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고 가격이 아주 비싼 상표의 제품.” 국어사전에서 찾은 ‘명품(名品)’의 정의다. 아무래도 요즘 많이 쓰이는 쪽은 후자다. 백화점 문을 열자마자 명품관으로 달려가는 것이 유행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명품은, 그 자체로 뛰어나기도 하지만 ‘쓰면 쓸수록 값어치가 새록새록 느껴지는 물건’에 가깝다. 그냥 휙 보고 지나가기보다, 생활 속에서 곁에 두고 썼을 때 더 빛을 발하는 것들이 있다. 이 책, 《생활명품》의 지은이 최웅철은 예(藝)와 맛의 고장 전주에서 종가의 장손으로 우리 문화를 흠뻑 느끼며 자랐다. 한옥에서 한지와 나무 냄새를 맡으며 자랐고 마루와 구들을 놀이터 삼아 놀았다. 전주에서 규모가 큰 한식당을 운영할 정도로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 덕분에 맛있는 우리 먹거리도 많이 맛보았다. 지은이는 그 시절이 자신을 지탱하는 그리움이고, 양분이고, 열정이라고 회고한다. 그래서 지혜롭고 아름다운 전통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한 나머지, 우리 문화의 미감과 매력을 차곡차곡 담은 책 한 권을 펴냈다. 그가 엄선한 한국의 공예와 회화, 건축, 음식을 따라가다 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이 오는 길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넘어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온다고 어차피 찾아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 옷 입고 분홍신 갈아 신고 산 넘어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오늘은 김기웅 작사ㆍ작곡, 박인희 노래의 <봄이 오는 길>이다. 박인희는 1970년에 혼성듀엣(박인희, 이필원) '뚜아에 무아'로 데뷔하여 ‘약속’, ‘세월이 가면’ 따위로 알려졌다. 그녀는 1972년 독립하여 홀로(솔로)가수가 되었는데, ‘모닥불’, ‘방랑자’, ‘하얀조가비’, ‘끝이 없는 길’, ‘그리운 사람끼리’, ‘봄이 오는 길’ 따위가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박인희의 노래는 소녀의 감성을 노래하듯 순수하고 맑고 고운데 한 편의 시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감성적이다. 이 노래를 작사한 김기웅은 노랫말을 한 편의 시를 쓰듯이 우리말로 아름답게 써 내려갔다. 맨 먼저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라고 속삭인다. 지금이야 시골 어디에 가도 아스팔트 쭉쭉 뻗은 큰길만 보이지만 정말 봄내음, 고향 냄새가 나는 길이야말로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세계 두메 문명을 찾아 사람들의 삶과 자연, 풍습을 기록하는 박경서 사진작가는 개인 사진집을 펴내고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여 다양한 문화를 조명한다. 티베트 촬영 10년, 인도 4곳 쿰브멜라 축제 촬영과 홀리, 푸쉬카르 12년, 몽골 울란부퉁과 시우치에서 촬영한 백마사진 등 1996년부터 25년 동안 나라 밖 출사를 통해 찍은 사진을 골라 도서출판 피알에이드를 통해서 《아득한 피안 그곳에 내가 있었네》 라는 제목으로 사진집을 제작해 두메 사람들의 독특한 삶을 설명하고 있다. 티베트에 만난 사람들과 자연에서 받은 감동을 사진으로 남겼다. 파란 하늘과 상큼한 공기, 길고 낮게 드리워진 하얀 구름 떼, 신비한 물빛의 호수 속의 설산 등 발길 닿는 대로 느꼈던 경이로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혹독한 자연환경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오롯이 담기 위해 신중하게 촬영한 사실적 묘사가 울림을 준다. 인도 북부 하리드바르 지역에서 12년마다 쿰브멜라가 열린다. 태어난 그대로의 알몸으로 신과 교감하는 힌두교도들의 신성한 쿰브멜라 축제는 고행하며 수행하는 사두들과 일반인들이 교류하며 축복을 구한다. 천상계 하루는 인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1948년 런던올림픽에 한 명의 동양 선수가 등장했다. 창공을 향해 힘차게 원반을 던진 그녀의 이름은 박봉식, 한국 최초의 여성 올림피언이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때였다면 올림픽 출전 후 ‘유퀴즈온더블락’이나 ‘라디오스타’ 같은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겠지만, 아쉽게도 그녀에 대한 기록은 단편적이기만 하다. 이화여중 재학생이었으며 당시 19세였다는 점, 빙상과 육상 분야에서 재능을 보였다는 점 정도이다. 이번 발간한 <서울 사람을 웃고 울린 스포츠>에는 박봉식처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선수들, 서울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경기장, 스포츠가 바꿔놓은 서울의 도시풍경까지 스포츠에 관한 크고 작은 주제 15개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스포츠란 “건강한 신체를 기르고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며 질 높은 삶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하는 신체활동을 기반하는 사회문화적 행태”를 말한다. 근대적인 단어지만 건강한 신체를 기르고 건전한 정신을 함양한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한양 사람들이 갈고 닦았던 무예와 비슷하다. 책의 첫 주제 <근대 이전, 한양사람들은 운동을 글로 배웠다?>에서는 체육 수업과 스포츠센터가 없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글’. 우리가 우리말을 ‘한글’로 부른 것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언문’, 또는 ‘훈민정음’이라 불려오다가, 주시경 선생이 ‘위대하고 큰 하나의 글’이라는 뜻을 담아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부터 한글은 민족의 마음속에 크고도 높게 자리 잡았다. 이 책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은 1443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때부터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까지, 한글이 우리 역사에 스며드는 과정을 28대 사건으로 풀어냈다. 그 가운데는 허균이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펴낸 것처럼 익숙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생소한 이야기가 많아 한글을 둘러싼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를테면 하급 관리들이 한글 벽서를 써 붙여 고위 관료를 비판했다든지, 《훈민정음》에 관한 시험을 보아 고위 관료를 선발했다든지, 종로시장 상인들이 한글 투서로 호조판서를 비판했다든지… 한글이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쓰였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쉽고도 재미있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28대 사건 중 가상 인상적인 5대 사건을 골라 보았다. 1. 1460년, 《훈민정음》으로 고급
[우리문화신문= 금나래 기자] 회사 상사, 동료들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루어내고, 친구나 가족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있어 말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말투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말투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일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일어난다. 인간관계와 대화법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는 누구나 연습을 통해 자신의 말투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먼저, 자신의 말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문제점을 파악했다면,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반복해 연습해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 간의 대화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독자들은 그들의 상황과 대화를 통해 신뢰를 얻고 호감을 주는 말투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말투 연습을 통해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는 회사 생활, 그리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말 한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어떠한 상황에서도 재미있게 대화를 이끌 수 있을까? 친구와 애인, 가족에게 나의 관심을 잘 전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 상사와 동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까?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좋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菠薐傳數名(파릉전수명) 시금치는 여러 이름이 전해지는데 其始出波羅(기시출파라) 그 시작은 페르시아에서 온 것이네 我國有俗稱(아국유속칭) 우리나라에도 부르던 이름이 있었는데 恐是赤根訛(공시적근와) 아마 ‘적근’이 그것인 듯싶네“ 이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며 학자인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1651~1708)의 한시(漢詩) <파릉(菠薐, 시금치 ‘파’, 시금치 ‘릉’)>이다. ‘시금치’는 페르시아에서 들어왔다고 하여 페르시아를 한자 음역한 ‘파라(波羅)’를 따 파사채, 파사초, 파채(菠菜)라고도 했으며, 조선에서는 뿌리가 붉어 “적근채(赤根菜)”라고도 불렀다. 시금치는 페르시아지방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래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김창협의 한시로 우리는 그 유래를 알 수 있다. 그 이전 1577년(선조 10)에 최세진(崔世珍)이 한자 공부를 위해 펴낸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처음 시금치가 등장하고 있어서 조선 초기에 들어와 재배된 것으로 여겨진다. 김창협은 당대 명문 출신으로 동부승지ㆍ대사성ㆍ대사간을 지냈지만, 영의정을 지낸 아버지 김수항(金壽恒)이 기사환국(己巳換局)으로 죽자 벼슬을 버리고 숨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74) 사람들은 왜 내 겉만 보고 어쩌다 내 진면목이 숨겨진 채 괴롭힘을 당한 난쟁이로만 인식되어온 걸까? 사람들이 우리를 가까이 하도록 우리를 아끼는 이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며 사랑을 주고 길러온 것인데...... 자연의 풍광을 정원으로, 정원에서 집안으로 들여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관심과 사랑이 있었는데 괴롭혀온 것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오해투성이의 말들만 난무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흔히 분재에 대해 갖는 편견이 있다. 가만히 놔두면 ‘자연스럽게’ 잘 자랄 나무를 괜히 못살게 굴어 성장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분재는 그런 억압과 왜곡의 예술이 아니다. 나무가 가장 좋은 조건에서 자랄 수 있도록 고도의 기술을 발휘해 균형과 절제의 미학을 구현하는 것이다. 사람의 타고난 본성을 교육해 순화시키듯, 분재 또한 나무의 본성을 적절히 다듬어 천 년을 가는 나무로 탈바꿈시킨다. 이 책 《분재인문학》의 지은이 성주엽 실장은 제주도 서북쪽, 한경면에 있는 ‘생각하는 정원’에서 아버지 성범영 원장을 도와 1991년부터 나무와 정원을 돌보고 있다. 이 책은 분재에 대한 항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나무를 통해 깨달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개인적인 공격과 집단 간의 전투를 연결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 교과서와 같은 시대별로 정리한 전쟁사가 아닌 고고학을 통한 근본적인 답을 하고 있다. 특히 일본열도의 고고학적 상황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일본열도의 무기 도입과 기술 혁신이 끊임없는 한반도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더 나아가 전쟁이 과거 사회에 미친 영향을 크게 평가해서, 현대의 전쟁이 오늘날의 사회와 사람들에게 또는 다음 세대에게 미치는 수많은 영향을 바로 알리고 있다. 고고학으로 읽는 전쟁의 탄생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집단 간의 전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문자보다 앞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전쟁이 발생한 정확한 시기와 내용을 고고학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무기로 훼손된 인골, 거대한 무덤, 그리고 그곳에 부장된 방대한 무기 등 고고학의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열도에서 벌어진 전쟁의 양상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 전쟁이 어떻게 의식적, 사상적으로 포장되어 왔는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일본의 노예》라는 책을 보았다. 지난해 12월에 나온 책으로,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진실을 파헤친 책이다. 보통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다룬 책들은 주로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사실을 발굴, 분석하여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해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에도 막부 시대의 가라유키상, 또 거기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일본 전국 시대의 인신매매인 인취와 난취까지 다루고 있다. 여기서 ‘가라유키상’이란 외국인을 상대로 한 윤락녀를 말하고, ‘인취(人取)’란 전쟁터에서 사람을 전리품으로 납치해가는 것을 말하며, ‘난취(亂取)’란 전국시대 병사들에게 사람과 물건을 약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얘기한다. 이렇게 말하면 저자는 당연히 역사를 전공한 학자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박태석은 검사로 20년, 변호사로 15년을 살아온 평범한 법조인이다. 그런데도 박 변호사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피상적으로만 언급한 것이 아니라, 여러 역사 서적들과 자료들을 탐독하고 심층 분석하여 글을 쓰고 있다. 어떻게 평범한 법조인이 이런 책을 쓸 수 있는지, 책을 읽으면서 연신 감탄하게 된다. 저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