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아서 새해가 되었다. 젊었을 때부터, 아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새해에는 항상 올해의 계획을 세웠다. 책을 1주일에 1권 이상 읽겠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찍 일어나서 새벽 공부를 하겠다. 자격증을 하나 따겠다. 일본어를 배우겠다. 아들과 하루에 한 번 이상 사랑의 대화를 나누겠다. 교과서로 쓸 책을 한 권 쓰겠다 등등. 그러나 그러한 새해 결심은 항상 지켜지지 않는 법이다. 작심삼일에 그만 무너지는 결심도 있고 두세 달 가는 결심도 있다. 그러다가 연말에 돌이켜 보면 새해 결심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 그때는 방학 숙제가 많았다. 매일 일기를 쓰고, 곤충 채집을 하고, 명승고적 방문기를 기록하고 등등... 방학이 끝날 무렵이 되면 ‘방학숙제를 해야 하는데...’라며 걱정만 했다. 그러다가 개학 날짜가 내일모레로 다가오면 그때야 방학숙제를 한다고 온 야단법석을 치르고도 언제나 한두 가지 숙제는 하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 새롭다. “다음 방학 때에는 꼭 방학숙제를 먼저 하고 놀아야지”라고 결심하지만, 그러한 결심은 초등학교 6년 동안 한 번도 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짜: 2024년 6월 24일(월) 답사 참가자: 김수용 김혜정 송향섭 윤석윤 윤희태 이상훈 전선숙 황병무 (8명) 답사기 쓴 날자: 2024년 6월 29일 효석문학100리길의 제5구간은 평창 용항리 경로당 ~ 평창바위공원 ~ 평창 전통장(평창초교)까지 걷는 길로서 소책자에서는 ‘마을길 따라 노산가는 길’이라고 이름붙이고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강, 들, 숲과 역사 그리고 옛 정취가 남아있는 평창 전통장 등 다양한 테마를 가진 그림처럼 아름다운 평창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간이다. 5-1구간은 용항리 경로당에서 평창바위공원까지의 거리 7.5km 구간이다. 5-1구간은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숲길을 따라 작은 고개를 넘고 마을길을 걸으며 시골의 정취를 느끼고 평창강과 기암절벽, 임진왜란 때 격전지였던 노산성을 둘러보고 평창강변에 위치한 평창바위공원에 이르는 길이다. 용항리 경로당에서 아침 9시 30분에 8명이 출발하였다. 이날 날씨는 여름이지만 구름이 끼고 흐려서 덥지 않았다. 기온은 25도 정도로서 답사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용항리 안쪽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길은 원래는 4구간에 포함되어 있으나 지난번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열대야는 저녁 6시 1분부터 이튿날 아침 9시까지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25일 아침 6시 12분에 서울의 기온이 24.9도까지 내려가 8월 24일 밤은 열대야가 아니었다고 한다. 이로써 34일간 계속된 서울의 최장 열대야는 끝났지만, 올해 여름에 서울에서 열대야가 발생한 날 수는 모두 37일로 이 역시 기상 관측 이래 제1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님이 그리워’ 잠 못 이루는 밤이 아니고 ‘날씨가 더워서’ 잠 못 이루는 밤은 해마다 반복되며 해마다 길어질 것으로 염려된다. 이처럼 열대야가 길어지는 것은 지구가 더워지는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환경학자들은 산업 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온도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것이 관측되자 지구온난화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 인류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일어난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가능해졌다. 모든 나라에서 경제가 발전하면서 화석연료의 소비가 늘어나고 연쇄적으로 이산화탄소의 발생이 증가하였다. 이산화탄소는 이른바 온실가스로서 태양열을 붙잡아두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지구의 온도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반지 선물을 사기 위하여 두 사람은 프라이드를 타고 잠실 롯데 백화점으로 가서 지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층 여성용품 매장으로 갔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1층 매장은 귀금속, 화장품, 구두, 가방 등 여성들이 좋아하는 물건들을 파는 곳이다. 남자들이 돈을 열심히 벌면 결국 쓰는 것은 여자들이다. 백화점으로서는 여성고객 중심으로 매장의 위치를 정해야 할 것이다. 선물을 받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겠지만, 특히 여성들은 선물을 받으면 쉽게 마음을 여는 법이다. 여자가 선물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책에서 배운 것은 아니고 살다 보니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아내와 부부싸움을 한 뒤에 아내를 달래려면 다음 날 작은 선물을 들고 가면 쉽게 풀렸다. 하다 못하면 호떡 2,000원어치라도 사 들고 들어가면서 ‘여보, 이거 당신 주려고 사 왔어’라고 말하면, 대개는 마음이 풀린다. 여자들은 특히 보석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젊은 남자들도 귀걸이를 하지만 여자들이 귀걸이를 하고 보석 반지를 끼는 것은 꽤 역사가 깊은가 보다. 옛날 선사시대의 조개 무덤인 패총에서도 여자의 장신구가 발견되었으며 박물관에 가보면 옛날 사람들이 쓰던 금과 은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계속 산길을 가는데, 왼쪽 바위틈에 토종벌통 3개가 보인다. 벌통의 나무 색깔로 보아서 최근에 만들어놓은 것 같다. 농약으로 인해 요즘 벌들이 수난을 당하는데, 토종벌들은 무사한지 걱정이 된다. 지리산에서 벌을 키우는 친구에게 전화 걸어서 물어보니, 토종꿀은 1년에 단 한 번 늦가을 서리가 내린 뒤에 수확하기 때문에 더 귀한 꿀로 간주한다고 한다. 이에 견줘 양봉꿀은 한 해에 많게는 세 번까지 수확할 수 있다. 최근에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봄이 되면 꽃이 순차적으로 피지 않고 일제히 피기 때문에 꿀을 많이 수확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산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는데, 아주 예쁘게 꽃밭을 가꾼 시골집이 나타난다. 정원에는 으아리, 장미, 황금낮달맞이꽃 등이 예쁘게 피어있다. 내가 시골에서 살아보니 외딴집에 사는 것보다는 이웃이 있는 마을에서 함께 사는 것이 더 좋다. 외딴집은 경치가 좋고 또 조용하므로 살기 좋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막상 시골에서 살아보면 이웃이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이 좋다. 사람은 무리 지어 함께 사는 동물의 한 종(種)일 뿐이다. 산속 깊은 곳에서 혼자서 살 수는 있으나 이웃이 없으면 사는 재미는 줄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제79돌 광복절 행사가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주최 기념식으로 각각 열린 것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독립운동단체들은 ‘친일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반대하면서 따로 기념식을 단행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말썽이 된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광복회는 논평을 통해 “1948년 이승만의 건국절 주장은 선열들의 피로 쓴 독립운동의 역사를 혀로 덮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왜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세 가지 단상이 떠올랐다. 첫째,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에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후유증일 것이다. 1948년 9월에 국회를 통과한 반민족행위처벌법은 이승만의 방해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였다. 이 법에 따라 특별재판소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사형 1명을 포함하여 12명밖에 안 되었다. 그마저도 실제 사형 집행은 1명도 없었고, 대부분 감형이나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에 반해 프랑스는 나치 부역자 6,763명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26,529명이 징역형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숙청 재판에 가장 먼저 끌려 나온 피고들은 나치 협력 언론인들이었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가씨의 말을 들어보니 화장하는 일이 그렇게 간단히 되지 않는단다. 출근 전에 반드시 화장하는 데 꼬박 1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매일 하지는 않지만, 머리까지 손보면 추가로 20분이 걸리는데, 오늘은 머리를 하다가 그만 늦었다고 한다. 아내가 화장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30분이 채 안 걸리던데, 아마도 아가씨의 화장은 특별한가 보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전문적이고 복잡한 화장을 하는가 보다. 그러나 그까짓 화장에서 1시간씩 소비한다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화장하는 것은 남자가 면도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화장은 아름답게 보이고 싶다는 본능의 표현이다. 여자로 태어나면 화장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본능이기 때문에 배고프면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나는 것처럼 억제할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짐승이나 새의 경우에는 암컷보다는 수컷이 더 요란하고 외모로 보아도 아름답다. 그런데 유독 사람만 여자가 더 요란하게 치장하고 아름다운 것은 웬일일까? 혹시 다른 짐승의 눈에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자연의 법칙에 예외라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전에 언젠가 생물학과 박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콘크리트로 포장한 길이 끝나면서 흙길이 나타난다. 작은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길이 숲속으로 나 있다. 나는 사전 답사 때에 모닝을 운전하여 전체 구간을 다녀왔기 때문에 길 잃을 염려는 없었다. 우리가 이날 걸은 길은 평창으로 귀촌하여 살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걷는 산길이다. 걸어가다가 나무가 나타나면 나무 이야기, 풀꽃이 나타나면 풀꽃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계속해서 숲속 길을 걸어가다가 보니 길가 손 닿는 곳에 빨간 산딸기가 많이 달려 있다. 크지는 않지만 따서 먹어보니 맛이 아주 좋았다. 우리들은 모두 산딸기를 따 먹느라고 걸음이 느려졌다. 동심으로 돌아간 우리들은 손이 빨갛게 물드는 줄도 모르고 산딸기를 따 먹었다. 좌우 양쪽으로 산딸기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문학길 제4구간은 산딸기 길이라고 이름 붙이면 좋겠다. 출발한 지 50분이 지나 10시 20분에 우리는 작은 쉼터에 도착하였다. 아마도 산에서 일하는 일꾼들을 위한 쉼터인 것 같다. 간식거리로 누군가 참외를 가져왔고 누군가 떡을 가져왔다. 황병무 선생이 막걸리를 두 병이나 사 왔다. 나는 술에 약한 체질이어서 막걸리를 한 잔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섯 번째 만남 일주일이 조금 지나 미스 최 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일이 금요일인데 《아리랑》 제5권과 선물로 준 책을 다 읽었으니 만나자고 한다. 원래는 한 달에 한 번이나 만날까 예상했었는데, 너무 속도가 빠르다. 이러다가 일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젊은 아가씨가 만나자고 하는데 남자로서 고자가 아닌 바에야 어떻게 거절한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5번 만났지만 아직까지 금전적인 면에서 그리고 성적인 면에서 부담이 없이 그저 친구 만나듯 했으니 더욱 뿌리치기 어렵다. 김 교수는 5시에 잠실의 호텔로 가겠다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김 교수는 프라이드를 운전하고 잠실로 갔는데, 그날은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차가 밀려 5시 10분에야 겨우 도착했다. 십 분 지각이다. 2층 커피숍에 올라가 둘러보니 아가씨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다가 갔나? 김 교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이 나이에 바람맞는 것은 아닌가? 그럴 리가 없지. 아, 내가 아가씨에게 빠져드는가 보다. 김 교수는 ‘아가씨가 조금 늦겠지’라고 위안하면서 제일 안쪽 자리에서 입구를 바라보며 소파에 앉았다.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지루한 법이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짜: 2024년 6월 10일(월) 답사 참가자: 김혜정 송향섭 윤석윤 윤희태 이상훈 전선숙 최동철 황병무 (8명) 답사기 쓴 날짜: 2024년 6월 16일 효석문학100리길의 제4구간은 방림농공단지~평창 용항리 경로당까지다. 평창군에서 만든 소책자에서는 이 길의 이름을 ‘옛길 따라 평창 가는 길’이라고 부르고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뱃재 옛길을 따라 산을 넘고 숲길을 지나 만나는 빼어난 평창강의 아름다운 경관과 기암절벽을 조망할 수 있는 구간으로 흙길을 걸으면서 청정한 자연을 즐기며 맑은 산소를 마실 수 있는 길이다. 주진리와 용항리 강변길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으로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과 맑고 깨끗한 평창강의 물소리까지 그야말로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효석 이야기를 계속하자. 이효석은 경성에서 3년을 살다가 1934년 평양에 있는 숭실전문학교 영어 교수로 부임하였다. 오늘날로 치면 대학교수가 된 뒤 효석은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게 되었다. 평양에서 이효석은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1936년)을 비롯한 장ㆍ단편 소설은 물론 <낙엽을 태우면서&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