훈계를 한다고 기독교도들을 모두 교회에 집합시켰다. 교인 32명이 교회당에 모였으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때 중위의 명령이 내려지자 병사들이 예배당을 포위하고 창문과 출입문을 닫고는 일제히 총을 쏘기 시작했다. 예배당에 있던 한 부인은 갓난아이를 창밖으로 밀어내고 병사들에게 ‘나는 죽여도 좋지만, 이 아이만은 살려 주십시오’하고 애원했으나 병사들은 내민 어린아이의 머리를 총검으로 찔러 죽였다.” 이는 민간인 학살현장인 화성 제암리교회의 참사 현장을 목격한 전동례 할머니의 《두렁바위에 흐르는 눈물》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군은 학살 만행 현장을 은폐하기 위하여 교회에 불을 지르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두 번 죽인 셈이지요. 이때 갓난아이를 업은 김씨 부인 (1899 ~ 1919. 4.15)도 현장에서 참혹하게 삶을 마감했습니다. 김씨 부인은 남편 강태성과 함께 화성 출신으로 제암리교회 참사가 일어나기 전인 1919년 4월 5일 향남면 발안(鄕南面 發安) 장날에 일어난 독립만세 운동에 참여하여 1천여 명의 시위군중과 함께 만세운동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난 2017년 7월 27일 뉴스에는 '이중섭ㆍ박수근 위작사건' 작품들에 대법원 "가짜 맞다"라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위작 논란이 송사에 휘말려 대법원까지 가서 위작이란 결론이 났다는 얘기인데 그만큼 우리나라의 현대회화에서 이중섭ㆍ박수근 작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 3월 7일 뉴스에는 “이중섭 '소' 47억 원 낙찰…8년 만에 작가 최고가 경신”이란 뉴스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으뜸 작가로 꼽히는 이중섭은 1916년 오늘(4월 10일) 태어났습니다. 미술관이라고는 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유명화가 이중섭과 그의 대표작 ‘흰 소’에 대해 들어봤을 정도입니다. 그가 주로 그렸던 작품의 소재는 소ㆍ닭ㆍ어린이[童子]ㆍ가족 등이지요. 그의 그림의 특징은 향토성을 강하게 띠면서 동화적이고 또한 자전적(自傳的)인 요소가 많다는 평입니다. 이중섭은 평탄치 않았던 삶을 살았기에 ‘비운의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탓인지 그는 격렬한 터치로 소를 그렸고,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살았기에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표현한 듯 환상적인 이상세계를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서귀포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27년 전 오늘(4월 13일)은 사상의학을 완성한 조선 후기의 한의학자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1837~1900)가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저술을 끝마친 날입니다. 《동의수세보원》은 이제마가 사상의학(四象醫學)을 주창한 책입니다. 책 이름에서 ‘동의(東醫)’는 중국의 의가(醫家)와 구별하기 위한 것이며, ‘수세(壽世)’는 온 세상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킴을 뜻하는 것이지요. 사상의학은 저자 자신이 오랫동안 임상 치료한 경험과 체질에 관한 문헌적 연구에 바탕하여 주창한 학설로서 사람들의 체격, 얼굴 생김새, 성격, 약물에 대한 반응성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서 비장이 크고 신장이 작은 소양인(少陽人), 간이 크고 폐가 작은 태음인(太陰人),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은 소음인(少陰人), 폐가 크고 간이 작은 태양인(太陽人) 등 4가지 형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사상인(四象人)에 따라 병이 생기는 원인이 다를 뿐 아니라 병증에서도 각각의 특성이 있고, 약물의 반응도 다르므로 그것에 맞게 치료를 해야 병이 낫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마는 20세기로 접어들던 무렵 ‘사상의학’을 창시해 한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그의 학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