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서한범 문화전문기자] 1에서는 김세종제 춘향가를 이어받은 정응민이 박유전의 강산제 심청가와 수궁가 등도 익혔다는 이야기, 제자들이 말하는 정응민은 행동에 흐트러짐이 없는 스승이었으며, 제자를 심하게 다그치거나 야단치지 않았다는 이야기, 보성소리의 이론적 기반은 정심(正心), 정음(正音), 사채라는 이야기, 재미위주의 소리나 너름새를 원한다고 해도 시류에 영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성소리를 진중한 무게, 남다른 품격이 느껴지는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정응민은 그의 아들 정권진이 판소리를 시작하려 하자 노력 끝에 명창이 된다 하여도 대우도 못 받고 고되니 그 공을 학문하는데 쓰도록 설득하였다고 한다. 이들 부자에게만 있었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판소리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전통음악분야에서도 자녀에게 세습을 원치 않은 부모의 만류 이야기는 하나 둘이 아니다. 소리가 좋아서, 악기를 만지는 것이 재미가 있어서, 춤을 배우기 원하는 자녀들을 집안에 감금시켜 놓고 바깥나들이를 금지시킨 부모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경험담이다. 그래서 부모 몰래 집을 뛰쳐나가 갖은 고생을 이겨가며 소리를 배우고 재주를 익혀 왔던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5월 12일은 일본의 어머니날(母の日)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날은 6월 셋째 일요일로 올해는 6월 16일이다. 먼저 어머니날에 일본인들은 무엇을 선물했는지 살짝 엿보자. 아래 내용은 어머니날을 맞아 일본 포털 사이트(www.social-hahanohi.com/share/)에 올라온 일본인들의 희망사항 가운데 몇 개를 소개 한 것이다. 천천히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호텔을 예약해드리겠다. 어머니를 위해 딸들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릴 예정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좋아하므로 가족 모두가 모이도록 할 것이다. 어머니는 꽃을 좋아하고 화초를 잘 가꾸시므로 어머니날에는 식물원으로 모시고 싶다. 화분에 물을 줄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위해 조화를 사갈 계획이다. 다만 어머니와 늘 곁에 있는 고양이를 위해 예쁜 고양이 옷을 선물하고 싶다. 그러면 어머니도 기뻐 할 것이다. 올해 시어머니는 70살로 고희를 맞이하신다. 가족모두가 모여 가족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기모노를 입을 기회가 적었는데 모처럼 기모노를 입고 사진관으로 모시면 즐거워하실 것이다. ▲ 긴테츠나라역 앞의 꽃집(외쪽), 5월 12일 어머니날 광
[그린경제=서한범 문화전문기자] 속풀이 107에서는 일반 대중들을 주 수요층으로 삼아 온 판소리가 양반층 청중의 취향을 반영하여 판소리의 사설이나 내용을 변화시켰으며 시창(詩唱)이나 우조(羽調) 틀의 음악을 삽입하게 되었다는 점, 감정의 지나친 표출을 자제하는 창법으로 우아한 미의식을 반영하게 된 배경과 이 같은 변화의 전범을 김세종제 춘향가로 보고 있는 내용들을 주로 이야기 하였다. 이제부터는 김세종제 춘향가를 이어 온 명창들의 이야기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다.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김세종의 판소리 춘향가는 장재백과 김찬업이 이어받았고, 김찬업은 정재근에게, 정재근은 그의 조카인 정응민에게 전해 준다. 한편, 박유전은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전라도 나주로 내려와 정재근의 집에 은거하면서 그에게 강산제 소리를 가르쳤다. 이렇게 정재근에게 전해진 박유전의 강산제 소리는 정응민에게로 전해 졌기에 정응민은 김세종제 춘향가를 비롯하여 박유전의 강산제 심청가와 수궁가 등도 익히게 된 것이다. 정응민의 보성소리를 이은 제자들로는 김연수, 박춘성, 김명환, 정권진, 조상현, 성우향, 성창순 등 쟁쟁한 명창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 중 정권진은 정응민의 아들이다. 정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일본어를 전공하다 보니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일본은 언제 가는 게 좋은지 둘째 어딜 가야 하는지 셋째 꼭 추천할 만한 곳은 어디냐? 같은 질문이다. 사람마다 좋아 하는 것이 달라 딱 부러지게 대답해줄 수는 없지만 이 세 가지를 그런대로 충족시키는 것이라면 교토에서 해마다 5월 15일 하는 아오이마츠리 구경 겸 관광을 권하고 싶다. 마츠리는 말 그대로 전통축제이므로 반드시 정해진 날에 가야 볼 수 있다. 유명한 명승지나 유적지는 아무 때나 사시사철 편한 시간에 가면 되지만 마츠리와 같은 무형문화를 보려면 꼭 그날이 아니면 구경하기 어렵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천년고도라 유적지도 많은데다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오이마츠리도 볼 수 있기에 말이다. ▲ 아오이마츠리는 1000여년전 귀족들의 화려한 의상을 볼 수 있어 인기다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하면 5월 15일 아오이마츠리, 7월 17일 기온마츠리, 10월 22일 지다이마츠리를 꼽는다. 일본열도가 마츠리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교토는 특히 유명한 3대마츠리와 더불어 청수사, 금각사 등 이름난 절과 유적지가 많고 인근 도시인 오사카와 나라지방까지 아우르면 사시사철 볼거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5월이 되면 슬슬 일본의 하늘을 장식할 잉어들이 선보이고, 5월 5일은 그 고이노보리(こいのぼり,잉어날리기) 절정의 날이다. 이때쯤 일본을 찾는 사람들은 시골집 마당이나 유치원 마당 또는 아파트 베란다에 세워둔 커다란 모형 잉어를 보게 될 것이다.그런데 왜 하필이면 하고많은 물고기 가운데 잉어모양일까? 이는 중국 후한서(後漢書)에 그 답이 있다. 중국 황하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에 용(龍)이라 불리는 폭포가 있었는데 이 폭포를 향해 수많은 물고기가 뛰어오르려고 하지만 그 가운데서 잉어란 놈만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중국인들은 잉어를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여겼다. 일본에는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 때무사집안에서 시작된 단오풍습으로 음력 5월 5일 무렵 사내아이의 출세를 기원하여 집 마당에 높은 막대기를 세우고 거기에 길게 늘어뜨린 모형잉어 장식을 달아 둔 것이 그 유래이다. 한국의 단오풍습은 아낙들이 창포물에 머리감는 따위의 의식이 남아 있지만 같은 창포(菖蒲)라도 일본에서는 나쁜 악귀의 액땜용으로 쓰이는데 그것은 일본말 쇼우부(尙武, しょうぶ)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창포(菖蒲)는 곧 상무(尙武)라는 말과 같아 창포
[그린경제=서한범 문화전문기자] 속풀이 106에서는 판소리의 각 유파(流派)를 형성하게 되는 배경이나 기준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에 따라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로 구분하고 있는데 동편제는 섬진강 동쪽 지역의 소리로 웅건청담하여 정중하고 온화하면서도 씩씩한 소리제인데, 창법에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선천적인 음량을 소박하게 그대로 드러내는 특징을 지닌 소리라는 이야기였다. . 서편제는 섬진강 서쪽지역에서 불린 유파로 소리의 특징은 애원처절하며, 대체로 정교하면서 감칠맛이 나고 장단의 변화와 장식음의 구사가 특성이다. 그리고 중고제는 경기충청 지역에서 불린 소리로 동서 소리의 중간적인 위치를 지닌 소리제를 말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러한 판소리의 유파 형성은 19세기 초반부터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강산제 심청가는 원래 서편제 심청가의 한 가닥으로 박유전의 한양 생활 이후에 다듬어진 심청가를 특히 강산제라고 부르고 있는데, 대원군이 박유전의 소리를 듣고네가 제일 강산이다.라고 하였다는 설과 그가 말년에 보성의 강산리에 은거하였기에 강산제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다. ▲ 강산제를 만든 박유전비 판소리의 주 수요자들은 일반 민중들이었다. 그런데 김세종제 춘향가의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1) 설의 말밑(어원)날 ▲ 여수 향일암에서의 설날 해돋이 모습 ① 섧다: 이수광의 《여지승람(輿地勝覽)》에 설날을 '달도일(怛忉日)'이라 했다. 한 해가 지남으로써 점차 늙어 가는 처지를 서글퍼하는 말이다. ② 사리다'[愼, 삼가다]'의 `살' : 신일(愼日) 곧 삼가고 조심하는 날' 곧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으로 본다. ③ 설다, 낯설다'의설' : 설은 새해라는 정신적ㆍ문화적 의미의 낯 설은 날' ④ 연세설(年歲說) : 나이를 말하는 말, 곧 몇 살(歲) 하는 '살'에서 비롯. 산스크리트어는 해가 바뀌는 연세(年歲)를 '살'이라 하는데 이 '살'이 '설'로 바뀌었다 ⑤ 서다: 한 해를 새로이 세운다는 뜻 2) 설날 세시풍습과 세배하는 법 설날과 관련된 말 : 차례', 설빔' ,세배, 세찬(떡국)', 세주(초백주, 도소주)' 경북 영일, 안동 지방에서는 이 날 눈이나 비가 와서 질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속담에 '설은 질어야 하고, 보름은 말라야 한다.' 하였다. 집안마다 차례가 끝나면 마을 어른들을 찾아뵙고 새해인사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풍습도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참사가 발생해 어린이 20명을 포함한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 얼마 안 돼 어제 또다시 10대 청소년 2명이 길 가던 여성에게 돈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13개월 된 아기 머리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는 외신을 접했다. 살해된 아기 어머니의 겁에 질린 모습이 티브이 화면 가득 비추고 지나갔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는 듯 경찰들이 폴리스라인 언저리를 서성거리는 것을 보면서 16세기 일본사회에서 엄포를 놓아 무기 회수를 꾀했던 풍신수길의 ‘무기회수령’이 떠올랐다. 풍신수길은 주군인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가 가신 아케츠미츠히데(明智光秀)의 모반으로 살해당하자 기회를 꿰차 천하를 거머쥐었지만 혹시 모를 백성들의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길까봐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풍신수길은 정권을 잡은 지 오래지 않아 무기회수령(刀狩令, 1588.7.8)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무기 회수령은 다음 3가지 항목을 들어 선포하였다. 1. 백성은 칼(刀, 脇差), 활(弓), 창(槍), 총(砲) 등의 무기 소지를 금한다. 불필요한
한국 전통음악의 제반연구 가운데 주로 실기관련 분야의 이론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한국전통음악학회는 2013년 3월 21일 삼성동 소재 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김세종제 춘향가의 미적 접근이라는 주제의 학술모임을 개최하였다. 특별히 김수연 명창이 이끌고 있는 판소리김세종제 춘향가보존회와 공동으로 마련된 것이어서 더욱 뜻 깊은 행사였다. 한국전통음악학회는 봄가을로 국내 학술대회를 열어왔고, 여름방학에는 중국의 연변예술학원과 한중 학술 및 실연교류회를 그리고 겨울방학에는 미국의 명문 UCLA와 공동으로 Korean Music Symposium을 12번째 기록 중이다. 국내학술대회는 2000년 남북한 음악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해서 주로 악기 연주분야나 시조창분야, 또는 경서도 민요와 선소리 등 주로 서울 경기지방의 음악을 중심 주제로 정하고 논의해 왔다. 그동안 판소리 관련 학술회의는 전통적으로 판소리학회가 전담해 오다시피 하였고 그동안 축적된 결과물도 방대한 편이나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판소리 이론에 접근하는 통로가 다양한 것도 전통음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용기를 내어 본 것이다. 한국인으로「춘향가」를 모르는 사람은 거
“욕심 때문에 가문과 형제를 버리는 일은 세상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로 시작되는 사이카쿠 쇼코쿠바나시(西鶴諸國ばなし, 권2-7화)의 이야기는 320여 년 전 일본의 이야기지만 21세기인 오늘 한국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시나노 지방에 사는 여든여덟 살 되는 노인이 아들 둘을 불러다 앉히고 유언하기를 집안의 재산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골고루 사이좋게 나눠가지되(작은 왕겨라도 나누라) 특히 집안의 보물인 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팔아치우지 마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두 아들은 아버지가 죽고 첫이레가 되기 전에 재산 다툼을 하기 시작한다. 당시 에도시대(1603-1868)의 유산상속은 대개 유언에 따랐으나 상황에 따라 달랐다. 이 두 아들은 아버지 유언대로 똑같이 재산을 나눴지만 아버지가 아끼던 소중한 칼 한 자루에 이르러 다툼이 일었다. 칼을 두 쪽으로 나눌 수 없기에 둘 중에 하나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집안 문중 사람들이 중재하기를 나머지 재산은 똑 같이 나눴으니 칼은 형인 장남이 갖는 게 좋겠다고 했으며 형 역시 칼이 몹시 갖고 싶었다. 그러나 동생이 승복을 안 하는 바람에 형은 칼 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