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집으로 가는 길 - 김정원 길고 고단한 하루 땅거미가 기어올 때 쟁기질 끝내고 뚜벅뚜벅 집으로 돌아가는 길 땀에 젖은 소를 마을 우물로 데리고 가 찬물로 등물을 해주며 엄마는 애틋하게 말합니다 "여보게, 애썼네, 고마우이." 그러면 말 못 하는 소가 엄마 치마에 머리를 살며시 대고 아기바람과 악수하는 무화과 나뭇잎처럼 가볍게 귀를 흔듭니다 우리네 어렸을 적에는 여름날 흔히 “등물”이란 걸 했다. 아버지가 논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돌아오시면 어머니는 우물가에서 시원하게 등물을 해주셨었다. 등물은 그렇게 끈끈한 가족애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김정원 시인은 엄마가 소에게 "여보게, 애썼네, 고마우이." 하면서 등물을 해주셨다고 한다. 그러면 소는 가볍게 귀를 흔들며 응답을 했다나? 예전 우리 겨레는 사람이 죽어 장사를 지낼 때 부르던 상엿소리가 있었다.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 하였는가”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했는지에 따라 죽어 염라대왕에게 심판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패랭이꽃 - 정습명 世愛牡丹紅 栽培滿院中 사람들 모란꽃을 좋아해 집 안 가득 심지만 誰知荒草野 亦有好花叢 시골 구석구석에는 아름다운 패랭이꽃 무더기 핀다네 色透村塘月 香傳隴樹風 꽃은 연못에 잠긴 달에 비치고, 향기는 바람결에 실려 오누나 地偏公子少 嬌態屬田翁 외진 시골 꽃 찾는 귀인들 적어, 그 자태는 늙은 농부 몫일세 위는 고려 의종 때 문신 정습명(鄭襲明, 미상 ~ 1151년)의 한시 “석죽화(石竹花, 패랭이꽃)”다. 이 시에서는 먼저 모란이 등장한다. 모란은 한자 이름으로 목단(牧丹)이라고도 하는데 예부터 한ㆍ중ㆍ일 세 나라에서는 부귀와 공명을 뜻하는 꽃이라 하여 “꽃 중의 꽃” 곧 “화중왕(花中王)”으로 불렀다. 신부의 예복인 원삼이나 활옷에 모란을 수놓았고, 선비들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책거리 그림에도 부귀와 공명을 염원하는 모란꽃이 그려졌다. 복스럽고 덕 있는 미인을 활짝 핀 모란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란은 그렇게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지만, 시골 들판 구석구석 무더기로 피는 패랭이꽃을 귀인들은 좋아하지 않으며, 대신 농부들이 이 꽃을 사랑한다. 패랭이꽃은 석죽화(石竹花)ㆍ대란(大蘭)ㆍ산구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출판사 피와이메이트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비대면 시대에 학생들과의 온라인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 《인터랙티브한 쌍방향 온라인 수업ㆍ강의》(저자 장원일, 정호중, 김성혁)를 펴냈다고 16일 밝혔다. 인터랙티브한 쌍방향 온라인 수업ㆍ강의는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모든 꿀정보를 담고 있다. 실시간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처럼 실시간으로 서로를 보며 수업이 진행되는 환경이기에 현장감과 실제감을 잘 살려야 한다. 또 교사들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주도성과 자발성을 끌어내야 한다. 집필진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 어떻게 하면 강의자와 참여자 모두가 만족하는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 결과, 온라인 수업의 핵심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은 지적인 학습이 주가 되는 수업 상황에서 서로 간 감성 영역의 연결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실시간 온라인 수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6가지 강의 디자인과 수업 중 바로 활용할 수 있는 60가지의 상호작용 활동, 온라인 수업을 더 빛나게 할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여러분은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냄새를 맡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태어날 때 이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떤가?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아기들이 태어날 때부터 신경세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는 출생 후 첫 3개월 동안 엄청나게 많은 신경 연결점을 만들어내고, 이것은 아이에게 배움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자연과학 우유보다 뇌과학>(만프레드 슈피처, 노르베르트 헤르슈코비츠 지음, 박종대 번역) 이 책에서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0~12세로 세분하여 연령별 뇌의 작용과 변화를 설명하며, 아이의 두뇌 발달 과정에 맞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일 최고의 뇌과학자와 스위스의 저명한 소아과 의사인 두 저자는 평소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물었던, ‘아기의 발달을 촉진하는 법이 있을까?’ ‘아이에게 두 번째 언어를 가르쳐도 될까?’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다를까?’ ‘학습에 흥미를 잃은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은 어떻게 발달할까?’ 등의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다양한 실험과 연구결과들을 통해 아이들의 두뇌 발달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이 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숨 소 리 - 원산 소중한 오늘이라는 하루 숨 쉬는 데 집중하고 산다 들숨 날숨 숨소리에 귀 기울인다 안심이다 존재하고 있음을 본다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를 위 시는 《나는 누구인가?》, 《이야기 삼세인과경》, 《보이지 않는 바람》 등 책을 펴냈으며, 《한강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원산스님의 작품이다. 스님은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를 인식하고 있다. 어려운 말이 아닌 담백한 시어를 써서 담담하게 숨소리를 드러낸다. 《홍당무》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쥘 르나르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라면서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다음 블로그에서 “오늘이 있음에~”를 검색해 보았다. “오늘이 있음을 나는 기뻐한다.”, “오늘 살아 있음에”, “오늘 나눌 수 있음에”, “오늘도 잠들 수 있음에” 등 비슷한 글월이 무려 739만 건이 확인된다. 그만큼 “오늘이 있다”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나이가 들게 되면 주변에 아는 이들이 하나둘 사라진다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마음이 아련해왔다. 대상도 없는 그 누군가가 그리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마지막 수업을 빼먹기로 마음을 굳히고 상경대 강의실을 기웃거렸다. 한동네 친구 유철이를 불러내 막걸리 내기 당구나 치러 가자며 꼬드겼다.” - 최양숙 <가을편지> - “강원도 산골은 겨울이 유난히 길다. 예전에는 동짓달이면 벌써 외부세계와 왕래가 단절되는 마을이 수두룩했다.” - 현경과 영애 <참 예쁘네요> - 흑갈색 강물 빛이 조금씩 묽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큰 물기둥은 처음이었다. 물이 서서 달린다더니 정말 그랬다. 당목이 떠내려가고 서낭당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한영애 <여울목> - 노래 한 곡 한 곡을 해설하는 글들이 정겹다. 모두 한 편의 시다. 그냥 시가 아니다. 그것은 예전 음악다방에서 아가씨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만든 디스크자키의 중저음 목소리요, 아련한 추억의 노랫말이요, 해설이다. 이런 모든 것을 담아낸 ‘추억과 낭만의 LP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김상아의 음악편지》가 도서출판 얼레빗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을 쓴 김상아 작가는 <한국교통방송 강원본부>, <CBS 춘천> 등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위 경 련 - 김 옥 남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남편의 한숨 더하고 복권만큼 큰돈 벌었다며 강남으로 이사 간 친구 오른 집값 보태서 꼭꼭 씹어 꿀꺽 삼켰다. 자꾸 되새김도 했어 그래도 소화될 리 없지 비틀려 짜진 빨래처럼 그렇게 방안에 구겨져 있다. 김옥남 시인의 시 <위경련>에는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남편의 한숨이 들리는가 하면 복권만큼 큰돈 벌었다며 강남으로 이사 간 친구 탓에 비틀려 짜진 빨래처럼 방안에 구겨져 있다고 신음한다. 자본주의가 보편화한 지금 세상에는 점점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2018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1,180만 원이고, 하위 10%는 85만 원으로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백성들은 지금보다 더 참담하다. 조선 중기 학자 오희문이 임진ㆍ정유 양란을 겪으면서 쓴 일기 보물 제1096호 《오희문 쇄미록(瑣尾錄)》이란 책에는 처참한 백성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는데 남편이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했다거나, 어머니가 자식을 버리고 달아났다거나, 심지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했다는 기록들이 보인다. 얼마나 가난이 극심했으면 이런 일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사진에세이 3집 《길》(도서출판 느린걸음)이 나왔습니다. 현재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라 카페 갤러리에서 <길>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데, 그 전시와 함께 사진에세이집도 나온 것이지요. 전에 나온 사진에세이집 제목은 《다른 길》인데, ‘길’은 박 시인의 인생 화두인 것 같습니다. 에세이집을 펼치니 서문의 제목은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이네요. 박 시인은 우리 모두는 길 위의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길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많은 지식이 흘러 다니고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지구 끝까지 길이 이어졌으나, 정작 우리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길을 잃어버린 것은 길이 사라져 버려서가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길이 나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면서 박 시인은 계속 말합니다. "우리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둠이 깊어져서가 아니다. 너무 현란한 빛에 눈이 멀어서이다. 우리가 희망이 없다는 것은 희망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다. 너무 헛된 희망을 놓지 못해서이다. 그리하여 길을 잃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이 길이 되고 말았다. 다들 가니까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 8상은 무명에서 깨달음으로 이르는 인생역정을 안내한다. 64괘는 사람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제시한다. 12경은 인문에 바탕하여 자연을 이해하고 즐기는 틀을 제공한다. 4주는 자신의 성품과 기질을 이해하고 삶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16분은 심신과 언행을 다듬고 정성을 들이는 예법의 하나로 인륜을 지켜준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수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고 삶에서 조우하는 사건과 사고에 대처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다섯 가지 그림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다섯 가지 數 : 일본 소장 한국 회화 연구 II > 지은이 오영삼, 단국대학교 출판부 202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 지어니 비굴치 말고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 이윤옥 시인의 시 "목숨이 경각인 아들을 앞에 둔 어머니" 가운데 이는 십수 년을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일에 몸 바쳐 《서간도에 들꽃 피다》 책 10권을 완간한 이윤옥 시인이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의 심정이 되어 쓴 시 일부다. 며칠 전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우리 겨레의 원수 이등박문을 처단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 위대한 영웅 안중근 의사의 뒤에는 안중근보다 더 당당한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본명 조성녀, 태어난 날 모름 ~ 1927.7.15.)가 있었다. 위 시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조마리아 애국지사는 아들의 구명이 아니라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라고 담담히 타이른다. 그 어떤 어머니가 자식의 죽음 앞에 태연할 수 있으랴. 하지만, 조마리아 애국지사는 그렇게 우리의 영웅 안중근을 만들어낸 위대한 분임을 시는 말하고 있다. 이 시는 팝페라-크로스오버 공연활동을 하고 있는 팝페라테너 주세페김이 작곡하여 그의 아내 소프라노 구미꼬김과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