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윤지영 기자]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식물을 곁에 두는 가구가 많아지고 있지만 일상에서 식물은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하지만 식물학자의 시선으로 보면 모든 영역에서 식물을 느낄 수 있다. 보리, 밀과 같은 식량이 되는 식물부터 문화의 일부였던 커피와 차, 뽕나무와 소나무로 만든 종이에 참나무로 만든 잉크로 기록 생산의 도구가 되었던 식물은 문명의 시작을 인류와 함께했다. 식물학자인 저자는 이렇듯 인류와 역사를 함께한 식물들의 이야기 외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문명 발전에 주연으로 활약한 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사시대부터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명 발전의 역사를 따라 소개되는 50여 가지 식물들 중에는 전쟁의 원인이 된 식물이 있는가 하면 인류의 유전 과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식물도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식물은 항상 예측 불가능하고 심오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가 들려주는 식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는 식물의 존재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스티븐 해리스 지음; 장진영 옮김, 돌배나무, 2020 자료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노 년 - 허홍구 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 “백아(伯牙)는 거문고의 명인이었고 종자기(鍾子期)는 그 백아의 연주를 참으로 좋아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높은 산에 있는 듯하면 종자기는 “훌륭하다. 우뚝 솟은 태산 같구나.”라고 했고, 연주가 흐르는 물을 표현하면 종자기는 “멋있다. 마치 넘칠 듯이 흘러가는 강과 같군.”이라고 했다. 그렇게 백아와 종자기는 마음으로 통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종자기가 죽자 백아가 더는 세상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 곧 지음(知音)이 없다고 말하며 거문고 줄을 끊고 죽을 때까지 연주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 도가 경전의 하나인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종자기가 죽은 뒤 백아가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은 데서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 하여 ‘진정한 우정’을 말하는 고사성어가 됐다. 그리고 여기에서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막역한 벗’을 뜻하는 ‘지음(知音)’이란 말도 생겼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돌림병으로 참으로 어려운 지경을 맞이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만나는 것을 삼가라고 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도 춤추며 살았어요 - 허 홍 구 스텝이 꼬이고 풀리는 게 춤이라면서요 꼬였다가 풀리고, 꼬였다가 풀리고 어렵게 꼬였다가도 부드럽게 풀리면 더 멋진 춤이 된다는구먼요! 마치 절망 속에서 일어서는 사람처럼요 남들이 다 하는 사교춤은 맛도 못 봤으나 꼬였다 풀렸다, 넘어졌다 일어섰다 했으니 나도 한평생을 춤추면서 살아왔더라고요 이제는 발이 꼬이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나비처럼 춤추며 하늘 오르는 꿈을 꿉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악가무와 함께 살았다. 음악과 노래와 춤을 아우르는 삶이었다. 그 가운데 춤, 우리의 춤은 정중동이 살아있는 것이었다. 멈춘 듯하지만 움직이고, 움직이는 듯하지만 멈추는 동작이 살아있는 것이 우리의 전통춤이다. 그 춤은 예인들만의 몫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홍구 시인은 “스텝이 꼬이고 풀리는 게 춤이라면서요 / 꼬였다가 풀리고, 꼬였다가 풀리고 / 어렵게 꼬였다가도 부드럽게 풀리면 / 더 멋진 춤이 된다는구먼요! / 마치 절망 속에서 일어서는 사람처럼요”라고 노래한다. 누구나 삶을 살면서 스텝이 꼬였다 풀리기를 반복하는 게 사실이다. 늘 밝은 세상만 있는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문과 대 이과, 선택은 주로 수학 점수에 의해 결정된다. 오랫동안 수학을 멀리한 문과 출신이어서 그런지, 수식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수학 관련 서적에 시선이 꽂혔다. 이 책은 우리 삶 속에서 수학이 어떻게 이용되고 또 악용되는지, 우리 일상 도처에 숨어 있는 수학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자신의 집 정원에서 달팽이를 발견한 저자는 아들과 함께 ‘우리 집 정원에는 몇 마리의 달팽이가 살까?’라는 질문으로 수학을 일상에 적용시킨다. 식당을 고를 때 실패율을 낮추는 법,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서 적기에 집을 파는 법,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현재 전염병 패턴을 읽는 수학 모형을 통해 전염병을 통제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 등 우리는 이미 수학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수학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숨은 패턴을 읽어내는 흥미로운 지적 탐험을 이 책을 통해할 수 있다. <저자 : 키트 예이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배스대학교에서 수리과학과 교수 겸 수리생물학센터 공동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배아 발생에서부터 메뚜기가 무리를 짓는 방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김화 정진국 시인의 시집 《가을엽서》가 어느 날 저에게 배달되었습니다. 제가 시집 선물을 많이 받아봤지만, 정진국 시인은 그동안 저에게 시집을 선물한 시인과는 또 다른 분입니다. 정 시인은 예비역 준장입니다.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군문에 있었지요. ‘장군과 시인’이라는 조합이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준다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무인이 시를 쓴다고 하니 언뜻 호탕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우국충정의 시가 연상되기도 할 테고요. 그러나 정 시인의 시는 그런 시와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정 시인의 시를 감상하면서 저에게 떠오르는 단어는 ‘풍경시인’입니다. 정 시인은 주위에서 만나는 풍경을, 특히 숲의 풍경을 시로 많이 남겼습니다. 시인의 말을 들어보지요. 어렵고 힘들 때마다 십여 년간 함께 걸어온 숲은 나의 진정한 친구요. 보금자리였음을 인정합니다. 아름다운 숲은 나에게 상큼한 새벽을 열어주기도 하였고, 칠흑 같은 밤길에 등불처럼 노래를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지나온 결실을 잘 거두어 새로운 씨앗을 자연에 한 톨 한 톨 심어가는 참된 시인이 될 것입니다. 다시 다가올 가을을 위해... 정 시인은 군문을 떠난 이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은 11월 30일(월), 《서울 洞의 역사》구로․금천구편을 펴냈다.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2018년 성북구편을 시작으로 서울시 내의 동네별 역사와 문화를 정리한《서울 洞의 역사》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서울 洞의 역사》시리즈는 <2030 서울플랜>에 따라 서울을 도심권, 동북권, 동남권, 서남권, 서북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누어 2018년 동북권의 성북구, 2019년 동남권의 송파구 등 권역별로 매년 자치구를 선정하여 발간하고 있다. 올해에는 서남권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된 지역인 구로, 금천구를 선정하였다. 《서울 洞의 역사》구로․금천구편은 13개의 법정동을 중심으로, 인접한 지역별로 묶어서 동의 연혁과 인구, 역사, 시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여 모두 4권(구로구 3권, 금천구 1권)으로 구성되었다. 오늘날 구로구와 금천구는 구로동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 즉 오늘날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대표되고 있지만 각 동네별로 들어가 보면 지역 주민들이 찾는 숨은 명소가 가득하다. 《서울 洞의 역사》구로․금천구편은 행정구역, 인구, 역사, 시설, 문화유산 등 7가지 주제에 따라 각 법정동의 역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 면 - 조성례 아주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겨울을 감지한다 나무는 제 몸의 이파리들을 떨궈 발등을 덮는다 비로소, 침묵에 드는 겨울의 뿌리들이여! 발등을 덮은 작은 나무는 물관을 통해 수분을 간직하고 겨울은 기린의 목을 닮아 휘청휘청 내게로 온다 점점 두꺼워지는 껍질처럼 나이테들이 한 겹씩 남루를 껴안는다 남루 속에서 반짝이는 섬광들이 당신의 창문 밖을 기웃거리고 겨울을 이겨내지 못한 어린줄기가 추운 공중을 향해 여린 팔을 휘두를 때 줄기마다 내년을 약속하는 꽃눈, 꽃눈, 꽃눈, 그리고 온기를 보내는 당신의 작은 나무 시린 발을 땅속 깊이 묻고 나는 긴 잠을 자기로 한다 캄캄해서 환한 눈을 감고 당신을 기다린다 우리는 학생시절 교과서에서 0.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를 읽었다. '마지막 잎새'는 무명의 여류화가 존시가 폐렴에 걸려 희망도 없이 창문 너머에 있는 나뭇잎이 떨어지면 자기도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집에 사는 노화가가 섬세하게 나뭇잎을 벽에 그려서 비바람에도 견뎌내는 진짜 나뭇잎처럼 보이게 한다. 이에 존시는 삶에 희망을 품는다. 그 단편을 읽으며 삶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나뭇잎을 그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시인] 통 발* - 김상아 음악보다 술이 좋은지 슬프거나 힘들 때면 나는 술을 먼저 찾는다 글쓰기보다 글 자랑이 좋은지 책 내는데 정신이 팔려 몇 달째 글 한 줄 안 쓰고 있다 대나무는 잎은 흔들려도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다 강해서가 아니라 지조 때문이다 나는 어쩌다 통발 풀이되어 물 위를 떠돌았을까 달그림자를 보고도 짖어대는 개가 되어 구린내 나는 곳을 쏘다녔을까 제발 본모습 좀 지키라는 마누라 바가지에 다시 붓을 세운다 * 통발 - 부유성 수생식물. 뿌리가 없다.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우리나라 전래 도깨비들을 캐릭터로 개발한 <도깨비 캡처>로 주목받는 만화ㆍ웹툰 전문 제작사 주식회사 스튜디오아이레는 12월부터 도깨비 캡처 손전등 책과 도감 등을 차례대로 펴낸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을 위한 한국형 포켓몬스터를 꿈꾸는 <도깨비 캡처>는 우리나라의 도깨비, 괴수, 귀신, 영물 등을 현대식 배틀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콘텐츠는 재단법인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시장창출형 콘텐츠제작 지원사업’에 뽑혀 콘텐츠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도감, 웹툰,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콘텐츠 전문 회사 ‘대원씨아이(대표이사 정욱)’가 12월 펴낼 예정인 손전등 책은 자외선 LED 손전등 불빛을 비춰 도깨비, 귀신, 괴수 등을 찾아낼 수 있는 체험형 숨은 그림 찾기 게임북이며 어린이들에게 집중력, 관찰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2019년 펴낸 《한국의 요괴 도깨비 도감》 1권에 이어 올 연말 출시되는 2권에는 망량, 인면조, 두두리 및 창작 도깨비 덕이대장, 문호적 등 지금까지 쉽게 접하지 못했던 도깨비, 귀신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의 도깨비를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유품을 정리하고 고인이 머문 공간을 ‘특수 청소’하는 직업이 있다. 작가는 아버지의 돌연사를 경험한 뒤, ‘그저 청소만 하는 일이 아닌’ 이 일에 5년째 몸담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자택에서 사망한 이가 상당한 날짜가 경과한 뒤 발견되는 상황, 고독사. 작가는 그 현장의 특징을 손수 제작한 아홉 점의 미니어처를 통해 고독사의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 아버지의 소식불통, 쓰레기 집의 사정, 집주인의 고뇌, 잊을 수 없는 유품, 벽에 남긴 한 마디 ‘미안해’, 남겨진 반려동물, 마지막 쉴 곳. 이 책은 고독사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책을 제안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현실을 삶의 마지막 한 장면과 뒷이야기로 들려주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나 자신을 그리고 나의 주변인들을 좀 더 살피며 살아간다면 어떨까’ 조언한다. <시간이 멈춘 방> 더숲 출간,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