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외척 중에 새로 귀하게 된 사람이 많아 붉은 대문이 궁궐을 둘러쌌네 노랫소리, 풍악소리에 놀음 잔치 일삼고 갖옷과 말은 가벼움과 살찜을 다투네 단지 영화로움과 욕됨을 따질 뿐이지 옳고 그름은 수고로이 묻지도 않네 어찌 알리오 쑥대 지붕아래서 추운 밤 쇠덕석 덮고 우는 백성을 ! (詠史, 권 3: 155) 뭔가 예사롭지 않은 글이다. 구중궁궐에서 호화호식 하면서 추운 밤 한뎃잠 자는 백성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석주 권필의 시는 매양 이렇다. 충주의 비석 돌 유리처럼 고우니 수천 명이 뜯어내고 수만 바리 실어내네 물어보자 그 돌 실어 어디로 옮겨가나 실려가서 세도가의 신도비 된다 하네 그런 집의 신도비는 어느 누가 지어내나 글씨체도 굳세고 문장력도 기이하지 한결같이 적는 내용 “이 어른 살았을 때 받은 자질 배운 학식 또래 중에 빼어났도다 임금을 섬김에는 충렬하고 강직했고 집안에 지낼 적엔 효순(孝順)하고 인자(仁慈)했다 <권필, 충주석(忠州石) 가운데 일부> ▲ 고양 행주산성 아래 역사공원(행주나루터) 안에 있는 권필 시비 ▲ 석주 권필의 생애를 적은 시비 뒷면 -해적이(연보) 이윤옥- 권필의 눈에는 천년만년 돌비석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최 참판 댁의 기둥 군데군데 초롱이 내걸려 있고 행랑의 불빛도 환하게 밝었다.”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초롱이라고 하면 왠지 귀여운 등불이 연상된다. 전기가 없던 시절 불을 밝히는 도구였던 초롱은 꽃이름에도 붙어 있는데 금강초롱이 그것이다. 꽃모양이 흡사 신랑신부 가마타고 시집가던 날 들던 청사초롱 모양을 하고 있어 더욱 정겹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금강초롱 :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높이가 20~40cm이며, 잎은 끝이 뾰족한 달걀 모양이다. 여름에 초롱 모양의 자주색 꽃이 가지마다 몇 송이씩 핀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산지(山地)에서 자라는데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등지에 분포한다. ≒금강초롱꽃. (Hanabusaya asiatica) "라고 해서 하나부사 학명이라는 것은 영어로만 살짝 써두고 있다. ▲ 학명이 하나부사인 금강초롱 1 / 사진작가 박효섭 제공 금강초롱이라고 요즈음 부르는 이 꽃이름은 화방초(花房草,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화방초는 하나부사 요시타다(花房義質,1842-1917)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25살 때 유럽과 미국을 순방
[그린경제 = 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사회생활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갑을관계가 대단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제 동기들 중에도 으쓱대기 좋아하고 목에 힘주고 발주처랍시고 협력업체 불러다놓고 알지도 못하고 소리치는 놈들 있습니다만 솔직히 아무 것도 아닙니다. 협력업체에 똑똑한 분들 더 많구요. 술자리 가서 싸바싸바하며 계약서에 도장 받으려고 손비비는 그런 관계 아닙니다. 갑과 을에 대한 환상 때문에 갑도 을도 아닌 공기업을 찾으신다면 갑과 을에 대한 그 거창한환상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사회생활 자체가 갑과 을로 얽히고 얽혀있는 겁니다. -다음- 요즘 뜨고 있는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한 누리꾼들의 뜨거운 의견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위 누리꾼처럼 세상은 갑과 을이 얽혀 사는 아무것도 아닌 사회라는 의견부터 갑이 센놈이고 을은 약자라는 등 나름의 정의가 난무하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갑을(甲乙) 관계의 성립은 언제부터인가 이참에 살펴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갑을(甲乙):「1」갑과 을을 아울러 이르는 말.「2」순서나 우열을 나타낼 때, 첫째와 둘째를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일찍이 조선왕조실록에도 갑을(甲乙)이란 예는 많이 보이지만 그러나 오늘날 흔
[그린경제 = 이윤옥 문화전문기자] 국내 포도 재배는 조기 증수를 목적으로 한 계획 밀식재배로 재식 45년차부터는 간벌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초기 밀식된 재식주수를 경제성이 떨어질 때까지 그대로 유지하여 꽃떨이현상 등의 밀식장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농가에서는 간벌을 하면 수량이 감소된다고 생각하여 간벌을 기피하고 있으나 간벌시 주지연장지를 활용하면 간벌에 의한 수량 감소는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 한 귀농 준비자 누리집에 올라있는 포도나무 간벌 이야기 속에는 생소한 말들이 잔뜩 들어 있다. 증수, 밀식재배, 간벌, 재식주수, 밀식장해, 주지연장지 같은 말들은 한글이지만 알아먹기가 힘들다. 간벌이라는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간벌(間伐) : 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여 잘 자라도록 불필요한 나무를 솎아 베어 냄. 솎아베기로 순화. ≒소벌(疏伐).이라고 풀이하고 있을 뿐 간벌이라는 말의 유래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간벌은 일본말 간빠츠에서 온 것이다. ▲ 압록강 유역에서 마구잡이로 간벌한 나무들 (동아일보 1931.9.2)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에 보면 かん‐ばつ【間伐】:森林や果樹園で、主な木の生育を助けたり、採
[그린경제 = 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일본인들이 앓고 있는 병중에는 기미가요신경증(君が代神經症)이란 것이 있다. 정말 희한한 병이다. 우리말로 하면 애국가부르기 공포증 쯤이라고 번역 할 수 있다. 애국가부르기 공포증이라니? 쉽게 말해 입학식과 졸업식 같은 때에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를 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로 고민하는 선생들이 겪고 있는 병이 이른바 기미가요신경증이다. 어느 쪽이냐 하면 부르고 싶지 않다는 쪽이라 할 수 있다. ▲ 기미가요 거부자의 추이(왼쪽) 일장기(히노마루) 게양을 하고 입학식을 하는 모습 일본의 선생들이 겪고 있는 기미가요신경증은 동경도교육위원회(東京都敎育委員會)가 2003년 10월 23일 이른바 10.23 通達을 발표한 이후에 생긴 병으로 올해는 그 10년째 되는 해이다. 츠타츠(通達, circular notice)란 국가기관의 행정지침을 말한다. 행정지침 가운데는 입학식, 졸업식에서 국기게양 및 기미가요 제창을 실행 할 것 이란 조항이 있다. 더 나아가 국기는 식장의 무대 중앙정면에 게양한다. 식장에서 교직원은 지정된 좌석에서 국기를 향해 기립하고 국가를 제창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는 그 책임을 묻는다.와 같은 내용으로 규정하고
[그린경제 = 이윤옥 문화전문기자] 대두 새송이 버섯 된장 볶음 만드는 법 1 대두는 깨끗이 씻은 후 물을 넉넉하게 붓고 하룻밤 불린다. 2 새송이 버섯은 반 자른 뒤 1.5㎝ 크기로 썰고, 대파는 4㎝ 길이로 토막 낸 다음 채 썬다. 3 미소(일본 된장)는 체에 한 번 거르고 분량의 볶음 양념 재료와 합한다. 4 냄비에 대두를 넣고 충분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푹 삶는다. -다음- 설탕도 변변하게 없던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까만 콩장은 참으로 꿀맛이었다. 그러나 요즘 애들은 갖은 양념을 해서 만든 콩자반도 잘 먹질 않는다. 그래서 '대두 새송이버섯 요리' 같은 것이 등장 한 것일까? 위 예문의 콩 요리 방법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제는 그 대두에 일본된장 미소까지 넣어 먹는단다. 그러다가 일본 사람 될라? ▲ 메주콩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대두(大豆) : 콩. 콩으로 순화 하라고 되어 있다. 대두라는 한자말을 피하고 우리말 콩이라는 말로 순화하라는 말은 좋은 지적이다. 그러나 콩을 뜻하는 대두를 일본말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 말은 일찍이 조선시대에도 널리 쓰던 말이다. 세종실록 19권(1422년 11월 22일)에 호조에서 계하기를, 헌릉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신원(新院) 원주 되어 사립문 고쳐 닫고 유수청산을 벗 삼아 던졌노라 아이야 벽제(碧蹄)에 손이라 하거든 날 나갔다 하여라” * 신원(新院) : 현, 고양시 신원동을 말함 * 벽제(碧蹄) : 옛 고양군에 있던 벽제관역(驛) 고양시 신원동에는 윤선도·박인로와 함께 국문학사에 빛나는 3대 시인으로 꼽히는 송강 정철(1536~1593)이 10년간 머물렀던 송강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그는 35살 되던 해 부친상을 당해 3년간 시묘살이를 했고 이어 38살에는 모친상으로 다시 3년간 시묘살이를 했다. 또한 나이 50살에는 정치 일선에서 떠나 4년간 이곳에서 자연을 벗하며 지냈다. 그리고 강화 유배지에서 죽은 뒤에는 송강마을 뒷산에 부모님과 나란히 묻혔다. (사후 71년째에 충북 진천으로 이장) ▲ 송강마을 안쪽 송강문학관 앞에 세워진 안내문 “어버이 살아 실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엇지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위는 송강 정철의 훈민가(訓民歌)의 하나로 송강이 고양땅에 머물렀을 때 지은 시이다. 양친을 모두 이곳 고양땅에 묻은 송강은 시묘살이만도 6년을 했는데 그는 평소 술을 즐겨 마셨다. “재
[그린경제 = 이윤옥 문화전문기자] 무명지 잘라 혈서 쓴 남자현 이윤옥 나라가 망해 가는데 어찌 홀로 집에 있으랴 핏덩이 아들 두고 늙으신 노모 앞서 죽음 택한 의병장 남편 왜놈 칼 맞아 선연히 배어든 피 묻은 속적삼 부여잡고 울 수만 없어 빼앗긴 나라 되찾고자 떠난 만주 땅 곳곳에 병들고 상처받은 동포들 삶 보살피고 어루만진 따스한 손 왜적 무토부요시를 응징하고 왼손 무명지 잘라 조선독립원(朝鮮獨立願) 혈서 쓰며 부르짖은 조국광복 만리타향 감옥에서 단식으로 숨 거두며 동지에게 남긴 마지막 한마디 말 만일 너의 생전에 독립을 보지 못하거든 너의 자손에게 똑같은 유언을 하라 최후의 한 명까지 남아 조국광복을 기필코 쟁취하라 당부하던 여장부 아! 조선 천지에 이만한 여걸이 어디 또 있으랴! ▲ 무명지를 잘라 혈서를 쓰는 남자현 애국지사 (이무성 한국화가 부채그림) 남자현(南慈賢, 1872.12. 7~1933. 8. 22) 19살 때 경북 영양군 석보면 지경동에 사는 의성 김씨 김영주에게 시집 가 단란한 생활을 꾸렸으나 일제의 만행이 점차 극성을 부리자 남편 김 씨는 1896년 여사에게 나라가 망해 가는데 어찌 집에 홀로 있을 것인가. 지하에서 다시
[그린경제 = 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이 XX 빠져 가지고 여자 친구에게 매주 면회오라고 전화나 하고 지X이 야',' 너 만약 군종병으로 가면 네 동기들은 매일 보일러실 집합이야' 등 사회에서 보면 어떻게 저런 걸로 사람을 괴롭히느냐고 할 사소한 일로 고참들은 후임병을 괴롭히는 일이 비일비재한 곳이 군대입니다. -다음- ▲ 고참의 저 뻔뻔스러운 모습 (제주 선녀와 나뭇꾼 제공) 고참'이란 예문을 인터넷에서 찾으니 단연 군대시절 이야기가 으뜸이다. 여자들에게 있어 가장 지겨운 이야기는 남자들의 군대이야기라고 하지만 이렇게 '고참'한테 깨지고 수모를 겪으며 군생활을 한 것에 대한 것은 잘 모른다.《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고참(古參) : 오래전부터 한 직위나 직장 따위에 머물러 있는 사람. 선임(先任), 선임자, 선참(先站), 선참자로 순화 하라고 되어 있다. 내친 김에 선참을 보면 「1」남보다 먼저 시작하거나 자리를 잡음.「2」다른 사람이나 다른 일보다 먼저 하는 차례. 또는 그런 사람.「3」먼저 길을 떠남.으로 나와 있다. 국어사전 설명이 논리적인 것인지는 몰라도 일반인들이 느끼는 고참이란 말은 못된 인간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왜 우리 토박이말에는 고참에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비늘처럼 쌓인 보랏빛 돌들 / 서로 껴안고 / 즈믄 세월을 보냈다 / 쓸어내리려는 억센 물줄기 속 / 서로 보듬으며 / 닳아 문드러질지언정 흩어지지 않았다 / 용마 타고 다리 놓던 임 장군 떠난 지금 / 즈믄 해 흐르는 물살 위로 / 빠알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 맴맴맴 이 시는 글쓴이가 지난해 충북 진천에 있는 농다리(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28호)를 가보고 지은 진천 농다리이다. 다리는 흐르는 물위에 놓는다. 이쪽 뭍과 저쪽 뭍을 이어주는 다리에는 그래서 전설이 많고 예부터 이야기 거리가 풍부하다. 진천 농다리 뿐만 아니라 이리 오래된 다리는 전남 함평에도 고려시대 것으로 전해지는 고막천다리(보물 1372)가 있다. 고양시에도 이들 다리에 버금가는 다리가 있다. 바로 강매동석교(향토문화재 제 33호)이다. 찾는 이가 거의 없는 한적한 창릉천 변에 고즈넉하게 놓인 이 다리는 한강에 놓인 어마어마한 규모의 다리에 견준다면 보잘것없지만 소달구지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던 시절 더없이 소중한 마을의 공용재산이었다. ▲ 강매돌다리(석교)의 전체 모습 강매동석교는 안타깝게도 자세한 유래가 적힌 비석이 625 한국전쟁 때 사라져 고막천다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