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알코올, 니코틴, 쇼핑, 도박. 그 외에도 살면서 한 가지쯤 무언가에 빠져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정 행위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중독은 심각한 범죄 행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저자는 뇌의 쾌감 보상회로와 관련된 도파민의 수치가 성인보다 높아 중독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십대들을 이해하기 위해 부모들이 알아야 할 중독 솔루션을 제시한다. 중독에 빠진 십대는 제대로 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며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기 힘들다. 이 책은 중독의 원인과 뇌의 구조를 파악하고, 십대에게 주로 나타나는 게임, 스마트폰, 흡연 등 중독의 원인과 사례를 밝히고 자존감 상승, 스트레스 해소 등을 통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천적 치침을 제시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불이(不二) - 윤향기 갓 지은 따끈한 밥을 푸고 날김 몇 장과 조기 한 마리 들고 마당 탁자에 앉았다 햇살과 인사하느라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김은 바람에 업혀 날아가고 조기는 고양이가 낼름했다. 그래 바람은 바람 역할에 충실했고 고양이는 조기 냄새 마다하면 진짜 고양이가 아니지 나는 간장에 밥 비벼 맛있게 먹었다 《유마경》의 <불이법문품>에는 ‘不二禪(불이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不二’는 ‘선과 악’, ‘미(美)와 추(醜)’, ‘삶과 죽음’, ‘너와 나’ 등이 본질에서 그 근원은 같은 것, 그러므로 둘이 아니라는 뜻이란다. 절에 가면 ‘不二門(불이문)’이 있는데 이 불이문을 지나면서 이러한 ‘不二(불이)’의 진리를 깨달아 해탈에 이르라고 한다. 추사 김정희는 유마경을 탐구하다가, 이 ‘不二禪(불이선)’이라는 구절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고 ‘不二禪蘭(불이선란)’이라는 난초 그림을 그렸다. 여기 윤향기 시인은 그의 시 불이(不二)에서 갓 지은 따끈한 밥을 푸고 날김 몇 장과 조기 한 마리 들고 마당 탁자에 앉았다고 했다. 그런데 “햇살과 인사하느라 /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 김은 바람에 업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흔히 ‘부자 3대 못 간다’라는 말이 있다. 대를 이어 부를 지키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재산도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지키는 것 자체가 일이다. 관리해야 할 것도, 신경을 써야 할 것도 많다. 그래서 300년 이상 ‘재벌가’로 부를 이어간 가문을 보면, 응당 그 비결이 궁금해진다.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무려 300년 동안 만석꾼으로 이름을 떨친 ‘경주 최부잣집’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임금이 바뀌면 멸문지화를 당하기도 하던 시절, 굳건한 처세와 대를 잇는 철학으로 무려 12대 300년 동안 부를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는’ 나눔의 정신으로 조선 최고의 ‘적선지가(積善之家)’가 되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 했던가. 덕을 쌓은 집안에 복이 있듯, 최부잣집은 부를 베풀수록 나날이 번성했다. 부를 베풀고, 민심을 얻고, 그 민심이 더 큰 부를 불러들이는 부의 선순환. 그것이 바로 최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이었다. 이 책, 《명가-나눔을 실천한 최부잣집》은 그 부의 비밀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최부잣집을 소재로 2010년 방영한 사극 《명가》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보릿고개 - 이영도 사흘 안 끓여도 솥이 하마 녹슬었나 보리누름 철은 해도 어이 이리 긴고 감꽃만 줍던 아이가 몰래 솥을 열어보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여덟째로 ‘소만(小滿)’이다. 소만이라고 한 것은 이 무렵에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가득 차기[滿] 때문인데 이때는 이른 모내기를 하며, 여러 가지 밭작물을 심는다. 소만에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 먹고 죽순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묻혀 먹는 것도 별미다. 이때 특별한 풍경은 온 천지가 푸르름으로 뒤덮이는 대신 대나무만큼은 ‘죽추(竹秋)’라 하여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죽추(竹秋)”란 대나무가 새롭게 생기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느라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마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 들여 키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소만 때 겉으로 보기엔 온 세상이 가득 차고 풍족한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굶주림의 보릿고개 철인 것이다. “보릿고개”를 한자로 쓴 “맥령(麥嶺)” 그리고 같은 뜻인 “춘기(春饑)”, “궁춘(窮春)”, “춘빈(春貧)”, “춘기(春飢)”, “춘기근(春飢饉)”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비오는 날 저녁에 기왓장 내외 잃어버린 외아들 생각나선지 꼬부라진 잔등을 어루만지며 쭈룩쭈룩 구슬피 울음 웁니다. 대궐 지붕 위에서 기왓장 내외 아름답던 옛날이 그리워선지 주름 잡힌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끄러미 하늘만 쳐다봅니다. (p.8) <기왓장 내외> 윤동주 윤동주 시인의 시에 나오는 기왓장 내외. 이 내외는 나라 잃은 임금이 사는 대궐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름답던 옛날을 그리워하며, 주름 잡힌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끄러미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일상이었을까? 이런 기왓장 같은 사람이 있었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그야말로 허울뿐인 임금이 되어 덕수궁에 갇히다시피 한 사람, 바로 고종이었다. 45년 동안 조선의 임금으로 재위하면서, 끝내 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책임을 통감할 수밖에 없던 고종은 덕수궁에서 통한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기쁨을 주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자신이 환갑 때 얻은 딸 덕혜옹주였다. 1912년 5월, 조선이 일본에 나라를 완전히 빼앗긴 지 2년 뒤에 태어난 덕혜는 고종 임금과 붕어빵처럼 닮아 있었다. 이 책 《동시와 함께하는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혜》는 조선의 마지막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어버이날 일기 - 허 홍 구 아버지 어머니 무덤 앞에 무릎 꿇고 큰절 올렸습니다 이승과 저승이 다른데 아들을 알아보셨겠습니까 먼 산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자 아프게 울다 왔습니다. 이 못난 불효자가 무슨 할 말이 있었겠습니까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하염없이 길을 걷다 왔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산 - 허홍구 하늘 아래 엎드리지 않고도 우뚝 일어선 너의 이름은 없구나. 그랬었구나 그래서 큰 산이 되었구나 백성을 위해 엎드릴 줄 알면 그도 큰 산으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로구나 조선시대 임금을 보면 태조부터 순종까지 27명이다. 27명 가운데 뒤에 ‘조(祖)’가 붙은 임금은 태조, 세조, 선조, 인조, 영조, 정조, 순조까지 7명, 뒤에 ‘종(宗)’이 붙은 임금은 16명, 폐위된 임금은 연산군, 광해군 2명이다. 여기서 ‘조’와 ‘종’의 쓰임에는 특별한 원칙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태조(太祖)처럼 보통 나라를 세우거나 끊어졌던 정통성을 다시 일으켜 세운 임금에게 ‘조’를 붙인다. 하지만, ‘선조’도 ‘선종’이었던 것을 광해군이 바꿨고, 영조와 정조는 고종이, 순종은 철종이 ‘종’에서 ‘조’로 바꾸어 그런 원칙도 맞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조’와 ‘종’이 붙은 것과 상관없이 우리 국민이 으뜸 임금으로 꼽는 분은 당연히 제4대 ‘세종임금’이다. 그 세종은 훈민정음 창제 등 이루어놓은 업적이 헤아릴 수 없으리만치 많다. 그러나 세종의 뛰어난 점은 그 업적이 문제가 아니다. 2011년 SBS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이 책은 25가지 과일을 둘러싼 동서양의 정치와 문화, 역사를 소개한다. 저자는 20여 년간 신문기자와 음식 문화 저술가로 활동하며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과일의 역사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전반부에서는 과일에 담긴 사회와 문화를 다룬다. 무역 교류 등에 따라 과일이 전파되어 온 양상을 과일의 어원과 이름을 통해 살펴보고, 과일 속 상징과 문화적 관습에 대해 알아본다. 이 책을 읽은 후, 유럽 고급 레스토랑에서 테이블 중앙에 놓인 파인애플을 마주친다면 환영의 메시지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과일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한다. 괴혈병 치료제로 사용되어 19세기 영국을 해양 강국으로 만든 레몬처럼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과일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다. 서양에서 과일의 어원인 라틴어 '프룩투스(fructus)'는 즐거움, 유쾌함, 향수라는 뜻을 지닌다고 한다. 이처럼 과일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전해준다. 누군가와 과일을 먹을 때, 풍성한 과일 이야깃거리로 즐겁고 행복한 지식 디저트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대한 꿈을 안고 철학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철학 용어의 까탈스러움을 견디지 못해 철학의 길을 포기하곤 한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한국어 단어인데 왜 내가 알던 뜻과 전혀 다르게 사용되는 것일까? 서양 철학 학문 공동체 '전기가오리'를 운영하는 저자 신우승은 철학에서 통용되는 번역어들이 현대 한국어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철학의 추상성을 모호함으로 오해하게 한다고 말한다. 문제가 되는 번역어를 중심으로 중요한 철학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한편, 기존 번역어를 비판하고 대체 번역어를 제시한다. 그러면 다른 두 명의 저자가 대체 번역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마지막으로 저자 신우승이 그 반론을 반영하여 최종 번역어를 제시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이 형식은 독자들이 제시된 번역어와 그 해석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다. 철학에 대한 열정을 아직까지 간직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철학적 논쟁에 참여하는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화가 났나?’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해.’ ‘아냐, 슬픈 표정인데?’ 종이에 꽉 차게 그려진 어떤 사람이 우리를 뚫어지게 보고 있어요. 살짝 올라간 눈매에 한 올 한 올 생생하게 묘사된 풍성한 수염, 다소 불그레한 살집 있는 얼굴이 씩씩한 장수처럼 보이기도 하고... 강렬한 눈매를 가진 그림 속의 인물이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만듭니다. 놀라지 마세요. 이 사람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조선 후기의 유명한 선비화가 윤두서입니다. (p.8) 정면을 응시하는 부릅뜬 눈. 한 번 보면 쉬이 잊기 어려운 그 얼굴. 바로 자신의 모습을 그린 윤두서의 ‘자화상’이다. 미술 교과서에 실려 누구나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법한 이 그림은, 해남윤씨 종가를 대표하는 종손이자 선비 화가였던 공재 윤두서가 18세기 초 그린 것이다. 지금은 얼굴만 남아있어 미완성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X-선 투과 촬영 등 정밀히 조사한 결과 본디 다소 옅게 그려졌던 신체 부분이 보존복원 과정에서 지워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신체는 지워져 버렸으나, 그가 강렬한 눈빛으로 응시했던 세상은 여전히 그를 기억한다. 이 책의 부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