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에 있다. 독립은 정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여자 안중근이라 불리는 남자현 지사가 남긴 유언이다. 남자현 지사처럼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불굴의 투지로 뛴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한분 한분의 발자취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와 같은 상황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찾아나서 꾸준히 우리에게 그들의 삶을 소개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이윤옥 작가다.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찾아서》는 이윤옥 작가가 지난 10여 년 동안 나라 안팎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찾아가 쓴 기록이다. 이 책은 1장 3.1만세운동으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 2장 광복군으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 3장 임시정부와 동고동락한 여성독립운동가, 4장 만주방면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 5장 미주방면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 6장 문화활동ㆍ의병ㆍ해녀출신 여성독립운동가로 각각 나눠 활동 영역별로 알기 쉽게 기술한 것이 특징이다. 14살 댕기머리로 독립만세 시위에 앞장선 목포의 김나열 지사, 3.1 만세시위날 왼팔이 잘리는 고통 속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아아, 우리 중씨(仲氏)께서는, 예사 무리에 뛰어났다. 의표(儀表)가 번쩍이는 듯하고, 내심은 봄날같이 온화하였다. 아름다운 재주가 숙성(夙成)하여서, 소문이 날마다 새로워졌다. 과거에 이름을 걸어, 청운(靑雲)의 길이 피곤하지 않았다. 요직을 두루 거치며, 충성스러운 왕신(王臣)이었다. 도량(度量)은 포용(抱容)함이 있었고, 몸가짐(操守)은 더욱 진중(珍重)하였다. 사사로이 당패를 심음이 없었고, 권요(權要)에 아부하지 않았다. 큰 환란이 나라에 다가오는데, 감히 미리 아뢰지 않을 것이랴.“ 이는 퇴계 이황이 형님 온계(溫溪) 이해(李瀣)의 묘비문에 쓴 글이다. 퇴계는 평소에 가장 가까이에서 본 형님의 성품과 행동에 대해 묘비에 자세히 기록해 놓고 피 끓는 마음으로 형님을 애도한다. 최근 KBS에서 문화전문기자로 이름을 날렸으며, 보도제작국장을 지낸 이동식 작가가 휴먼필드를 통해 《온계 이해평전》을 펴냈다. 이동식 작가는 온계 이해 선생의 15세 후손이기도 하다. 작가는 들어가는 말에서 ”하늘이 명한 것[天命], 인간이 지키고 알아야 할 본성[性]을 자각하고 그것, 그러한 자각으로 인간의 도리[理]를 끝까지 추구하는 것, 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언어와 문자는 인간의 삶과 이상과 철학을 가장 잘 담아낸 문화 그 자체다. 문자가 만들어진 뜻과 그 과정을 알면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신간 《漢字 創造의 뜻》은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비교적 쉽게 풀이한 책이다. 한자는 ‘뜻글자’로 하나의 모양에 하나 또는 여럿의 뜻을 품고 있다. 처음에는 모양을 본떠 그림으로 단순화하여 뜻을 나타내었으며 이를 상형문자(象形文字)라고한다. 그렇다면 형체가 없는 추상명사나 형용사는 어떻게 나타내었을까? 저자는 그 해답을 ‘사람’에 두고 있다고 해석한다. 예를 들어 ‘안쪽’을 나타낸 내(內)자와 ‘바깥’을 나타내는 외(外)자를 보면 사람이 안과 밖에 있는 것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를 지사문자(指事文字)로 볼 수 있지만 해석하는 틀이 다르다. 이 밖에도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인 형성(形聲), 회의(會意), 전주(轉注), 가차(假借) 등을 다루고 있지만 해석하는 방법이 전혀 다른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漢字 創造의 뜻》을 쓴 저자(오문규 씨)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생을 산 분이지만 최소한 한자와 고전에 관해서는 그 어떤 것을 누가 질문하여도 막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예술을 통한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문화전을 세계적으로 열고 있으며 사랑과 평화, 치유와 화해의 꽃이 피길 소망하고 실천하고 있는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고명주 작가의 첫 시집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도서출판 얼레빗)가 출간되었다. “3.1만세 운동 및 임시정부 100돌 기념”이라는 부제를 단 이 시집은 대자연에 핀 들꽃을 오래전부터 사진에 담아오면서 일상과 역사기행에서 느낀 소소한 감정을 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그려낸 게 특징이다. 이번에 펴낸 고명주 작가의《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는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들꽃ㆍ대자연, 2장은 사랑ㆍ그리움, 스승님 3장은 고향ㆍ직장, 4장은 역사ㆍ순국선열추모ㆍ애국의 장으로 특히 4장에 실린 작품들은 려순감옥, 봉오동 전적지, 황포군관학교, 항주ㆍ진강ㆍ장사ㆍ광주 등 임시정부 유적지를 직접 발로 뛰어 찾아가서 쓴 것으로 작품마다 현장감이 생생히 녹아있는 작품이 돋보인다. 고명주 작가는 '순국선열추모 글로벌네트워크’를 만들어 자신이 찾은 수많은 순국선열의 발자취를 폭넓게 공유하고 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는 그렇게 고명주 작가가 발로 뛰어 쓴 책으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나간 세상은 흘러간 송장이요, 앞으로 올 세상은 지금과 상관없는 미래지사예요. (중간줄임) 직장생활을 하고 돈 벌고 하는 것들은 다 무엇을 의미합니까? 다 살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 세상 산다는 뜻이 어디 있겠는가. 고깃덩어리 백 년 동안 꿈틀거리다 가는 그게 과연 참 삶이냐 말입니다. 그대로는 백년 사나 이백년 사나 깨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한 찰나를 살더라도 사는 이치를 알 때 영원히 사는 빛나는 인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는 서암 스님의 법어(法語) 가운데 하나다. 서암 스님의 법어집 《그건 내부처가 아니다》(2013. 정토출판)을 읽으며 한 말씀 한 말씀이 옥구슬이란 느낌이 든다. 흔히 좋은 문장을 주옥(珠玉) 같다고 하는데 서암 스님의 법어가 거기에 딱 맞는 말이다. 어느 구절을 펴도 공감이 가는 말들로 그득하다. “우리는 위대한 마음의 힘을 계발하지 못하고 몇 푼어치 안 되는 현대문명에 현혹되어 몸과 마음이 약해져 온갖 병 속에 쩔쩔매며 산다. 잘 먹고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해서 행복한 게 아니다. 조용히 앉아서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나를 보는 게 중요하다.” 방학만 되면 아이들과 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광장의 법칙>(한병진 지음)은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라고 보는 정치학자가 미시적인 수준에서 광장정치의 본질인 싸움과 투쟁의 작동 과정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승리의 전략과 전술을 제시하는 책이다. 하지만 권력을 차지하고자 하는 소수의 정치 세력을 위한 책이 아니다. 저자의 관심은 “민주적 의지를 지닌 시민의 집단적 힘”에 닿아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싸움의 기술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소시민을 위한 것이다. 특히 정치라는 싸움이 벌어지는 공간인 ‘광장’을 중심으로, 광장의 싸움 방식을 이야기한다. 광장에 모여 단순히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 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주요부분을 보면 광장의 원리, 광장의 기술, 광장의 리더십, 광장의 주의사항, 광장의 경고 편으로 나눠 기술하고 있다. <광장의 법칙> 한병진 지음, 곰출판(2019.12) *서평자료: 국회도서관 제공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잠시 국내에 들어와 있던 동생이 출국하면서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며 나에게 영문소설을 하나 주고 갔다. 리사 시(Lisa See)라는 미국 여류작가가 올 3월에 펴낸 《The Island of Sea Women》라는 소설이다. 동생 덕분에 정말 오래간만에 영어 원어로 된 소설을 읽어본다. 처음에는 의무감에 읽기 시작하였으나, 곧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소설은 영숙과 그녀의 친자매 같았던 친구 미자라는 해녀를 중심으로 1938년부터 2008년까지 제주 구좌읍 하도리 해녀들의 삶을 그린 것인데, 소설을 통하여 제주 해녀들의 삶과 애환, 슬픔 등이 피부에 와 닿도록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소설 속에는 제주의 풍토, 민속 신앙, 역사 등 제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하여 나는 작가가 당연히 한국계 미국인일거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게 뭐야? 백인 여자다! 비록 증조부의 중국인 피가 조금 섞여있긴 하지만, 외모는 완전 백인 여자다. 어떻게 백인 여자가 제주를 우리보다 더 잘 알 수 있단 말인가! 리사는 어느 잡지에 실린 제주 해녀의 사진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언젠가 제주 해녀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온라인 중고서점(www.bookoa.com)에서 《신라인과 대화》라는 책을 주문하여 읽었습니다. 나는 ‘신라인과의 대화’라고 하기에, 신라의 역사나 문화 예술에 관한 책이겠거니 하면서 책을 주문했던 것인데, 배달되어온 책을 받아드니 지은이는 히라노 교코(平野杏子)라는 일본 여자 화가입니다. 이를 정희정씨가 번역하여 2000년에 출판하였네요. 책 표지에는 ‘화폭에 담은 경주 남산 마애불’이라고 작은 글씨로 쓰여 있고, 경주 남산의 마애불도 그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일본 여자 화가가 경주 남산의 마애불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교코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현모양처가 되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가정대로 진학합니다. 1930년생인 교코가 대학 들어갈 때인 1950년대에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여자는 대학을 보내더라도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고 가정대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코는 미술에의 꿈을 버릴 수 없어 대학 입학 후 미술 동아리에 가입했고, 졸업 후에도 회화연구소 조수로 일하며 끝내는 일본미술전람회에서 입선을 하여 화가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아이들이 서너 살쯤 되었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가만히 들여다보니 돌에도 나이테가 있다 귀대고 들어보니 심장의 울림도 있다 선 채로 예불소리에 가지런히 손을 모은다 그 어깨 빌려 앉은 귀뚜라미 한 마리 절간에 왔다고 스님 독경 소리 따라 나직이 반야바라밀 읊조리다 목이 쉰다 이달균 시인의 제8시집 《열도의 등뼈》에 나오는 ‘석등과 귀뚜라미’라는 시다. 그렇게 시인은 돌의 나이테도 볼 수 있고, 돌의 심장 소리도 듣는다. 심지어 귀뚜라미조차도 스님 독경 소리 따라 나직이 반야바라밀 읊조리다 목이 쉰단다. 이게 이달균 시인이 도달한 경지다. 지난 2009년 사설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를 펴내 주목을 받았던 이달균 시인(62)은 최근 도서출판 작가를 통해서 《열도의 등뼈》를 펴냈고, 이 시집으로 ‘2019 이호우ㆍ이영도 시조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뽑혔다. 게다가 이 시집은 ‘2019세종문학나눔 우수도서’에도 뽑혔다. 그러나 시인은 쓸쓸한 자각도 읊조린다. 한 수의 시를 썼다 세상이 놀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군 나의 나라에 백성은 나뿐이군(‘시인 2’ 전문) 어쩌면 나의 나라에 백성이 자신뿐이라는 것은 많은 시인들이 하는 독백일 수도 있다. 그럼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반일 종족주의》를 읽으면서 그저 감정적으로만 이 책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처럼 자료에 입각하여 엄밀한 학문적 논증을 거쳐 이를 비판하는 책은 없을까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충남대 허수열 교수가 쓴 《개발 없는 개발》이 보이더군요. 당장 사서 읽어보았습니다. 허 교수는 오랫동안 일제 강점기 한국사는 침략, 수탈, 저항 등의 키워드로 뒤덮여왔다고 합니다. 이런 역사관에 대한 맞바람은 외국에서 왔습니다. 피티(Mark R. Peattie)가 ‘개발과 수탈’이라는 개념을 제기하면서 ‘개발’이라는 측면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때만 하여도 개발의 측면을 부각시키지만 여전히 ‘수탈’에 방점이 찍혀 있었는데, 점점 더 ‘개발’에 비중을 드는 학자들이 나타났습니다.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이 바로 이런 학자에 속하는 것이지요. 허 교수는 일제 강점기 각종 경제통계를 훑어보면, 개발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제의 조선 지배가 일본 제국주의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조선 사람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것이었다는 점도 명백하다고 합니다. 한편 개발론자들은 식민지 조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