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ZDA-110-3-15-1’ 암호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코드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때 화재 경보 시스템이 알린 위치정보였다. 동료 대신 추가 교대 근무를 서던 경비원은 이 코드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 우리 삶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누군가가 디자인한 것들이다. 작가는 노트르담 대성당 비극의 원인이 복잡하게 설계된 화재 경보 시스템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사용자의 관점을 무시한 채 디자이너의 생각만 담은 잘못된 디자인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고 있다. 또한 훌륭한 디자이너가 프로젝트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고 확인하며 성공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염두에 둘 것을 제안한다. 1. 무엇을 개선하고자 하는가? 2. 누구를 위해 개선하려고 하는가? 3. 당신의 디자인 결정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4. 당신이 한 일로 현재 혹은 미래에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책은 디자이너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디자인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색다른 관점과 반짝반짝한 영감을 안겨줄 신선한 지침서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그간 스무 권에 이르는 책을 쓴 이윤옥 작가가 광복 76주년을 앞두고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를 펴냈다. 이윤옥 작가는 이 책의 집필 동기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은 남녀노소, 빈부귀천, 학식의 높고 낮음과는 무관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기존에 나온 ‘독립운동사 책’에는 같은 사건이라도 여성의 활약상이나 이름 등이 소홀하게 취급되었다. 책의 서술 또한 남성 위주, 학식이 있는 사람,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역사의 조명을 받지 못했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독립운동사 속으로 불러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이 책은 크게 제1장 시대별로 본 여성독립운동, 제2장 신분별로 본 여성독립운동, 제3장 나라 밖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대별에서는 여성의 근대교육이 태동하던 1910년 이전부터 광복을 맞이한 1945년까지를 다루었으며 특히 1910년대에는 3·1만세운동의 중심이었던 여학생들을 폭넓게 다루었다. 이 책에서 만세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여학생 59명의 명단을 처음 공개하고 있으며, 배화여학교 만세운동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역사 속 대결에서 패한 자는 왜곡되고, 묵살당하며, 잊혀간다. 지금이야 대권을 잡지 못하거나 정권창출에 실패했다고 해서 목숨이 위태롭진 않지만, 과거에는 달랐다. 임금이 되지 못하거나 권력 투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가문 전체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내가 살려면 상대를 죽여야 하는, 살벌한 시절이었다. 그런 냉혹한 시대, 한 인간이 온 힘을 다해 투쟁에 임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자 역사 속 악인이 되지 않기 위한 자연스러운 방어본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승자와 패자의 길은 나뉘는 법, 결국 역사는 살아남은 자들을 아름답고 정의롭게 묘사했고, 약자는 곧 ‘악한 자’로 폄하되어 갖은 오명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이 책,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 남자편(최문정, 창해)》은 그런 약육강식의 서사구조에 반기를 든다. 과학교사였던 저자는 불합리한 인사 조치에 우울증을 얻어 휴직의 시간을 가졌다. 약자의 설움을 느끼던 그 시절, 평소 관심 있던 《조선왕조실록》을 보며 시름을 달랬다. 《조선왕조실록》 속 약자들의 모습은 ‘약하다는 이유로 악한 인간으로 몰렸던’ 자신의 모습과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SNS,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사적인 기록을 쓰는 일기의 도구는 종이부터 인터넷매체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일상의 기록은 사적인 영역을 넘어 타인과 공유되고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거의 조상들은 무엇을 위해 기록을 남겼을까? 저자 박영서는 김령, 김광계, 노상추, 오희문, 윤이후 등 조선 시대를 살다간 8명의 일기를 통해 그들 개인의 역사와 함께 그 시대의 생활상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김령의 '계암일록'에는 부정이 난무하는 과거 시험장의 모습이, 노상추의 ‘노상추일기’에는 어렵사리 얻은 관직에서 겪는 호된 신고식 문화로 지친 마음이, 이문건의 ‘묵재일기’에는 손자의 글공부에 열을 올리는 할아버지의 속앓이가 담겨 있다. 8가지 주제로 엮은 일기의 내용은 주체자인 양반들의 속사정과 함께 역사 속 백성과 노비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8월의 한여름, 이 책이 전하는 조선 시대 보통의 이야기에 빠져보길 권한다.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태어나고 자란 섬을 떠나려고 하지만 결국 섬으로 돌아와 섬사람으로서 성장하는 바뢰이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면서 생생하게 그린 북유럽 소설이다. 갇힌 섬 속에서 쌓여가는 시간의 속도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듯이 이 책에서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 모든 것이 생존이며 삶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가족의 성을 따서 이름 지어진 바뢰이섬. 그 섬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으면서도 부두를 만드는 꿈을 꾸는 한스, 섬을 떠나 본토에서 교육을 받고 더 넓은 세계에 눈을 뜬 잉그리드. 바뢰이 가족은 섬과 함께하며 지속적인 생존을 꿈꾼다. 바뢰이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채워가는 이들의 건강하고 우직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심정이 되어 - 이 윤 옥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 지어니 비굴치 말고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 (가운데 줄임) 아들아 옥중의 아들아 목숨이 경각인 아들아 아! 나의 사랑하는 아들 중근아.” 배달겨레의 철천지원수 이등박문을 쏴 죽인 우리의 위대한 영웅 안중근 장군. 그런데 우리의 영웅 안중근 뒤에는 안중근보다 더 당당한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본명 조성녀, 미상 ~ 1927.7.15)가 있었다.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길 원하지 아니한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刑)이니 결코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라고 죽음을 앞둔 옥중의 아들 안중근에게 편지를 보내는 어머니 조마리아는 결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는 1926년 조직된 상해재류동포정부경제후원회(上海在留同胞政府經濟後援會) 위원을 지냈다. 또한, 같은 해 9월 3일 대한민국임시정부 경제후원회 창립총회에서 안창호ㆍ조상섭 등과 함께 정위원(正委員)으로 선출되어 활동함으로써 안중근의 어머니로서뿐만 아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어에 ‘도둑이 제 발 저리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말이겠지만 <다음 국어사전>의 뜻을 빌리자면 “지은 죄가 있으면 자연히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는 말”이라고 한다. 일본어에는 이런 말이 없지만 구태여 일본말로 옮겨보면 “悪いことをすると気がとがめて必ずばれてしまう(나쁜 짓을 하면 마음의 가책을 느껴 반드시 들통난다)”라는 정도로 바꿀 수 있겠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그제(2일), 교도통신(共同通信) 보도가 볼썽사나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 한국선수단이 선수촌에서 제공되는 후쿠시마 산 식재료를 피해 자체 급식센터를 설치했다”라면서 근거없는 피해(風評被害, 후효히가이)를 조장하는 한국선수단의 급식센터에 대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러한 교도통신의 뉴스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의 언론에서도 “2008년 북경 올림픽 때부터 자체 급식센터를 운영해왔는데 새삼 무슨 소리냐.”라고 반박하는 기사가 나와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본질은 일본이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단순한 관광객들이 아니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이 《걷는 독서》라는 책을 냈습니다. 걷는 독서라니? 걸으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인가? 그렇기도 하겠지만, 꼭 책을 들어야만 하는 건 아니겠지요. 걸으면서 묵상하고, 주위 자연과 교감하며 깨달음을 얻는 것도 걷는 독서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박 시인은 어린 날 마을 언덕길이나 바닷가 방죽에서 풀 뜯는 소의 고삐를 쥐고 책을 읽었고, 학교가 끝나면 진달래꽃, 조팝꽃, 산수국꽃 핀 산길을 걸으며 책을 읽었답니다. 그러다보면 책 속의 활자와 길의 풍경들 사이로 어떤 전언(傳言)이 들려오곤 했답니다. 감옥 독방에 있을 때에도 박 시인은 ‘걷는 독서’를 계속합니다. 비록 세상 맨 밑바닥 끝자리에 놓인 두 걸음 반짜리 길의 반복이었으나, ‘걷는 독서’를 하는 동안은 박시인의 정신 공간은 그 어떤 탐험가나 정복자보다 광활했다고 합니다. 그 시절을 박시인은 감탄조로 이렇게 말합니다. “철저히 고립되고 감시받는 감옥 독방의 그 짧고도 기나긴 길에서 아, 나는 얼마나 많은 인물과 사상을 마주하고 얼마나 깊은 시간과 차원의 신비를 여행했던가!” 자유의 몸이 된 뒤, 박 시인의 걷는 독서는 국경 너머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에서도 계속 되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안동에 가면, 누가 봐도 이상한 집 한 채가 있다. 분명 양반가의 기품이 서린 유서 깊은 고택이건만, 앞마당에 웬 철길이 가로지르고 있다. 석주 이상룡 선생이 살았던 고성 이씨 종택 임청각(臨淸閣) 얘기다. 걸출한 독립운동가를 주인으로 둔 탓에 아흔아홉 칸 종택이었던 임청각도 갖은 수모를 겪었다. 일제에 순종하지 않는 불량한 조선인, 곧 불령선인(不逞鮮人)의 집으로 낙인찍혀 절반가량이 헐리고 마당을 가로질러 철길이 놓였다. 일제는 부러 먼 길을 돌아가면서까지 임청각 앞마당에 철길을 내어 독립운동의 도도한 기상을 꺾으려 했다. 그러나 그 기상이 쉬 꺾일 것이던가. 정종영 작가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이상룡》은 바로 임청각의 주인, 석주 이상룡(石洲 李相龍)에 관한 책이다.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였으나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안동의 존경받는 유림이었던 이상룡 선생, 그가 경술국치 이후 어떤 삶을 택했는지 따라가다 보면 상류층의 책임을 실천한 또 하나의 훌륭한 사례를 만나게 된다. 그는 본디 안동의 존경받는 유림으로, 성리학을 공부한 유학자이자 고성 이씨 종파를 이끄는 대지주였다. 1519년 임청각을 지은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서울역에서 노숙자로 지내던 ‘독고’ 씨는 우연한 기회에 청파동 골목길에 위치한 염 여사의 작은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다.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던 그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염 여사, 천천히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편의점 직원들과 그곳을 찾는 다양한 손님들과의 소통 덕분에 그는 자신의 상처를 돌아볼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 돈 안 되는 가게를 접지 않는다는 사장님의 참 어른다운 마음과, 한겨울 야외테이블에서 술 한 잔을 기울이는 손님에게 내미는 온풍기의 따스함은 녹록하지 않은 삶으로 지쳐 있는 이들을 어느 순간 VIP로 만들어 준다. 이 소설은 손님이나 직원이나 잠시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머무르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행복은 결국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 가족과의 갈등, 인생의 고독함으로 삶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 반드시 『불편한 편의점』에 들러 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