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혼잣손 [뜻] 혼자서만 일을 하거나 살림을 꾸려 나가는 일됨새(사정)[보기월] 혼잣손이 아니기에 좀 더 수월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참 고맙기도 합니다. 엊그제 몸을 움직여 일을 하면서 땀이 나는 걸 보고 날이 많이 풀렸다고 했는데 어제 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더욱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걱정을 했던 흙비도 그리 많지 않았고,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아이들도 이레끝을 잘 쉬고 왔는지 한결 밝은 낯빛으로 저를 맞아 주었습니다. 이제 좀 낯이 익었다고 장난을 치는 아이도 있고 제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둘레에 바른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 얼른 바로 잡아 줄 수 있어 좋습니다.아무래도 바쁜 한날(월요일),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는데 그걸 제가 바쁘게 보내는 사이 다 치운 사람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혼잣손이 아니기에 좀 더 수월하게 지낼 수가 있다는 것이 참 고맙기도 합니다. 다들 몸을 사리지 않고 먼저 나서고 서로를 먼저 생각해 주는 마음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아직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저큼하다 [뜻] 잘못을 고쳐 다시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다.[보기월] 우리가 살면서 들여야 할 좋은 버릇 가운데 하나가저큼하는버릇이라고 생각합니다.차가운 숨씨덩이(기단)와 더운 숨씨덩이가 만나 여름비와 같은 봄비를 뿌렸다고 합니다. 게다가 차가운 숨씨덩이 속에 엄청난 흙비(황사)가 있어 우리나라를 뒤덮을 거라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바깥에 나가지 말고 나갈 때는 꼭 입마개를 하고 가라고 하더군요.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곳에는 어제 밤까지 그리 많은 흙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얼마만큼 왔는지 모르지만 말입니다.이레끝마다 겨끔내기로 시골집에 다녀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갈 차례라서 건건이를 챙겨 다녀왔습니다. 때 맞춰 핀 꽃을 구경한 다음 찍그림으로 붙들기도 하고 집가심을 했는데 땀이 날 만큼 날이 포근했습니다. 모르는 새 싹을 틔운 나무도 있었고 돌틈에서 한 뼘 길이로 자란 꽃도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엊그제 내린 비가 푸나무들에게는 단비였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겨우내 제대로 보살피지 못 했던 꽃동이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알심 [뜻]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야무지고 알찬 힘[보기월] 머지않아 저마다 가지고 있는알심들을 드러낼 때가 올 거라 믿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생각다보니 잠이 쉽게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뒤척이다 잠이 들었고 눈을 떠 보니 밖이 어제보다 밝게 느껴졌습니다. 어제 때알이 소리를 듣고 눈을 떴을 때와 견주어 생각해 보니 많이 달랐던 것이죠. 깜짝 놀라 때알이를 봤습니다. 제가 맞춰 놓은 때를 훨씬 지나 있었고 어떻게 된 것인지 살펴보니 날짜를 잘못 눌렀더군요.아침 마실을 못 나가서 그렇지 늦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 안에서 몸을 좀 푸는 것으로 갈음했습니다.아이들과 만난지 둘쨋날 아이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동무들에게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꿈, 돌날, 식구들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여느 아이들과 달리 좀 더 꼼꼼하게 또박또박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 아이가 했던 이야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며 좀 더 마음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고른 모둠 만들기, 다짐 익히기를 하면서 아이다운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어리
배달말지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새근발딱 [뜻]숨이 차서 숨소리가 고르지 않고 가쁘고 바삐 나는 모양.[보기월]늘 걷기만 하다가 오랜만에 달려서 그런지새근발딱숨이 차올랐습니다. 새로운 배해를 여는 날 달이 어둠을 밝히고 있을 때 마실을 나가는 것으로 열었습니다. 때알이 소리에 일어나 보니 생각보다 어두워 때를 잘못 맞췄나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이도 제가 깨우지 않았는데 일어나더군요. 진작 했더라면 아이들 키가 좀 더 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미안했습니다. 갈 때는 천천히 걸어가서 팔굽혀펴기도 하고 거꾸로 매달리기를 한 뒤 줄넘기를 했습니다. 저희들 말고도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주 만나는 사이인지 서로 인사를 나누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올 때는 달려왔습니다. 아이보다 더 잘 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달렸는데 제 생각과 달랐습니다. 늘 걷기만 하다가 오랜만에 달려서 그런지 새근발딱 숨이 차올랐습니다. 집까지 갈 생각이었는데 집에 거의 다 와서부터 걸어왔습니다. 갑자기 많이 뛰면 몸이 놀랄까봐 좀 참았습니다.^^ 아침을 일찍 열고 나니 아침밥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챙길 것도 생각해서 안 빠뜨리고 가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호젓하다 [뜻] 1)(어떤 곳이)오가는 사람이 없어 쓸쓸한 느낌이 들 만큼 조용하다.[보기월] 날이 어두워지고 나니호젓한배곳에 혼자 남아 있는 것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습니다. 엊그제 비가 오다가 소나기눈이 날리고 난 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져서 마실을 나가기가 싫었습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좋은 날에도 잘 안 가다던 아이들이 줄넘기를 한다며 나갔다 왔습니다. 들어와서는 옷을 만져보라고 내미는데 차갑긴 차가웠습니다.새로 배곳을 옮기고 거의 날마다 나갔습니다. 아이들 자리에서 생각해 보고 짐을 옮길 것은 옮기고 버릴 것들은 밖으로 내놓았습니다. 손이 잘 가지 않는 높은 곳에 쌓인 먼지도 닦고 짐 뒤에 떨어진 쓰레기도 다 쓸어냈습니다. 위에 있는 먼지를 다 닦은 뒤에는 아래에 있는 모든 것들을 깨끗이 닦았습니다.얼른 해 놓고 아이들과 만나서 할 거리들을 만들려고 했는데 쓸고 닦고 나니 해가 얼마 남지 않았더군요. 아직 낯설어서 베낌틀(프린터)를 어떤 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몰라서 마음이 바빴는데 도와 주는 사람이 있어서 어려움 없이 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저춤저춤 [뜻]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없어 다리를 조금 절며 걷는 모양[보기월] 줄넘기를 하고 있는데 두 손에 짐을 가득 들고저춤저춤뒤로 걷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어제 아침도 아이와 함께 동네를 한 바퀴 하고 줄넘기를 하러 나갔습니다. 낯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가니 그제보다는 조금 늦었습니다. 바람도 좀 더 세게 불어서 그런지 얼굴이 시려서 모자를 썼습니다. 제가 줄넘기를 하는 동안 아이는 몸을 풀었습니다.줄넘기를 하고 있는데 두 손에 짐을 가득 들고 저춤저춤 뒤로 걷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아래위 입고 있는 옷과 들고 있는 짐을 봤을 때 집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마도 바람이 아래에서 위로 부니까 바람을 등진다고 그렇게 걷는 것 같았습니다.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추운 날씨에 어디서 자고 어떻게 끼니를 챙기는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데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살고 있는 동네에서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에는 배곳에 나가 아이들 만날 채비를 했습니다. 책상과 책꽂이도 옮기고 구석구석 쓸고 닦고 하다보니 때새가 참 빨리 갔습니다. 이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알새 [뜻] 열매 따위의 알의 크기[보기월] 여럿 가운데 하나를 골랐는데저도 모르게알새가 큰 사과를 잡았습니다.아이들 버릇이 어른들 버릇을 닮는다는 말이 와 닿아서어제 다짐한 대로 아이들과 아침을 좀 일찍 열었습니다. 아이들을 깨워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줄넘기를 하고 와서 아침을 먹으니 밥맛이 참 좋았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날마다 하기로 아이들과 다짐을 했습니다.밥을 먹고 사과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사과를 꺼냈습니다. 여럿 가운데 하나를 골랐는데 저도 모르게알새가 큰 사과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보니 남아 있는 것들이 다들 좀 작았습니다. 잘 모르지만 그게 사람 마음인가 봅니다. 아침까지만해도 쌀랑했는데 낮이 되자 날이 많이 포근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겉옷이 거추장스러울 만큼 말입니다. 같은 날 눈이 온 곳도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이 내린 것을 찍어 보여 주면서 봄이 왔다고 한 사람 나오라는 글을 보며 저도 뜨끔했습니다. 엊그제 나들이 갔다가 찍은 찍그림이떠올라서 말입니다.^^새로운 배곳에서 맡아야 할 일을 받았습니다. 다들 바라는 것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상막하다 [뜻] 담은생각(기억)이 또렷하지 않고 아리송하다[보기월] 짐을 챙기다 보니 어디에 두었는지상막해서찾지 못 했던 게 보였습니다.하루를 일찍 열고 일찍 닫는 게 좋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늦게 일어나면 그만큼 다른 사람보다 늦게 하루를 여는 것이니 바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하려고 마음 먹었던 일을 다 못 하든지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합니다. 참으로 옳은 말인데 그렇게 마음을 먹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언제부터 하려고 했는데 못 하던 수레 손보기를 했습니다. 돈이 들긴 했지만 일이 나지 않도록 미리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니 아깝지 않았습니다. 나만 잘한다고 일이 안 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더 일찍 했어야 할 일이었지요.낮밥을 먹고 난 뒤에는 슬기틀 알맹이를 갈무리하고 짐을 챙겼습니다. 버려야 할 것들을 가려 내고 가져 갈 것들을 넣어 묶었습니다. 짐을 챙기다 보니 어디에 두었는지상막해서찾지 못 했던 게 보였습니다. 새로 산 듯, 선물을 받은 듯 기분이 좋았습니다. 짐을 쌀 때도 갈무리를 잘해서 싸야 하듯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헤집다 [뜻] 1)긁고 나서 팬 곳을 파다.[보기월] 타고 남은 달집 불무덤을헤집고고구마를 묻어 놓으면 바로 익어 맛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어제 아침은 여느 날과 달리 일찍 눈을 떴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봄맞이를 갔다왔고, 여러 달만에 뒷뫼에도 갔다오고 해서 몸이 무거울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잠은 깼는데 밥솥이 말을 듣지 않아서 밥이 될 때까지 기다리느라 밥은 여느 때보다 좀 늦게 먹었습니다.한보름이라고 나물도 먹고 부럼을 깨물었습니다. 아이들하고 귀밝이술을 먹을까도 생각을 했지만 나가기가 바빠서 못 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더위를 팔지도 못 했네요.^^배곳에 가서는 하기로 마음 먹고 간 일들을 하나씩 했습니다. 여러 가지를 하긴 했지만 그리 눈에 띄게 남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하던 일을 끊고 멍하니 좀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슬기틀에 매여있는 우리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에서 달집 태우기를 하는 마당으로 갔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었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저지레 [뜻]일이나 몬을 들추어내거나 떠벌려 그르치는 짓 또는 일.[보기월]보기에 따라서 제가 하는 일이저지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마침풀이, 헤어짐풀이, 물러남풀이와 같은 일들이 이어져 참 바쁘게 여러 날을 보냈습니다. 자주 되풀이 하는 일이라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인사를 하며 울먹이는 분이 계셔서 헤어짐풀이다웠습니다. 좋은 만남으로 오래 잊혀지지 않길 바라며 헤어짐을 슬퍼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어딜 가든 누구나 반갑게 맞아 주면 좋겠지만 살다보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까지 하지 않던 일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언짢게 여겨지기 쉽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제가 하는 일이저지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게 더 마음이 쓰이고 짐스럽게 여겨지기도 합니다.하지만 그 맛을 모르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앞으로 우리와 다르게 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는 일이라 생각하며 낯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오늘은 한보름입니다. 구름에 가려 못 볼 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구름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