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지(冬至) - 변계량 繡紋添線管灰飛 (수문첨선관회비) 수 놓는 실 늘어나고 대롱 속 재도 날아가니 冬至家家作豆糜 (동지가가작두미) 동짓날 집집마다 팥죽을 쑤는데 欲識陽生何處是 (욕식양생하처시) 양의 기운은 어디서 생기는지 알고 싶구나. 梅花一白動南枝 (매화일백동남지) 매화의 남쪽 가지 하얀 꽃망울 터뜨리려 하네. 이틀 뒤면 24절기의 스물두째이며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동지(冬至)’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른 다음 차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옛사람들은 이날을 해가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잔치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그래서 동지를 설 다음 가는 작은설로 대접했다. 이날 가장 흔한 풍속으로는 팥죽을 쑤어 먹는 일이다. 원래 팥죽은 붉은색으로 귀신을 쫓는다는 뜻이 들어있다. 특히 지방에 따라서는 동지에 팥죽을 쑤어 솔가지에 적셔 집안 대문을 비롯하여 담벼락이나 마당은 물론 마을 입구 큰 고목에도 ‘고수레’하면서 뿌렸고 이로써 잡귀들의 침입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팥죽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춘이 오는 날 - 김덕성 한파는 그 꼴을 볼 수 없다는 듯이 앞질러 봄 길을 막았다 이리 일찍 자리를 내 줄 수 없다고 아니 내 자리를 왜 빼앗으려는 가고 서슬이 퍼래 대항하듯이 찬바람 몰아치며 꽁꽁 얼어붙었다 봄은 저만치에서 서성거리고 한파는 기승을 부리는데 시인들 가슴서는 봄 향기로 향기롭게 피어오르는 지금에 견주면 난방이 시원찮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겨울을 났을까? 누비옷을 입고 방안에 화로를 두는 정도였을 겨울나기에 ‘구구소한도’라는 것도 한몫했다. 이 구구소한도는 동지가 되면 종이에 9줄의 칸을 그려놓고 한 줄에 9개씩 81개의 매화를 그린 다음 하루 하나씩 매화에 붉은빛을 칠해나간 한 것이다. ‘구구소한도’에서 붉은빛을 칠해가는 방법을 보면 흐린 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했다. 그렇게 하여 81일이 지나면 모두 81개의 홍매화가 생기고 그러면 입춘 곧 봄이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중국에서 전해오는 글에 따르면 “첫 아홉 날과 두 번째 아홉 날은 손을 밖으로 내놓지 않고”부터 시작하여 “아홉 번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다 지나간다 - 김용택 눈보라도 지나가고 추위도 지나가고 그렇게 우리의 아픔도 다 지나간다 그래서 오늘도 산다 얼마 전 섭씨 영하 10도가 넘는 혹한이 있었다. 지금 잠시 추위가 주춤하지만, 아직 이틀 뒤엔 절기 대한이 남아 있어 문풍지 사이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움츠리는 때다. 더구나 대한민국엔 계엄령 포고 여파로 온 국민이 움츠러든 삶을 살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장이 폭락하고, 장사가 되지 않는 등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고들 아우성이다. 이제 겨우 대통령이 체포 구금되었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지금보다 더욱 추운 겨울을 살았을 조선시대 선비들은 겨울을 어찌 났을까? 선비들은 여든한 송이의 매화가 그려진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에 색칠을 해가며 매화가 다 색이 칠해질 때쯤이면 입춘 곧 봄이 온다는 희망으로 살았다. 이렇게 옛사람들은 “아홉 번째 아홉 날이 지나면 농사짓는 소가 밭을 갈기 시작한다네.”라고 생각하며, 추위도 견뎌낸 것이다. 여기 김용택 시인은 그의 시 <다 지나간다>에서 “눈보라도 지나가고 / 추위도 지나가고 / 그렇게 / 우리의 아픔도 / 다 지