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와 민족" 공자가 민(民)이라는 말을 썼다.(民免而無恥. 논어2) 맹자는 왕에게 ‘백성과 함께 즐기라’(與民同. 맹자2)고 요구했다. 배달겨레 말이나 차이나 말에는 민족(民族)이란 말이 없었다. 이 말(民族)은 일본말이다. 1905년 11월17일에 ‘을사국치’가 있었다. 일본 통감이 남산에 자리잡고 코리안을 다스렸다. 그때는 일본말 ‘民族’이라는 말이 쓰이지 아니했다. 5년 뒤 1910년 8월29일에 ‘경술국치’가 있었다. 나라 잃은 ‘실국시대’로 되어서 일본 총독이 코리안을 다스렸다. 1919년에 일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최 린이 일본말 ‘민족’을 사용하면서 민족 자결(民族 自決)이라는 말을 썼던 것이다. ‘겨레’라는 배달말이 자라나지 못하고, 세력을 잃었다. 일본말 ‘민족’에 배달말 ‘겨레’가 눌리게 된 것이다. 1945년 을유 광복 후 ‘겨레’라는 배달말이 자라게 되고, 일본말 ‘민족’이 사라지게 되었다. 광복 후 ‘겨레’라는 신문사가 생겼으나 ‘민족’이라는 신문사는 없었다. ‘겨레체육대회’가 생겼으나, ‘민족체육대회’는 생기지 아니했다. 말이 죽고 사는 것은 겨레가 죽고 사는 것과 똑 같다. 그런데 조금 있다 다시 ‘민족’이란 말을 즐겨 쓰
으뜸소리 적기 프랑스 사람들은 ‘으뜸소리’를 굳게 지킨다. 로마자나 한글이나 소리글자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로마자를 쓰는 프랑스 사람들은 ‘Descartes’라고 적고 ‘데카르트’라고 소리 내어서 읽고 말한다. 소리나는 대로 적고 말하지 아니한다. 세계 인류가 대체로 프랑스 식을 따르고 있다. 이와는 달리 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고 하는 나라는 남배달(남한)뿐이다. 북배달(북한)이 공산주의와 독재적 정치제도를 채택해 나라를 꾸려오다 배가 고파서 굶어나기에 이르렀으나, 1960년대 이후 으뜸소리를 굳게 지키는 방식을 채택했기에 말글살이에서 고통을 받는 사람이 별로 없다. 북배달이 말글살이에서는 바르고 깨끗하게 되어서 북배달 말사전에서는 일본말 찌기들이 거의 들어가지 아니했다. 북배달 말사전에는 ‘경술국치’가 들어 있고, ‘국치일’이 8월29일로 바르게 기록되어 있다. 남배달에서는 “무슨 말이든지 뜻이 통하면 된다”고 하고는 “내가 하는 말이 표준이다. 내가 하는 말을 사용하라”고 했던 독단적 학자가 있었다. 그 사람이 ‘소고기’를 ‘쇠고기’라고 했다. ‘쇠고기’라고 하면 ‘철사 고기’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내가 어릴 때 ‘소고기’를 ‘쇠고기’라고 했다.
배달말의 생기 뿌리를 알 수 없게 된 말이 오래된 배달말이다. 그 오래된 배달말에서 생기가 솟아나게 된다. 생기가 솟아나는 말을 골라 쓰는 사람은 거룩한 일을 남기게 된다. ‘나라’라는 말이 오래된 배달말이라는 곳에서 배달겨레가 오랜 옛날에 ‘네이션’을 이룩했다는 것으로 된다. 아시아 대륙에서 단족(檀族) 배달겨레가 제일 먼저 나라를 세웠다고 하는 말이 [나라]라는 소리에서도 증거가 됨 직하다. 나라[nara]라는 소리를 들으면 배달겨레 초등학생 머리에도 곧장 네이션[nation]이 지니고 있는 뜻이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방·국’(邦·國)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이 배웠다는 대학생일지라도 곧장 그 뜻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본디 뿌리가 배달말이 아니어서 어렵게 된 것이다. ‘邦’이라는 말을 공자가 많이 썼고, 맹자는 ‘國’이라는 말만을 사용했다. ‘방’과 ‘국’이라는 말을 우리가 오랜 세월 써 왔지만 배달말로 되지 못했다. 배달말로 되지 아니했기에 거기서 생기가 솟아나지 아니한다. 우리에게 ‘나라’라는 배달말이 없었다고 하면 ‘방·국’이 배달말로 될 수가 있었다. ‘방국’이 배달말로 되지 못했기에 여기에서 나온 ‘국민’이라는 말이 언제나 약탈군이 쓰는
친구보다 정감 있는 우리말 - 동무 몇 년 전 한국 어느 신문의 칼럼에서 "동무"란 제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고 문 익환 목사가 북한 김 일성 주석을 만날 때, 그를 어떻게 부를 것인지 고민하던 끝에 "동무"라고 불렀다는 내용 이였다. 그러면서 "동무"는 한자의 (同務)에서 왔을 것으로 보고,"같이 힘을 쓰는 사람"이라 해석해놓았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동무"는 한자의 "同務"에서 온 것이 아니라"同謀"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 듯하다. 중세 중국에서는 서로 돕는 동료 일꾼을 "훠찌(伙計)"라고 했다. 유창돈 "劉昌惇"의 에 의하면, 이 단어를 한국의 언해본이나 및,에서는 "동모"로 번역했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와 대조해 본 결과,"동모"가 아니라"동무"로 되어 있다. 또는 "반 伴"자에 대한 해석이 "벋(벗-필자주)반"으로 되어 있고, 그 밑에 "통속적인 말로 화반伙伴, 동모同謀라고 한다"는 각주를 달았다.에서는 반伴자를 아예 "동모반" 이라고 풀이했다. '伴'자는'동반자'라는 말에 쓰이는 "伴"자이므로 그 뜻이 '동무'와 통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동모'의 어원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
그가 그의 아내를 …? “그가 그의 아내를 사랑한다.” 보통 영어 시간에는 그렇게 공부한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듣는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어떤가? 손가락질과 억양을 덧붙이면 이 문장은 “그(제동이)가 그(호동이)의 아내를 사랑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불륜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 때 우리는 흔히 “그는 지[제] 마누라밖에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영어 시간에도 이것은 “그는 제 아내를 사랑한다”로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말에 대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여러 미신들이 널리 퍼져 있다. 그 가운데서 으뜸가는 미신이 “한국 사람은 한국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절반은 맞다. 한국 사람은 누구나 한국말을 하고 사니까. 그러나 실제로 잘하는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파트나 관공서 게시판에 한국말로 나붙은 공고를 보고 그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는 한국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공고문 바로 옆에 서서 거기 설명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묻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젊은이들도 있다. 왜 그런가? 그런 미신에서 다음과 같은 잘못된 결론이 쉽게 나온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괴상한 말, '재테크'와 '이벤트' 남의 나랏말이 이 땅에 퍼지는 본보기 이대로 / 우리말살리기 겨레모임 공동대표 요즘 우리나라에서 ‘재테크'란 이상한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미국말도 아니고 일본말도 아니고 더욱이 우리말도 아닌 괴상하게 생긴 말이다. 이 말은 일본 사람들이 한자와 미국말을 섞어서 만든 말인데 10여 년 전에 이 땅에 들어왔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처럼 쓰고 있다. 이 재테크란 이상한 말이 어떻게 이 나라에 들어와서 퍼지고 자리 잡게 되는 지 한번 살펴보자. 지금부터 10여 년 전에 나는 '재테크'란 말을 신문에서 처음 보았다. 나뿐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일반 국민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는 그 때 신문을 두 가지 사 보고 있었다. 아침에 나오는 한겨레신문과 저녁 때 나오는 중앙일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중앙일보 경제 쪽에 “기업들 재테크 열중"이라는 큰 제목이 눈에 번쩍 띄었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말을 쓰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나는 태어나 처음 보는 낱말을 신문기사 제목으로 크게 쓴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신문사 편집국에 바로 전화를 했다. "방금 신문을 받았는데 ‘재테크'란 낯선
컬러링을 우리말로 하면 뭐가 좋을까?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을 방문하자.‘컬러링(color ring)’이란 ‘통화 대기음 또는 통화 연결음을 기존의 단순한 기계음 대신 바꾼 음악이나 음향 효과음을 말한다. 그런데 이 ‘컬러링’은 한 통신회사의 상품으로 다른 통신 회사들은 ‘필링(feel ring)’, ‘콜러링(caller ring)’ 따위로 제각각 만들어 쓰고 있다. 그런데 이 ‘컬러링(color ring)’, ‘필링(feel ring)’, ‘콜러링(caller ring)’ 따위의 영어로 된 말 대신 새로운 우리말을 만들어 써 보는 시도를 하는 누리집(홈페이지)이 있다.‘국립국어연구원’이 만든 누리집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누리집 첫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눈에 띤다.“우리말이 아파요!, 외래어, 외국어를 마구 써서 우리말이 위태로워요, 이젠 우리가 직접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어 봐요, 요즘 어디에 가든지 온통 눈에 띄는 것은 외래어, 외국어뿐입니다. 세계화시대, 국제화시대라서 그런가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우리말이 너무 초라해 보입니다.”이 누리집에 보면 먼저 “내
‘뜨게부부’, ‘검정새치’를 아시나요?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 사전”이 나왔다. ‘뜨게부부’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결혼하지 않고 사는 동거부부를 말한다. ‘뜨다’라는 말은 ‘흉내 내어 그와 똑같게 하다.’라는 말로 ‘뜨게부부는’는 결국 흉내 낸 부부라는 뜻으로 쓰인 토박이말이다. 또 ‘검정새치’는 같은 편인 체하면서 남의 염탐꾼 노릇을 하는 사람, 즉 우리가 흔히 쓰는 ‘프락치’라는 말과 같다. 사실은 새치이면서도 검은 머리카락 속에 숨어서 또는 검은 머리카락인 척 하면서 염탐꾼 노릇을 하는 사람을 날카롭게 꼬집는 말이다. 얼마나 재미있는 말인가? 하지만 이렇게 정감있는 우리의 말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글을 쓸 때 활용할 수도 없고, 글이 풍성해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말 풀이사전 ⓒ2004 박남일 우리가 일반적으로 비를 뜻하는 말들을 얼마나 알까? 우리말에는 가랑비, 달구비, 떡비, 먼지잼, 모종비, 목비, 무더기비, 보슬비, 비꽃, 여우비, 웃비, 이슬비, 자드락비, 밤비, 채찍비, 날비, 는개, 바람비, 발비, 비보라, 억수 등의 많은 비가 있는데도 대부분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 아니던가?요즘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쓰는 글을 보면
2004년 우리말 훼방꾼에 '서울시' 뽑혀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 발표 한글날 558돌을 앞둔 나흘 앞둔 5일 한글단체인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공동대표 김경희·김수업·김정섭·이대로)'이 올해로 여섯 번째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 발표했다. 이 단체에서 뽑은 2004 우리말 으뜸지킴이에는 고양시 고양문화재단이 선정됐다. 고양문화재단은 덕양문화체육센터를 덕양어울림누리, 야외극장은 꽃메 놀이터, 아이스링크는 얼음 마루, 문화센터는 별따기 배움터, 수영장은 꽃우물 수영장이란 아름다운 토박이 이름을 붙였다. 또 자리 이름도 특석이나 R석, S석 따위 한자말이나 영문을 쓰지 않고 으뜸자리, 좋은자리, 편한자리, 가장자리처럼 토박이말을 썼다. ▲ 우리말로 쓴 공연장 좌석이름 ⓒ2004 고양문화재단 내년에 문을 열 일산문화체육센터는 일산 아람 누리, 오페라 극장은 한메 아람 누리, 클래식 음악당은 한메 바람 피리 음악당, 체험 공간은 배받이터로 지었다. ▲ 책 표지 ⓒ2004 소나무 으뜸지킴이 외에 옛 한문책을 쉬운 우리말로 뒤쳐서 펴낸 (김영두 옮김·소나무 펴냄), 한글 단체가 KT와 KB, 영문 간판이 잘못임을 밝히려고 벌인 민사 소송
"정확한 말뜻" 어떤 문제에 대해 열심히 논의하는 장면을 두고 곧잘 “난상토론을 벌인다”고 표현한다. 여기에서 ‘난상’이란 무슨 뜻일까? 어느 보고서에서 대학교 신입생들한테 물어보았더니, 대부분이 ‘난상’을 어지러울 정도로 혹은 열띠게 토론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의 본래 뜻은 차분하게 심사숙고하여 의논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적으로 우리가 낱말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쓰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물론, 한자표기 ‘商’을 보았더라도 그 뜻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대학생들에게 우리 속담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란 말의 뜻을 물어 보았다고 한다. 대부분이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익을 본다는 ‘일석이조’의 뜻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속담의 본래 뜻은 도랑을 말끔히 치우고 난 다음 아무 것도 없는 데서 가재를 잡으려 한다는 뜻으로, 일의 차례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애쓴 보람이 나타나지 않음을 표현하는 속담이다. 남북 사전 두루 이런 뜻으로 속담을 풀이하고 있고, 몇몇 사전은 이 뜻과 함께 일석이조란 뜻도 덧붙여 두고 있다. 위의 보기를 통해 보면, 우리의 어휘력이 얼마나 부족하고, 또한 그 부족함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