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나간 세상은 흘러간 송장이요, 앞으로 올 세상은 지금과 상관없는 미래지사예요. (중간줄임) 직장생활을 하고 돈 벌고 하는 것들은 다 무엇을 의미합니까? 다 살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 세상 산다는 뜻이 어디 있겠는가. 고깃덩어리 백 년 동안 꿈틀거리다 가는 그게 과연 참 삶이냐 말입니다. 그대로는 백년 사나 이백년 사나 깨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한 찰나를 살더라도 사는 이치를 알 때 영원히 사는 빛나는 인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는 서암 스님의 법어(法語) 가운데 하나다. 서암 스님의 법어집 《그건 내부처가 아니다》(2013. 정토출판)을 읽으며 한 말씀 한 말씀이 옥구슬이란 느낌이 든다. 흔히 좋은 문장을 주옥(珠玉) 같다고 하는데 서암 스님의 법어가 거기에 딱 맞는 말이다. 어느 구절을 펴도 공감이 가는 말들로 그득하다. “우리는 위대한 마음의 힘을 계발하지 못하고 몇 푼어치 안 되는 현대문명에 현혹되어 몸과 마음이 약해져 온갖 병 속에 쩔쩔매며 산다. 잘 먹고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해서 행복한 게 아니다. 조용히 앉아서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나를 보는 게 중요하다.” 방학만 되면 아이들과 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바야흐로 구글의 전성시대다. 그 구글 제국의 한복판에서 저명한 디지털 사상가인 조지 길더가 구글의 종말을 말한다. 일찍이 텔레비전의 종말을 예견했던 노대가인 그의 주장은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어서, '구글의 모든 중요한 전제들이 무너질 것이므로 구글은 반드시 무너지고 말 것'이라 말할 정도다. 구글은 누구에 의해, 무엇 때문에 몰락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구글 이후 우리 삶의 양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지난 20여 년간 구글은 사람들의 삶과 운명을 짊어지겠다는 열망으로 가득찬 어떤 '통합적인 철학'을 개발해 왔다. 그 온갖 편리한 공짜 서비스를 누리는 대가로 우리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구글에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길더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일갈하며, 바로 그러한 공짜 정책이 구글 스스로에게 가장 큰 위험이 될 것이라 진단한다. 길더의 주장에 따르면, 구글은 시간의 한계를 초월해 알고리즘을 가속화함으로써 그 희소성을 속이고 있다. '무료'라는 말에 함축된 무한대에 가까운 수요는 시간의 희소성을 반영하는 유한성과 상충한다는 것. 또 그들이 내세우는 빅데이터는 가히 위협적인데, 인간의 뇌도 본질적으로는 알고리즘적이어서 인공지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폐업 전문가 우리는 좋든 싫든 배운 도둑질로 살아간다 나는 내 도둑질이 좋다 좋아하는 음악 듣고 들려주고 하다 보면 어쩌다 간이 맞는 손님이 찾아와 밤을 새우기도 하고 찾는 이 없으면 없는 대로 글 쓰며 앉아있는 맛도 좋으니 이 재미로 가게를 하는데 돈벌이가 될 리 없고 집세는커녕 공과금 밀리기도 다반사요 삼시 세끼 라면도 버거워 빚으로 먹고사는 날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리고 또 도둑질을 이으려고 가게를 줄여 옮겨간다 삼십여 년을 이렇게 여닫기를 반복하며 얻은 벼슬이 폐업 전문가! 그래도 이번에는 겉은 망했어도 속으로는 남았다 종자기*를 얻었고 짐을 꾸리며 도닥거려 주는 아내를 얻었음이니 경자 원단의 저 맑은 지저귐 붉은 원 안에 걸린다 * 종자기 - 춘추시대 초나라의 거문고 명인 백아의 절친한 벗으로 연주할 때 백아의 마음을 훤히 꿰었다. 종자기가 병사하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를 하지 않았다. 이에 "백아절현"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광장의 법칙>(한병진 지음)은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라고 보는 정치학자가 미시적인 수준에서 광장정치의 본질인 싸움과 투쟁의 작동 과정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승리의 전략과 전술을 제시하는 책이다. 하지만 권력을 차지하고자 하는 소수의 정치 세력을 위한 책이 아니다. 저자의 관심은 “민주적 의지를 지닌 시민의 집단적 힘”에 닿아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싸움의 기술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소시민을 위한 것이다. 특히 정치라는 싸움이 벌어지는 공간인 ‘광장’을 중심으로, 광장의 싸움 방식을 이야기한다. 광장에 모여 단순히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 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주요부분을 보면 광장의 원리, 광장의 기술, 광장의 리더십, 광장의 주의사항, 광장의 경고 편으로 나눠 기술하고 있다. <광장의 법칙> 한병진 지음, 곰출판(2019.12) *서평자료: 국회도서관 제공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잠시 국내에 들어와 있던 동생이 출국하면서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며 나에게 영문소설을 하나 주고 갔다. 리사 시(Lisa See)라는 미국 여류작가가 올 3월에 펴낸 《The Island of Sea Women》라는 소설이다. 동생 덕분에 정말 오래간만에 영어 원어로 된 소설을 읽어본다. 처음에는 의무감에 읽기 시작하였으나, 곧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소설은 영숙과 그녀의 친자매 같았던 친구 미자라는 해녀를 중심으로 1938년부터 2008년까지 제주 구좌읍 하도리 해녀들의 삶을 그린 것인데, 소설을 통하여 제주 해녀들의 삶과 애환, 슬픔 등이 피부에 와 닿도록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소설 속에는 제주의 풍토, 민속 신앙, 역사 등 제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하여 나는 작가가 당연히 한국계 미국인일거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게 뭐야? 백인 여자다! 비록 증조부의 중국인 피가 조금 섞여있긴 하지만, 외모는 완전 백인 여자다. 어떻게 백인 여자가 제주를 우리보다 더 잘 알 수 있단 말인가! 리사는 어느 잡지에 실린 제주 해녀의 사진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언젠가 제주 해녀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
[우리문화신문=강병인 멋글씨작가] 한글 광화문 현판, 시대적 배경 1919년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 중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어 대한민국은 올해로 건국 100돌을 맞았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조형물이나 건축물을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광화문은 경제개발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지나 시민혁명에 이르며,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상징이 되었다.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반드시 찾는 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따라서 광화문 광장의 중심에 서서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경복궁의 문, 광화문과 광화문 현판은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첫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한자로 되어있는 ‘光化門’ 현판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대한민국답게 상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로쓰기 방식으로 읽으면 ‘門化光’이 되는 현재의 광화문 현판은 이 나라가 중국인지 대한민국인지 구분할 수 없게 해 놓았다. 전 세계인들이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려는 열기로 가득하며, 그들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큰 기쁨이 되고 있다. 그런 그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했을 때 맨 먼저 만나고 싶은 것은 ‘안녕하세요’라는 우리말이고 두 번째는 ‘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세상의 중심’, ‘잠들지 않는 도시’ 등 그럴듯한 수식어를 가진 미국의 도시 뉴욕. 화려한 도시의 모습 이면에는 각종 범죄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저자는 그런 뉴욕에서 한국인 검사로 일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을 담아 책으로 펴냈다. 뉴욕주 검찰청 사회정의부 소속 검사인 저자는 경력이 1년밖에 되지 않은 초보 검사이지만 임금착취, 사기, 성매매 등 다양한 사건을 처리해 나가면서 인간의 추악한 면과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법이 가진 한계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진심으로 위로하고, 정의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자 노력한다. 검사로서, 인간으로서 저자가 해온 여러 가지 고민들을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의 배경은 뉴욕이지만, 어느 정도는 한국 사회와도 닮아 있다.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정의란 무엇인지, 또 바람직한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은이 : 이민규 지음출판사 : 생각정원 <국립중앙도서관 추천도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온라인 중고서점(www.bookoa.com)에서 《신라인과 대화》라는 책을 주문하여 읽었습니다. 나는 ‘신라인과의 대화’라고 하기에, 신라의 역사나 문화 예술에 관한 책이겠거니 하면서 책을 주문했던 것인데, 배달되어온 책을 받아드니 지은이는 히라노 교코(平野杏子)라는 일본 여자 화가입니다. 이를 정희정씨가 번역하여 2000년에 출판하였네요. 책 표지에는 ‘화폭에 담은 경주 남산 마애불’이라고 작은 글씨로 쓰여 있고, 경주 남산의 마애불도 그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일본 여자 화가가 경주 남산의 마애불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교코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현모양처가 되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가정대로 진학합니다. 1930년생인 교코가 대학 들어갈 때인 1950년대에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여자는 대학을 보내더라도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고 가정대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코는 미술에의 꿈을 버릴 수 없어 대학 입학 후 미술 동아리에 가입했고, 졸업 후에도 회화연구소 조수로 일하며 끝내는 일본미술전람회에서 입선을 하여 화가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아이들이 서너 살쯤 되었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가만히 들여다보니 돌에도 나이테가 있다 귀대고 들어보니 심장의 울림도 있다 선 채로 예불소리에 가지런히 손을 모은다 그 어깨 빌려 앉은 귀뚜라미 한 마리 절간에 왔다고 스님 독경 소리 따라 나직이 반야바라밀 읊조리다 목이 쉰다 이달균 시인의 제8시집 《열도의 등뼈》에 나오는 ‘석등과 귀뚜라미’라는 시다. 그렇게 시인은 돌의 나이테도 볼 수 있고, 돌의 심장 소리도 듣는다. 심지어 귀뚜라미조차도 스님 독경 소리 따라 나직이 반야바라밀 읊조리다 목이 쉰단다. 이게 이달균 시인이 도달한 경지다. 지난 2009년 사설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를 펴내 주목을 받았던 이달균 시인(62)은 최근 도서출판 작가를 통해서 《열도의 등뼈》를 펴냈고, 이 시집으로 ‘2019 이호우ㆍ이영도 시조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뽑혔다. 게다가 이 시집은 ‘2019세종문학나눔 우수도서’에도 뽑혔다. 그러나 시인은 쓸쓸한 자각도 읊조린다. 한 수의 시를 썼다 세상이 놀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군 나의 나라에 백성은 나뿐이군(‘시인 2’ 전문) 어쩌면 나의 나라에 백성이 자신뿐이라는 것은 많은 시인들이 하는 독백일 수도 있다. 그럼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로 잘 알려진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의 수필집이다.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 다양한 지면을 통해 이미 공개되었거나 혹은 미발표된 글을 묶어 만든 책으로 올리버 색스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만인 올해 4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의사이자 과학자임에도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문장들로 ‘뇌’에 관한 현대의학의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올리버 색스의 이번 책 역시 인간 존엄에 대한 따뜻한 통찰이 행간에 스며 있다. 유년 시절과 가족에 대한 소소한 기억 등 한 개인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단락을 마주할 때는 더 이상 그의 글을 볼 수 없음에 한 문장 한 문장이 더욱 귀하게 읽힌다. 책 뒤표지에 빼곡히 적힌 뇌과학자 정재승의 팬심 가득한 추천사도 그런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일독하는 것, 시대의 지성이었던 올리버 색스를 추억하기에 가장 알맞은 방법이다. 자료: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추천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