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天女何年一乳亡 하늘 선녀가 어느 해 젖가슴 한쪽을 잃어버렸는데 今日偶然落文房 오늘에 우연히 문방구점에 떨어졌다네 少年書生爭手撫 나이 어린 서생들이 앞다퉈 손으로 어루만지니 不勝羞愧淚滂滂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눈물만 주르륵 흘리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이 자신의 책 《아름다운 우리 문화 산책, 인물과 사상사》의 머리말을 시작하자마자 내놓은 시입니다. 이름 모를 선비가 쓴 시라는데, ‘백자 무릎 모양 연적’을 기가 막히게 표현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문화 산책>은 김영조 소장이 그 동안 쓴 한국문화편지 “얼레빗” 글을 모아 낸 책입니다. 참! 얼레빗은 다 아시다시피 빗살이 굵고 성긴 반원형의 빗을 말하는데, 김소장은 자신의 글을 이런 우리 문화의 상징인 얼레빗에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김소장은 그 동안에도 얼레빗 글을 모아 《하루하루가 잔치로세》와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라는 책을 내놓았는데, 이번이 얼레빗 글로는 세 번째 책이네요. 참! 얼레빗 글이 뭔지 모르시는 분이 있으시겠군요. 김소장은 2004년부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라고 하여 우리 문화에 대한 글을 써서, 많은 사람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상에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잘 하는 것이 있으면 또 못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잘 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못하는 것에 억눌려 의기소침하게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여기 그런 의기소침한 아이에게 잘 하는 것을 찾아주고 삶의 용기를 갖게 한 거북이 코치가 있다. 바로 정성현 작가의 동화책 《나가자! 독서 마라톤대회》(오유선 그림, 도서출판 꿈터)에 등장하는 거북이인 것이다. 이 책은 “거북이와 토끼”이야기를 비틀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다. 달리기를 하자고 한 것은 빠른 토끼가 아니라 느린 거북이란 것이다. 그건 동무 토끼가 좋아하는 걸 함께 하고도 싶었고, 달리기를 잘하는 법도 배우고 싶었다는 새로운 발상이다. 그 반대로 토끼의 시각에서는 자기가 졌어도 동무 거북이가 좋다면 자기도 좋다는 생각을 했고 아울러 거북이를 기다리는 동안 빨리 달리느라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꽃과 나무 그리고 숲속에 함께 사는 친구들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초등학교 3~4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른들도 깨달아야 할 철학을 가르쳐주고 있다. 사실 그렇다. 세상을 혼자 살 때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함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고교 동창인 언론인 김창희가 《아버지를 찾아서》라는 책을 냈습니다. 2009년 가을 어느 날 창희는 집 안을 정리하다 어느 한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인 종이 상자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상자 속에는 창희가 9살 때 돌아가신 창희 아버지께서 평생 찍은 사진필름이 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필름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창희가 어머니께 이 얘기를 하자, 어머니께서는 평생 보관하고 있던 아버지의 개인수첩 10여 권을 창희에게 보여줍니다. 이때의 심정을 창희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갑자기 지나간 시대가 눈앞으로 확 다가왔다. ‘사진과 수첩 두 가지를 맞춰보면 뭔가 그림이 그려지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날부터 집 안 여기저기를 뒤져보았다. 이렇게 찾아낸 자료들과 필름, 수첩까지 다 쌓아놓고 보니 꾹꾹 눌러 담아도 큰 여행용 트렁크 하나는 가득 찰 것 같았다. 잘 알지 못하던 과거로부터 빛바랜 영상들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 자료들을 가지고 아버지를 기억할 만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증언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편화된 자료와 자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그 틈새는 결국 누군가의 기억과 합리적
[우리문화신문=김철관 기자]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한 작가가 시와 음악, 그림과 풍속 등으로 한국전통문화를 소개한 책이 나왔다. 한갈 김영조 <우리문화신문> 발행인이 쓴《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인물과 사상사, 2017년 4월)은 옛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더듬고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돌아보게 한 책이다. 특히 국악과 춤, 그림, 도자기와 탑, 민속품, 옷과 꾸미개, 풍속, 인물, 한시 등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농부가를 부르며 혹독한 삶을 이겨낸 농부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특히 기생의 가냘픈 기다림을 노래한 가곡이 ‘바람은’이다. 한국의 전통 성악곡인 가곡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칼을 휘두르는 것도 예술이다. 바로 검무이다. 검기무 또는 칼춤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라 소년 황창이 백제에 들어가 칼춤을 추다가 백제의 왕을 죽이고 자기도 죽자, 신라인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 얼굴을 본떠 가면을 만들고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겸재 정선이 80세에 그렸다는 <노송영지도>는 가로 103cm, 세로147cm인 초대형 그림이다. 휘굽어 늙은 소나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평생 한국문화 글쓰기를 고집스레 하고 있는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의 따끈따끈한 신간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이 인물과사상에서 4월 14일자로 출간되었다. 김영조 소장은 이미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책 《하루하루가 잔치로세, 2011》,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2012》를 인물과사상사에서 펴낸바 있으며 《하루하루가 잔치로세, 2011》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김영조 소장의 글쓰기는 “아름다운 우리문화를 장황하지 않게 적절한 분량으로 산책하듯이, 이해하기 쉽게 쓰는 글”로 정평이 나있으며 신간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에도 볼거리 풍성한 맛깔스런 우리문화의 고갱이들로 그득하다. 이번 신간은 모두 8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1장에서는 절제미와 정중동이 아름다운 우리 춤을 시작으로 ‘국악과 춤’에 관한 내용으로 이뤄져있다. 2장 그림에서는 ‘서양에는 고흐, 동양에는 최북’ 등 ‘고흐’를 뺨치는 조선시대의 화가 최북을 비롯한 우리가 알아야할 한국의 그림과 화가 등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런가 하면 3장에서는 도자기와 탈을 주제로 하여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유구한 도자문화를 지닌 한국의 명품에
[우리문화신문=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기자] “이런 말, 나도 500년 만에 처음이야. 내가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건지 솔직히 겁도 나. 이미지라는 건 말이야, 남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남이 나를 또 다른 이미지로 덧칠하기 전에는 벗을 수도 없는 거거든. 나하고는 무관하게 만들어진 그 이미지 속에 막상 갇혀야 하는 건 나인 거지. 그러니 인선 씨, 이 편지는 절대 공개되어선 안 돼. 인선 씨하고 나 사이에서 끝나야 하는 비밀이 되어야 하는 거야. 왠지 알아? 나에 대한 환상이 벗겨졌을 때 고통 받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 환상이 필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지.” <사임당의 비밀편지>에 나오는 사임당의 말입니다. 그러면 “어? 사임당이 쓴 비밀편지가 500년 만에 발견되었나?”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사임당의 비밀편지>는 신아연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수필가로만 활약하던 신 작가가 이번에 처음으로 소설에 도전하여 내놓은 작품이 바로 <사임당의 비밀편지>입니다. 위의 글은 그 소설에 나오는 한 글귀이지요. ‘신사임당’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현모양처’일 것입니다. 율곡이라는 대유학자를 길러낸 어머니, 그렇기에 5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저 걸개에 핀 말꽃을 보아라 하늘벽에 걸린 걸개 한 그루 말꽃“ “‘말꽃’은 말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 또는 말로써 피워 낸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으로, ‘말의 예술’이라는 본디 뜻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안성맞춤인 낱말이다.” 우리말대학원장과 국어심의위원장을 지낸 국어학계의 원로 김수업 선생은 이렇게 문학을 “말꽃”이라 표현한다. 그 말꽃이 최인호 시집 《바람의 길목에서(교음사)》에서 활짝 피어난다. 얼마 전 일본 교토의 김리박 시인이 《울 핏줄은 진달래(도서출판 얼레빗)》란 순 토박이말 시조집을 낸 바 있는데 최인호 시인 역시 순 토박이말로 시집을 내 화답한다. 토박이말만으로도 얼마든지 맛깔스러운 시, 말꽃을 피울 수 있음을 중명한다. “눈으로 맞는 새해 펄펄 아우성 달빛 별빛 머금은 천둥번개 가루들 네 집은 큰산 큰그늘 별빛 따라 어둠 따라 바람 따라 놀더니 오늘은 누항 저잣거리에서 몸을 푸는구나.“ 시집의 시작을 그는 “눈”으로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하동 두메에서 자연과 함께 살더니 자연과 하나 되었거니 “앙칼진 아침 / 너그러운 햇살 비칠 때 / 떠나지 못하던 임이 / 떠남을 보누나 / 떠나지 못함으로 떠나감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내가 죽는다고 조금도 어쩌지 말라. 내 평생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음이 도리어 부끄럽다. 내가 자나 깨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청년들의 교육이다. 내가 죽어서 청년들의 가슴에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소원하는 일이다." 이는 65살의 이에 폭탄 의거로 순국의 길을 걸은 강우규 의사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남긴 말이다. 나라를 빼앗은 흉악한 일제에 온몸으로 저항한 것이야말로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한 것이지만 강우규 지사는 겸손하게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청년들의 교육’을 걱정했다. 그러한 강우규 의사의 숭고한 나라사랑 실천 행동 뒤에는 탁명숙이라는 여성독립운동가가 있었지만 이를 아는 이는 드물다. 그런가하면 핏덩이 갓난아기를 남겨두고 독립운동에 뛰어든 박치은 애국지사도 있다. 박치은 애국지사는 남편 곽치문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 감옥에 들어갔는데 핏덩이 갓난아기를 둔 몸이었다. 철창 밖에서 젖이 먹고 싶어 우는 아기를 일제는 끝내 면회시켜주지 않아 눈앞에서 아기가 숨지는 고통을 견뎌내야만 했다. 2년의 형기를 마치고 남편보다 먼저 출소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가난한 이웃, 보잘 것 없는 우리 이웃들에 대한 애정, 이게 정말 소중한 우리 마음이다. 이 마음이 없는 사람은 자기보다 지위가 낮고 가진 게 적으면 깔보고 깔아뭉개고 업신여기게 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이 마음을 길러 주지 않으면 평생 거만하게 자기 잘난 줄만 알고 살 것이다. 아이들과 시를 쓰고 글쓰기를 하는 것도 이 마음을 갖게 하는 과정이고 아이들 글은 이 마음에서 나온 열매다.” 아! 구자행 선생이 평생 교실에서 추구하는 것이 ‘가난한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었구나. 기자는 구자행 선생의 책 《국어시간에 뭐하니?》를 읽어 내려가면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하나 푼 듯 무릎을 쳤다. 왜냐하면 그가 이 책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고갱이가 거기 숨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웃(178쪽)은 이 책의 여러 주제 가운데서도 기자의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다. “우리가 그동안 글을 쓰면서 우리 자신의 문제를 벗어나지 못했잖아. 자라온 이야기도 그렇고, 식구들 이야기도 그렇고, 친구나 학교 이야기도 그렇고, 이제는 자신의 문제를 벗어나서 우리 이웃으로 눈을 돌려보자” 구 선생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눈길을
[우리문화신문=이윤옥기자]70평생을 토박이말만 부여잡고 사는 시조시인이 있다. 바로 일본 교토의 한밝 김리박 시인으로 최근 토박이말 시조시집 《울 핏줄은 진달래》를 도서출판 얼레빗을 통해서 펴냈다. 시조집을 손에 쥐자마나 나는단숨에 읽어내려 갔고, 시조집 곳곳에 울컥하는 심정은 어쩔 수가 없었다. 빛되찾은 그나날에 네 살의 아들놈은 미친 듯 울고계신 아버지를 쳐다보며 겨레의 참빛되찾은 그기쁨을 새겼도다. -첫째매 넷째가름 둘째쪼각 ‘아버님생각’- 시인 나이 네 살, 그 천진난만한 어린 가슴에 ‘겨레의 참빛 되찾은 아버님의 그 기쁨’을 알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다. 아니 알 길이 없는 노릇이다. 아버지가 두 손에 쥐어주던 알사탕도 기억 못할 그 어린 나이에 시인의 조국은 광복을 맞았다. 얼마나 기뻤으면 아버지는 미친 듯 울고 계셨을까? 어린 마음이지만 그날의 아버지 모습은 일흔이 된 시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누에고치가 실을 뽑듯 풀려나온다. 만일 그해 시인이 열네 살만 되었어도 아니 스물넷만 되었어도 아버지의 그 미칠 듯이 기쁜 모습은 그렇게 오래 뇌리에 새겨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버지 나이와 멀어질수록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